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④] MZ가 먼저 찾는 가치‧비전 있는 양돈업 돼야
[창간 23주년 특집 ④] MZ가 먼저 찾는 가치‧비전 있는 양돈업 돼야
농가들 질병 수익보다 인력부족 더 곤혹
후계인력 없어 문 닫는 양돈장 속출할 수도

요즘 취업 전선, 저임금‧불안정‧경쟁 치열
직업 선택 워라벨이 우선, 월급은 그 다음
양돈업 MZ에 직업으로서 경쟁력 있어

양돈 이미지, 질병 냄새 환경 등 비호감
젊은층 유입, 한돈업 제대로 알리기부터

스마트팜 확대 지지부진, 정부 지원 필요
작업 효율화, MZ 유입‧경쟁력↑일거양득
돼지 잘 자라는 환경에서 인재도 잘 자라
  • by 임정은

저성장 시대,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N포 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지만 나아지기는커녕, 3포가 5포로, 또 7포로 되레 포기해야 하는 것들만 늘고 있다.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그마저도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현실이 바로 많은 MZ 세대들이 겪고 있는 취업 전선의 현실이다.

한돈의 현실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떤 산업이든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아야 하는 양돈장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청년 세대들을 한돈산업을 비롯한 농업 농촌 현장으로 더 많이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 고용 위기와 불안을 겪고 있는 요즘의 청년 세대들에게는 기회의 장이, 한돈산업을 비롯한 농업 생산 현장에서는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한돈업 위기, 사람이 없다=올해 초 발표된 2022년 한돈농가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양돈장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있다는 비율은 43%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2022년 전업규모 한돈농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장 경영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분뇨, 환경문제 또는 민원을 꼽았는데 그 다음으로 인력부족 문제(19.5%)를 지목했다. 가축방역이나 질병(19%), 특히 수익성 저하(14.6%)에 비해서도 농가들은 일손 부족에 더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대로라면 단순히 경영상의 애로 사항을 넘어 한돈 산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양돈연구회와 한돈미래연구소가 개최한 한돈전략포럼에서 발표된 심금섭 연암대 교수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주요 양돈조합의 50대 이상 농장주 비중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70%를 넘고 있었다. 이에 향후 10년 이내 후계 인력이 보충되지 않으면 향후 15~20년 후 국내 양돈 농가수는 2천~2천500농가로 예상됐다. 각종 규제로 문 닫기보다 사람이 없어서 문 닫는 양돈장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MZ, 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좌절=지금의 MZ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직업관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에서 더 차이가 크다. 대학을 나오면 어디든 취업이 가능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은 대학 진학률은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더 줄고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스펙 쌓기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 예정자 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사실상 구직단념 비중은 65.8%에 달했다. 구직 활동을 의례적으로 하고 있거나(31.8%) 거의 하지 않거나(26.7%), 쉬고 있다(7.3%)는 응답을 합친 비율이다. 구직에 대한 기대가 없는 비율이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혹독한 현실만큼 취업에 대한 가치관도 MZ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워라벨’을 들 수 있다. 최근 전경련이 20~30대 827명을 대상으로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36.6%가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꼽았다. 월급과 성과 보상체계(29.6%)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요한 가치로 선택한 것이다.

기성세대에 뚜렷했던 직업의 서열화나 정규직·비정규직 여부, 물질적 보상 등의 가치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대학을 나오면 화이트칼라가 당연시 되던 인식은 낡은 사고로 취급될 수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의 인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노량진 공시촌은 썰렁해진데 비해 현대차 생산직 모집에는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MZ 세대의 지원이 몰렸다. 물론 높은 연봉과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업의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는 유인이 됐지만 육체노동에 대한 달라진 MZ 세대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예로 회자됐다.

더욱 혹독해진 취업 시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측면도 있지만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는 분명 나타나고 있다. 기술직, 육체노동에 뛰어든 고학력 MZ 세대들의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는 시대다.

한돈혁신센터서 교육 받는 학생들

■세대교체를 위한 과제=한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세대교체는 필수적이다. 또 젊은 세대에게는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절실하다. MZ세대에게 양돈을 포함한 농업의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MZ 세대에게 직업으로서의 양돈업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오히려 젊은 세대에 있어서 양돈업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한 악취, 각종 가축 질병, 공장식 축산, 그리고 기후변화의 주범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때문에 양돈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꿔 나가는 작업은 더 많은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MZ 세대의 양돈에 대한 인식만큼 중요한 것은 당장 젊은 인력이 마주하게 될 작업 환경일 수 있다. 스마트팜 보급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농업에 청년 유입이 감소하는 상황을 타계할 수단으로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팜 보급 실적은 시원찮다. 21년 기준 축산부문 스마트 축사는 4천743호로 애초 목표로 했던 5천750호에는 못 미친다. 특히 이 가운데 대부분이 한우(60%)이며 돼지는 16.3%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이 중요한 걸림돌이다. 농림축산품부에 따르면 스마트팜 평균 투자액은 시설원예 4천848만원, 노지작물‧과수 2천892만원인데 비해 축산은 1억3천39만원으로 다른 품목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기존 농가들은 물론 새롭게 진입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더욱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스마트팜은 생산성 향상과 함께 작업 환경 개선의 측면에서 젊은 층의 유입을 도모할 수 있는 만큼 지속 추진돼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와 함께 양돈장이 위치하고 있는 농촌의 생활환경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청년층이 경험하는 농촌에서의 삶은 그 가치에 만족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여러 생활 영역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 청년이 도시로 이탈하는 가장 주된 원인도 이 같은 불편한 주거 환경이 꼽혔다. 이는 농촌 공동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양돈장을 직장으로, 양돈장 내에서의 작업을 노동으로서 다른 직업과 비교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워라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작업 환경만큼 개인적인 시간의 확보, 동료와의 관계 등이 직업 만족도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양돈 현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양돈 선진국에 비해서도 일하는 시간이 길다. 불필요한 업무, 불편하고 열악한 시설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일은 더 많이 하지만 생산성은 더 낮다면 이는 젊은 인력의 충원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양돈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다.

결국 양돈장은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양돈업은 평생 업으로 삼고 싶은 천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양돈산업의 경쟁력 제고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돼지가 잘 자라는 현장에서 양돈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도 잘 자라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직업이든 그 직장 혹은 산업의 비전이 보여야 현실이 조금 힘들더라도 새로운 인력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양돈인들이 미래 세대에 얼마나 경쟁력 있는 양돈산업을 물려주느냐, 그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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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직원 2023-05-05 12:45:13
한국양돈이 생산성이 없는이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기사와 연관지어 말씀드리면 외국인에게만 의존하는 노동인력의 수준저하가 한몫합니다. 당연히 이는 내국인과 임금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을 촉발시키고 낮은임금, 고된노동, 거지같은 위치와 환경이 삼박자로 춤을춰서 더이상 젊은 인력이 유입안되는 한국양돈을 엉망으로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돈후계자들은 사실상 금수저나 다름없습니다. 작년 한돈농가경영실태조사를 보면 농장규모가 클수록 후계인력이 있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죠 왜그렇겠습니까 당연히 재산가치가 크니까 농장에 일해서라도 재산을 물려받으려 하지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