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산성에 있어 ‘신(神)의 한 수’는 없다
[칼럼] 생산성에 있어 ‘신(神)의 한 수’는 없다
수많은 성과, 노력의 결과물
잦은 돈사 방문이 생존 비결
  • by 김오환

몇해 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법적 하자 없이 승계 절차가 진행되자 언론에서 나온 말이 ‘신(神)의 한 수’였다. 그 뒤에 삼성그룹 승계 과정이 불법으로 이뤄졌다는 게 밝혀져 이재용 부회장은 법적 책임까지 졌다. 이를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에 대해 정당성과 적법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 언론과 법조계에서 ‘만들어낸’ 조어(造語)가 ‘신의 한 수’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신의 한 수는 없는 것 같다. 오늘날처럼 모든 게 위아래로, 좌우로, 가로세로로, 대각선으로 촘촘히 엮어져 있고, 많은 사람의 눈(眼)이 주시하고 가운데 장기에서의 ‘외통수’와 같은 신의 한 수는 없다. 신의 한 수가 이뤄져서도 안 된다. 스포츠나 학업, 사업 등 절차와 과정의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에 신의 한 수가 작용했다면, 아마도 그것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신의 섭리(攝理)였는지 모른다.

복권 등 요행(僥倖) 업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의 한 수가 적용될 수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생각하지도 않은 시도로 ‘우연히’ 이뤄질 때, 그것도 넓은 범위에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절묘하게’ 이룰 때 역시 신의 한 수란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요행 등 신의 한 수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다. 특히 분명한 점은 모든 것을 일거에 이뤄지게 하고 해결해주는 신의 한 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돈으로 돌아오자. 올해처럼 힘든 양돈업은 IMF 이후 처음이다. 2008~09년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총체적 난국은 아니었다. 오늘날 분위기는 고환율, 고금리, 고곡물가에 만만한 곳이 하나도 없다. 문제는 그것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상황이 난국 끝이 아니라 초입에 들어선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돈농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물어물하다가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그래도 현재까지는 선전해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가을 겨울 한돈 가격(kg당)이 4천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다 금리까지 또다시 뛸 조짐이다. 이럴 때 농가의 경영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MSY 기준 최소 21~22마리는 돼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단다.

어쩔 것인가. 생산성 제고밖에 없다. 생산성 제고가 생존이다. 생산성 제고 방법은 지름길이 없다. 하나만 잘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자돈 생산부터 출하까지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순조롭게 돌아갈 때 생산성은 향상된다. 생산성을 일거에 만족시켜주는 ‘신의 한 수’가 없는 것이다. 오래 전에 칼럼에 쓴 글이다. 벼가 주인의 발자국 들으며 자라듯이 돼지 역시 주인 발자국 자주 들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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