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구제역 ‘악연’ ‘악순환’ 끝내야
[기자의 시각] 구제역 ‘악연’ ‘악순환’ 끝내야
  • by 임정은

4년여만에 구제역이 재발했다. 이번에도 구제역 발생 시점이 참 얄궂다. 지난 2000년 구제역 발생은 그전까지 잘 나가던 한돈 수출을 주저앉혔다. 98~99년 돼지고기 수출이 8만톤 이상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며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는데 200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출길은 막혔고 20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는 수출 시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2010~11년 구제역은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재앙이 됐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14년 7월 발생한 구제역이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은 지 단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3년여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획득 노력이 2개월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구제역은 기회, 기대를 짓밟으며 찾아왔다. 우리나라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거의 확실시 하고 있던 23년 5월, 구제역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 청정국 지위 회복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한돈 수출 확대가 좌절된 것도 아쉽지만 한우는 수출 기회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생산량이 늘면서 불황에 처한 한우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이번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발판 삼아 올해 수출을 늘려야 했다. 올 수출을 지난해의 5배에 이르는 200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청정국 지위 획득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쯤 되면 구제역 발생은 과학의 영역 밖, 그러니까 우리나라 축산업과의 악연으로 설명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아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파고들 여지가 있었고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허점이 있었다.

분명한 것은 기회는 다시 올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다시 기회가 오더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기회는 또 다시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게 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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