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지연된 불황'과 미뤄둔 숙제
[기자의 시각] '지연된 불황'과 미뤄둔 숙제
  • by 임정은

11월 돼짓값이 10월에 비해서도 약세다. 18년에도 11월 돼짓값이 10월보다 낮았다. 그게 신호탄이었다.

19년은 연평균 돼짓값이 4천원을 밑돌았고 다음해 1월은 평균 2천원대까지 떨어졌다. 14년 이후 계속된 한돈 호황이 막을 내리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19 사태가 찾아왔다. 지금 되돌아보면 코로나로 한돈시장이 기사회생한 게 아닌가 싶다. 거기다 중국이 ASF로 본격적으로 수입을 늘리기 시작한 시기도 20년부터다. 그리고 20년과 21년 돼짓값은 모두 아는 대로다.

그래서 최근 한돈시장을 보면서 혹시나 ‘지연된 불황’이 찾아오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 물론 최근 돼짓값도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다만 11월은 언제나 10월보다 높았던 계절적 흐름과 최근 급등한 생산비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생산비는 단기간 내 다시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 주머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으며 수입육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더 내줄 것도 없어 보이는 돼지고기 시장을 더 열면 열었지 한돈산업을 위해 방패막을 쳐줄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아쉬워해야 할 것은 돼짓값 하락만은 아니다.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지금, 14년 이후 돼짓값 호조가 지속되는 기간 우리의 경쟁력은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코로나와 중국의 ASF가 2년여의 시간을 더 벌어준 것이라면 더 아쉬워해야 할 문제다. 얼마 전 21년도 세계 주요 수출국들의 양돈 생산비와 생산 성적이 발표됐다. 평균 MSY가 30두대인 나라도 있다. 18두대인 우리나라와 수출국들의 성적은 하늘과 땅이다.

지금 시장에서 한돈과 경쟁하고 있는 수입 돼지고기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할당관세, FTA 이전에 그들의 막강한 생산성인지도 모른다. 뼈아프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수입육과의 경쟁도 그렇지만 고 생산비 시대에 더 챙겼어야 할 숙제 역시 생산성일 것이다.

그리고 이 숙제는 앞으로의 한돈시장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와 상관없이 더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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