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돼짓값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주요 육류 수출국인 유럽과 미국의 공급 감소가 한돈 시장에 의외의 변수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유럽은 돼지 사육두수가 급감해 돼짓값이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하는 중이다. 또 동시에 미국은 소가 줄면서 올해 쇠고기 생산 및 수출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산 돼지고기와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 수입 돼지고기와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다.
■EU 돼지 당분간 늘기 어려워=최근 EU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기준 회원국 돼지 사육두수를 보면 최대 사육국가인 스페인을 비롯해 주요국들에서 일제히 돼지가 줄었다. 특히 스페인은 3천407만5천마리로 전년 대비 1.1% 줄었는데 스페인의 돼지가 감소한 것은 지난 11년 이후 처음이다. 그 다음으로 돼지가 많은 독일(2천133만마리, 전년비 10.2%↓), 프랑스(1천218만3천마리, 〃5.9%↓), 덴마크(1천154만마리, 〃12.2%), 네덜란드(1천70만6천마리, 〃1.5%), 폴란드(962만4천마리, 〃6%), 벨기에(575만마리, 〃4.8%) 등 주요 국가에서 모두 돼지가 줄었다. 돼지 사육두수가 모든 회원국에서 일제히, 이처럼 큰 폭으로 감소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현재 EU의 돼지 사육두수는 20여년만의 최저치다.

특히 모돈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최근 EU의 돼짓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효과로 다시 돼지 사육이 늘더라도 당장 올해는 생산량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 25개국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일년전보다 5.8% 줄었지만 모돈은 6.2% 줄었다. 또 각국의 모돈 두수 추이를 보면 일년전에 비해 독일이 12%, 폴란드 9.4%, 네덜란드 2.8%, 프랑스 6.5% 감소하는 등 모돈 감소세가 더 두드러졌다. 이는 곧 당분간 유럽 내 돼지 출하물량은 물론 사육두수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美 소 당분간 늘기 어려워=수입육 시장에서 돼지고기만큼 중요한 쇠고기도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1월 소 사육두수는 8천930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이는 지난 15년 이후 최저치다. 가뭄과 사료가격 상승으로 농가들의 사육 의향이 저하된 결과다. 이에 대체 미경산우는 6% 감소했다. 유럽의 돼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소 사육두수 역시 당분간 다시 이전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미국 농무부는 올해 미국의 쇠고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5% 감소하고 수출은 12.8% 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수입육 공급 줄까=EU와 미국은 세계적으로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주요 수출국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그 비중이 더 크다. EU는 22년 기준 세계 돼지고기 교역량(미국 농무부 추산) 1천87만톤 중 40%에 가까운 415만톤을 공급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기준 절반이 넘는 54% 가량이 EU에서 들어왔다.
미국의 쇠고기 수출량은 22년 기준 브라질(290만톤)에 이어 미국(160만톤)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산 비중이 전체 수입량(47만톤) 중 5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관건은 이들 주요 수출국의 공급량 감소가 한국의 수입량 감소로 이어져 한돈 시장에서 변수가 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할지다.

EU의 돼지와 미국 소 사육두수 감소가 곧 한국의 육류 수입량 감소로 직결되기에는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에 따라 EU의 돈육 수출가용 물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또 미국과 달리 호주는 올해 쇠고기 생산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다만 EU와 미국이 국내 수입육 시장서 워낙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육두수 감소와 그에 따른 수급의 변화 추이는 지속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