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양돈 성장이냐 성숙이냐
[칼럼] 한국 양돈 성장이냐 성숙이냐
허가제로 성장하는데 한계 도달
한돈 고급화로 성숙기 열어야
  • by 김오환 발행인

산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태동기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로 접어든다. 사람 역시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되는데 장년기, 노년기는 산업으로 보면 성숙기다. 말 그대로 성장(成長)은 생물이 자라거나 사물이 규모의 커지는 뜻이다. 성숙(成熟)은 곡식이나 과일 등이 무르익거나 경험이 익숙해진 것이나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축산업에서 봤을 때 성장과 성숙 시기는 1980년대 초중반과 90년대 전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위 1980년 초반 3저(저유가 저달러 저금리)로 국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육류 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돼지 닭 등 가축 두수가 급증했고, 사료 등 관련 산업도 매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축산물 개방으로 한국 축산은 더딘 성장을 보이다가 IMF로 정체기도 아니고 성장기도 아닌 어정쩡한 시대를 거쳤다.

그런 가운데 축산은 구제역이라는 질병과 냄새 등 친환경이란 최대 현안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구제역에 의한 살처분으로 국고 출혈과 친환경이란 악재(惡材)를 더 이상의 악재로 만들지 않기 위해 ‘축산업 허가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로써 축산의 성장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됐고 정체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퇴보하고 있다. 퇴보의 증명은 자급률, 축산시장 점유율에서 나타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체육, 배양육 등 ‘가짜 고기’가 육류 소비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양돈도 예외가 아니다. 돼지 두수는 수년 동안 1천1백만두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한돈 소비증가율은 수입 돈육에 비해 턱없이 낮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농가는 물론 기업마저 규모 확장이 어려워, 성장과 성숙은커녕 퇴보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양돈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지 않으면 힘겨운 싸움을 맞이할 것이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로 양돈업이 성장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양돈업이 성숙(成熟)할 수밖에 없다. 전통 맛집의 장(醬)맛처럼 맛있는(고급화) 한돈을 생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고기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도드람과 공주대가 의기투합한 YBD(요크셔+버크셔+두록)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한돈자조금 한돈미래연구소도 순천대에 한돈 고급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도체중’ ‘등지방’ ‘지방’ ‘명도’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하며 한돈 고급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양돈조합과 한돈 브랜드 육가공업체 역시 고품질 한돈 출시에 매진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돈 고급화는 한국 양돈 최고 가치로 우리가 이뤄야 할 최대 과제다. 한국 양돈이 성장기를 벗어나 성숙기에 들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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