[2024 송년특집①] 뜨는 해 지는 해...지각변동의 세계 양돈
○…세계 양돈업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는 조짐이 역력했던 한해였다. 생산, 소비, 무역 전반에 걸쳐 위축이 두드러졌던 중국, 유럽 연합과는 달리 올해도 꾸준했던 미국,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시킨 브라질 등 올해 각국의 양돈업은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그 차이가 세계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올 한해 세계 양돈업을 정리했다.…○
양적 성장 시대는 과거 속으로
정부 적정 모돈 기준 하향 조정
소비, 식문화 변화로 계속 줄 전망
모돈 두수 감소 여파가 올해 중국 돼지고기 생산량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천400만마리까지 넘보던 모돈은 올해까지 지속 감소세를 유지하며 올 10월 4천73만마리까지 줄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다. 돼지고기 공급 과잉으로 인한 돼짓값 하락과 이에 따른 돼지고기 시장의 불안을 겪은 바 있는 중국 정부는 올해 돼지 생산능력 규제 시행 계획을 통해 정상 모돈 두수를 기존 4천100만마리서 3천900만마리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생산량도 올해 내내 줄었다. 3분기 말 돼지 도축두수는 5천203만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했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은 장기적 추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올해 중국 농업농촌부가 발표한 24~33년 농업 전망을 보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5천694만톤)은 전년 대비 1.7% 줄고 오는 33년에는 23년 대비 7% 가량 적은 5천386만톤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이 같은 생산 감소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주식과도 같은 돼지고기의 위상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국 내 인구 감소와 고령화, 여기다 건강 지향, 소득 수준 제고 등으로 인한 식문화 변화 등으로 돼지고기를 이전보다 멀리 하려는 흐름이 강화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에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42.1㎏서 올해 41.4㎏으로 그리고 33년에는 39.4㎏로 23년보다 6.5% 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돼지고기 생산이 갈수록 감소해도 돼지고기 수입량은 계속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중국 내 돼지고기 시장, 소비 지형의 변화는 세계 시장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과 함께 수입량도 크게 감소했는데 세계 주요 수출국에도 그 여파가 미쳤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국 내 양돈산업의 변화는 세계 시장의 흐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산 감소세 멈췄지만 돈가는 하락
수출 부진 속 中과 분쟁 ‘설상가상’
ASF 확산세 지속, 최대 위협 요소로
올해도 EU 양돈산업은 평탄치 못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을 찍었던 돼짓값은 올해도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지속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도 높았다. 계속 확산되고 있는 ASF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대표적 불안요소였다.
지난 22~23년 크게 줄었던 돼지고기 생산은 올해 들어 감소세가 둔화됐으나 뚜렷한 회복 조짐도 없었으며 수요는 내수, 수출 모두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EU 위원회는 돼지고기 생산량이 올해 2천77만2천톤, 내년 2천72만5천톤으로 전년 대비 각각 0.5%, 0.2% 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출은 올해와 내년 전년 대비 각각 2.5%, 2% 줄 것으로 전망됐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 최대 시장인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줄인데다 다른 수출국들과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며 수출이 계속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생산 대비 수출에서 더 뚜렷한 위축세가 나타나며 EU 돼짓값은 지난 5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지속했다.
그런데 내년도 호재보다는 불안요인이 더 많다. 계속되는 ASF가 그 중 하나다. 주요 수출국에 있어서는 최대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독일에서는 그동안 주로 ASF가 발생하던 폴란드 국경 지역을 벗어난 남서부 지역에서 잇따라 ASF가 확인됐다. 이들 지역은 폴란드 국경과는 500㎞ 가량 떨어져 있으며 프랑스, 벨기에와 더 가까워 ASF 확산의 위협이 높아졌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ASF와 함께 EU 양돈산업에 불안을 더 높이는 변수가 되고 있다. 올해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중국은 다른 무엇보다 먼저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또 최근 중국이 브라질산 내장 수입 의향을 보이면서 EU와의 무역분쟁과 연관지어 중국이 수입선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EU 위원회 역시 내년 수출이 예상치보다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생산비 감소로 적자 탈출, 흑자 전환
돈육 수출 호조, 올해 1위 등극 기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기대반 우려반
미국 양돈업은 올해 오랜 적자에서 벗어났다. 무엇보다 사료 곡물 가격 안정으로 생산비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아이오와대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22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양돈은 내리 적자를 봤다. 그 중 지난해 7~8월 단 두 달, 돼짓값이 오르면서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그 외 기간은 계속된 마이너스 경영을 버텨야 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4월 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돼짓값이 작년보다 오르기는 했지만 이보다는 생산비, 그 중에서도 사료비가 낮아진 때문이다. 이에 작년보다 돼짓값이 낮았던 기간에도 수익이 가능했다.
특히 올해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과 수출 모두 호조를 보이며 돼짓값도 안정적으로 형성, 수익을 뒷받침했다. 수출의 경우 중국의 수입량 감소로 미국 역시 대 중국 수출은 이 기간 약 10% 가량 감소했지만 대신 멕시코와 한국 등 다른 시장서 선전하면서 되레 증가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국 돼지고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농무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전망 자료를 통해 올해 미국이 돼지고기 수출에서 EU(유럽연합)을 제치면서 최대 수출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내년부터 본격화될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양돈업계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 행정부가 미국 우선 주의를 내세우며 동시에 환경 규제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대할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1기 당시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돼지고기 수출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다 외국인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량 추방이 예상되고 있어 생산 현장부터 수출까지 양돈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생산 늘어도 수출 호조에 돈가도 방긋
필리핀이 中 제치고 1위 시장 급부상
당분간 브라질 양돈 성장세 이어질 듯
올해 브라질 양돈업은 그 어느 해보다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캐나다를 따돌리고 세계 3위 수출국 자리를 꿰찬 브라질은 올해 다시 한번 수출 사상 최고치 달성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EU에 이어 3위 자리도 더욱 굳건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돼지고기 수출은 그동안 최대 시장 자리를 지키던 중국의 수입량 감소에도 타격이 거의 없었다.
다른 시장에서 중국 수출 감소분 그 이상의 성과를 낸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은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다. 11월말 필리핀 수출은 23만5천톤으로 22만여톤을 기록한 중국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필리핀 수출이 두 배 넘게(108%) 증가하며 올해 브라질 수출을 살렸다.
브라질 돼지고기 생산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하고 있는데 수출이 생산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돼짓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또 내년에도 생산, 수출 모두 올해의 증가세를 이어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당분간 브라질 양돈산업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