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EU 양돈업이 주는 경고
[기자의 시각] EU 양돈업이 주는 경고
  • by 임정은

최근 EU의 돼지 사육두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사료곡물 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경영 여건이 악화 된데다 ASF 확산 불안, 중국 수요 감소에 따른 저조한 수출 경기도 두수 감소에 한몫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곡물 가격 상승이 EU만의 일도 아닐뿐더러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무장한 EU다. 당장 EU 양돈산업이 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야 납득이 될 만한 상황이다.

EU는 환경 관련 규제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하다. 또 동시에 이미 건강에 대한 우려로 몇 년 전부터 붉은 육류 소비가 도전받고 있다. EU 위원회는 바로 이 같은 환경과 건강 이슈로 EU의 1인당 돈육 소비량이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0.4% 줄고 이로 인해 양돈산업의 전반적인 위축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보면 최근의 EU 돼지 사육두수 감소를 비롯한 위축 조짐은 전쟁이 야기한 갑작스럽고 이례적인 상황이라기보다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을 수 있다. 즉 겉으로 보이는 경영 위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 근본적인 이유는 이전부터 자리 잡아온 환경과 건강에 대한 이슈 때문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에게도 최근 EU 양돈산업의 위축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부상하기 시작한 탄소 배출 등 환경 관련 이슈들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읽혀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생산비 상승과 이로 인한 농가 이탈과 생산기반 위축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화력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싸워야 할 대상은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일 수 있다. 한번 자리 잡으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EU처럼 세계적 생산성과 넓은 해외 시장이 없는 한국 양돈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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