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사료 값, 곡물가 아니라 환율이 더 문제다
[심층분석] 사료 값, 곡물가 아니라 환율이 더 문제다
美 금리 올릴 때마다 환율 요동, 최고치 경신
추가 긴축‧中 침체 등 원화 약세 요인 산적
이달 1천370원대 진입…13년5개월만에 최고
원료 들어오는 시점 환율 사료 원가 바로 반영
곡물가 하락분 환율이 상쇄…업계 고민 깊어져
  • by 임정은

최근 사료업계가 치솟는 환율에 떨고 있다. 연일 연고점을 돌파하는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어서다. 실제 환율의 최대 변수인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2.25%서 연말까지 4%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잖아도 최근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사료업체들은 곡물 값보다 환율 때문에 더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 여기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움직임이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이에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美 금리 따라 요동치는 환율=미국의 금리는 2020년 3월부터 0.25%에서 동결돼 왔다. 그러다 올해 3월 0.25%P 인상을 시작으로 5월 1%, 6월 1.75%, 7월 2.5%로 총 네 번 인상됐으며 이 중 최근 세 번은 한번에 0.75%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이었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가 금리 인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됐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화 강세가 동반, 국내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데 있다. 미국 기준 금리와 국내 양돈업계의 연결고리는 바로 환율이라는 얘기가 된다. 실제 환율은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올랐다. 1천100원대서 등락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올해 처음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 3월 1천221원으로 2020년 6월 이후 1년9개월만에 1천200대로 올라섰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6월 23일 1천300원대를 돌파한 환율은 8월 29일(1천350.4원)으로 1천350원대에 진입한 이후 이달 2일 1천362.6원으로, 5일에는 1천371.4원으로 단숨에 1천370원대에 진입했다. 지난달부터 연고점은 물론 금융 위기였던 09년 4월 이후 최고가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상당 기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만으로도 환율이 요동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인상 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과 관련, 미국의 금리인상 기대와 함께 중국 경기침체 우려, 중국과 대만 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도 원화 약세를 부추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우리나라 8월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1천400원도 넘보나=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환율을 끌어올리면서 지금의 환율 강세가 쉽게 꺾일 여지가 크지 않다는데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나 미국의 기준 금리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올해 안에 미국의 기준 금리를 최소 4%까지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정해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가 연말까지 9월, 11월, 12월 세 번 남았다. 현재 기준 금리를 고려할 때 나머지 기간 1.5%P 이상 더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대외 악재들도 만만치 않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유로화와 위안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달러화가 더 오를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1천360원, 1천370원을 연이어 경신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급등세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1천400원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속 앓이 하는 사료업계=사료업계 관계자들은 환율 얘기가 나오자마자 하나같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사료 곡물과 달리 환율은 즉각적으로 사료원가 인상 요인이 되는데다 환율이 사료 원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갖기 때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10% 상승 시 사료는 5.3%의 가격 인상 압박이 가해져 어떤 품목보다 환율 상승 따른 원가 부담이 큰 품목으로 분석됐다.

한 사료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환율 10원당 4.5원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본다”며 “그동안 곡물가 상승 등 사료가격 인상요인이 사료 값에 다 반영이 되지 못한 상태라 최근 환율 상승의 부담이 더 크다”고 호소했다.

이에 사료 곡물보다 환율이 더 큰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료 곡물 가격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4분기부터는 현 수준보다 다소 부담이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평균 주요 곡물 선물시세는 밀 287달러, 옥수수 246달러, 대두 580달러로 수출 재개 이전인 지난 6월 대비로 각각 22.6%, 17.7%, 6.6% 낮았다. 최근 곡물 주산지의 기상 악화로 불안한 흐름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고점은 지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했던 환율이 사료 곡물 가격 하락분을 상쇄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곡물보다 환율이 더 문제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선구매로 향후 곡물 관련 사료 원가는 이미 어느 시점까지는 정해져있지만 환율은 기 구매한 곡물을 인수받는 시점의 환율이 적용, 환율이 오르는 대로 사료 원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에 사료곡물과는 달리 환율에 있어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얘기다.

더구나 추석 이후, 돼짓값이 연 최저점을 기록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적어도 현 수준의 돼짓값에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사료회사들로서는 사료 가격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에 치솟는 환율 그래프를 바라보는 사료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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