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쌀, 식량 안보, 그리고 한돈
[기자의 시각] 쌀, 식량 안보, 그리고 한돈
  • by 임정은

지난 12일 쌀 시장 격리 의무화 관련 법안이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했다. 쌀 매입 의무화에 한 발 다가갔지만 논란은 더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과 정부까지도 해당 법안에 부정적인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식량 안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는 정확히 안다고 하기 어렵다. 다만 당초 쌀 매입 의무화가 추구하는 식량안보, 그 가치에 있어서는 야당은 물론 정부와 여당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누구도 공개적으로 부정하기 힘든 식량 안보라는 가치를 두고 이처럼 입장이 갈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서로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다. 쌀 매입 의무화 반대 이유를 들어보면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주요 이유인 듯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쌀 격리 의무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쌀 농가의 소득 안정성 제고는 기대되나 쌀 초과 생산량이 늘어 시장 격리에 따른 재정 소요액도 점차 늘 것이라는 ‘우려’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쌀 매입 의무화에 반대하는 입장이 어느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어쩌면 애초에 식량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한 의견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을 식량 안보를 지켰다고 얘기할 수 있는지, 혹은 정말 식량안보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등 더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애기다. 이 경우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쌀 매입 의무화의 제도적 유불리를 논하기 전에 식량 안보라는 가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일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최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량안보 차원에서 국내 돼지고기 생산기반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지원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만큼 일찍부터 한돈을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켜내야 한다는 게 양돈업계의 주장이었다. 때문에 모처럼 듣는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양돈업계와 정부가 생각하는 식량 안보는 ‘같은 말 다른 의미’는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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