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②] MZ세대, 한돈 새 시대 진입 과제이자 기회
[창간 23주년 특집 ②] MZ세대, 한돈 새 시대 진입 과제이자 기회
경제 성장과 구이 문화 덕 한돈 급성장
40~50대가 한돈 등 육류 소비시장 주도

어릴수록 고기 지출 적고 수입육에 관대
돈육 선호도도 낮아, 육류 중 1위 ‘위태’

친환경에 꽂힌 MZ…소비도 환경이 기준
육식-기후변화 원인 인식 대체육 우호적

학생들 채식 급식, ‘안티 축산’ 의식 싹 터
MZ를 알아야 미래 한돈 시장 대응 가능
  • by 임정은

미래 한돈의 소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누가 소비의 주체가 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미래의 소비 주체가 지금 한돈 소비 지형에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더 중요하다.

한돈에 있어서도 현재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자였다면 앞으로의 시장은 지금의 MZ 세대가 주도하게 된다. 그런데 MZ 세대의 소비 패턴과 성향 등을 볼 때 한돈산업은 많은 준비와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기 소비도 세대차?=한돈을 포함한 육류 소비는 그동안 경제 발전과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대 육류의 1인당 소비량은 지난 1970년 5.2㎏에서 2000년 32.9㎏으로 6배 이상 늘었으며 이후 20여년이 흐른 지난해는 58.4㎏으로 그 사이 또 77.5%가 늘었다. 증가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지금까지 육류 소비는 분명 꾸준히 성장해 왔다. 돼지고기 역시 2000년 16.5㎏서 지난해 28.5㎏으로 72.5% 늘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같은 성장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육류 소비 지출액(19년 기준)은 50대가 5만8천830원, 40대가 5만4천727원으로 가장 많고 30대(3만9천54원)와 20대 이하(1만2천299원)는 60대 이상(4만9천858원)에 비해서도 적었다. 돼지고기 역시 50대(2만5천687원)와 40대(2만4천802원), 60대 이상(1만9천1085원)이 많고 30대(1만5천630원)와 20대 이하(5천683원)는 다른 연령대보다 적었다. 현재 연령대에 따른 소득 수준의 차이가 육류 지출액 차이의 원인일 수 있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20대 이상의 육류 소비 지출액은 감소 추세를, 30대는 정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이는 향후 육류 수요의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조사 결과다.

무엇보다 그동안 육류 소비 증가를 뒷받침했던 경제적 여건은 더 이상 한돈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한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이종화 한국경제학회장이 발표한 ‘인구 감소 성장모형과 한국 경제에 적용’이란 논문에 따르면 2050~206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0.9%로 떨어지고 1인당 GDP 증가율은 2.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성장 시대로 진입과 더 나아가 장기 불황이 현실화된다면 육류 소비의 세대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육류 소비 행태 변화와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와 시니어 세대의 육류 소비 격차는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젊은 세대일수록 육류에 대한 지출 규모도 적지만 수입육에 관대하고 육류 중 돼지고기 소비 비중도 낮다는 특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농경연이 매년 발표하는 가구 내 식품 구입 및 소비행태 조사 결과(21년 기준)를 보면 돼지고기에 있어서 가구 대부분(94.8%)은 국내산을 주로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연령대별로 보면 차이가 크다.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인 경우 수입 돼지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는 가구는 39.4%로 비교적 낮고(70대 이상 56.9%) 가구주 연령이 높을수록 수입 돈육을 먹을 의향이 없는 가구 비중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다소비 및 선호 육류에 대해 돼지고기는 평균 72.7%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 역시도 가구주 연령이 30대 이하인 경우 66.6%로 평균보다 낮았다. 또 가구 단위가 아닌 성인 가구원에 대한 조사에서는 돼지고기에 대한 선호도가 20대는 47.6%, 30대는 54.1%로 역시나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청소년 가운데서는 45%만이 돼지고기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대로라면 미래 육류 소비 시장의 정체 내지는 위축 속에 돼지고기가 지금처럼 소비 1위의 자리를 지킬지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돼지고기 시장에서 한돈의 입지도 수입육에 의해 지금보다 더 많이 잠식당할 여지가 높다.

■급식세대, 채식을 배우다=미래 한돈 소비의 난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비건 식품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조사 결과, 비건 식생활을 경험해본 적이 있거나 현재 비건 식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대 가운데 70.3%, 30대는 73%에 달했으나 40~50대에서는 그 비율이 50%대로, 60대는 40%대로 떨어진다. 향후 비건 식생활 지속 의향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식품업체들은 앞다퉈 대체육 제품 출시에 나서면서 대부분 MZ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른바 ‘미닝 아웃’은 MZ세대의 대표적인 소비 트랜드 중 하나로 이들은 지구 환경 보전과 동물보호 등의 가치를 대체육 소비로 실천하고 있다. ‘미닝 아웃’이란 가치 소비라는 말로도 표현되는데 물건을 구매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소비를 말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은 미래 세대인 MZ들에게 더욱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MZ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이를 소비 활동을 통해 적극 표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의 소비문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급식으로 이미 채식을 접하며 어느 세대보다 채식에 익숙하다. 채식 식단을 운영하는 학교들은 ‘다채롭데이’(경남도), ‘저탄소 초록급식’(충남도) ‘채밌데이’(경남도) 등으로 학생들에게 채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명칭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학생들에 대한 환경 교육의 차원에서 채식 급식이 운영되면서 관련 프로그램들을 병행하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채식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은 필연적으로 육식이 나쁘고 따라서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축산업과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기존 환경론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서의 축산업이 당연한 사실로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다.

한 식품 회사가 최근 2030 세대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7.6%가 환경을 생각해 대체육으로 식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물론 대체육 출시하기 전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설문조사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대체육과 채식, 그리고 지구 환경에 대한 인식은 분명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MZ 세대가 국내 소비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미래에도 한돈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수입육에도, 대체육에도 관대하고 아예 육식을 배척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도 한돈이 지속해서 국민의 대표 고기로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이 같은 위기의 가능성부터 직시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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