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고돈가에도 세계 돼지 줄어…韓 수입도 줄까
[심층분석] 고돈가에도 세계 돼지 줄어…韓 수입도 줄까
中 수요 감소와 세계적 高생산비에 타격
美‧EU‧캐나다 등 수출국 돼지 두수 감축

中 수입 줄어 약세로 돌아섰던 세계 돈가
수출국들 공급량 일제히 줄면서 상승세로
수출국 두수 당분간 늘기 어려울 수도

최대 수입국 中은 돼지 사육 회복 지속
中 수입량 20~21년 수준 회복 힘들 듯
韓 중국 대체 시장 역할 할 가능성 우려
  • by 임정은

세계 주요 수출국들의 돼지 사육두수가 일제히 줄고 있다. 자연히 이들 수출국들의 돼지고기 생산량도 줄었고 앞으로도 감소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수요가 줄면서 약세로 돌아섰던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가 최근 계속 오르고 있다. 수요 쪽에서 세계 돈가를 약세로 돌려세웠던 중국 수입량에는 변화가 없지만 공급 쪽, 즉 수출국들의 도축용 돼지 감소세가 최근 돈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계속해서 두수를 늘리고 수입량은 계속 줄고 있다. 중국의 수입량 변화와 세계 돼짓값이 수입량에 중대 변수가 되는 한국 시장으로서는 주목되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수입량, 세계 시장의 거울=최근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중국의 ASF 이후 세계 돼지고기 시장의 흐름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즉 중국이 수입량을 늘리면서 19년까지 40만톤이 넘던 수입량은 20년 31만톤, 33만톤으로 줄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중국이 수입을 다시 줄이기 시작하자 하반기 이후 국내 수입량도 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그리고 중국의 수입량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진 올해는 8월말 기준 지난해 대비 46% 가량 수입이 급증했다. 물론 수입량은 국내 한돈 수급 및 가격과 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겠지만 최근 몇 년 중국의 수입 수요 변화와 이에 따른 수출국들의 수출 가용물량의 변동과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입량을 결정짓는 이 같은 외적 변수들이 최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수출국들의 사육두수 감축과 이에 따른 돼짓값 강세가 한축을, 그리고 중국의 사육두수 확장과 수입량 감소세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즉 전자의 경우 국내 수입량에는 감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후자의 영향력이 더 크다면 수입량은 줄기는커녕 더 늘 여지도 있어서다. 힘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가 향후 국내 수입량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돈가 강세에도 두수는 줄어=지난 7월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올해 세계 각국의 돼지고기 생산량 전망치를 보면 주요 생산 수출국들의 올해 생산량이 모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1천256만톤→1천233만톤, 1.9%↓), EU(2천364만톤→2천260만톤, 4.4% ↓), 캐나다(212만톤→206만5천톤, 2.6%↓), 브라질(436만톤→434만톤, 0.6%↓) 등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생산 수출국들 모두 일제히 줄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이 돼짓값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데 있다. 즉 일반적으로 돼지값이 높으면 돼지 사육두수가 늘고 이에 돼지고기 생산도 증가하던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지만 올해는 예외란 얘기다. 미국은 지난 21년 돼짓값(지육 도매 100㎏)이 229달러로 전년 대비 36% 가량 급등했으며 올해도 8월까지 평균 232달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19~20년 연평균 가격이 170달러에도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고돈가다. 그럼에도 미국 돼지 사육두수는 계속 줄어 지난 6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가 7천25만마리로 일년전보다 0.9% 줄고 모돈도 617만마리로 전년 대비 0.8% 적었다. 2년전 동기간(7천766만마리)과 견주면 그 사이 6.6% 감소했다. 가장 돼짓값이 높았던 기간 돼지는 계속 줄고 있었던 셈이다.

EU 돼짓값은 사상 최고 수준임에도 두수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지난 8월 마지막주 EU의 돼짓값(100㎏ 207유로)은 일년전보다 무려 45% 올랐고 그 중에서도 독일 돼짓값은 작년보다 54% 상승했다. EU 역시 이 같은 돈가 상승세는 물량 감소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EU 27개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1억4천166만마리로 전년도(1억4천588만마리)보다 2.9% 감소했다. 이에 올 5월까지 돼지 도축물량은 EU 전체로는 전년 대비 3.1% 줄었는데 그 중에서도 독일(-9.2%), 벨기에(-7.5%), 폴란드(-7.8%) 등 주요 생산국들 대부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리고 올해 사육두수 데이터가 보고된(5~6월 기준) 국가들 중 덴마크(7월 기준)는 1천218만마리로 일년전보다 7.5%, 독일은 2천228만5천마리로 9.8% 각각 줄었다. 이밖에 이탈리아(876만6천마리), 네덜란드(1천123만7천마리), 오스트리아(263만마리)도 전년 대비 각각 2%, 1%, 3.7% 감소했다. 돈가 강세와 상관없이 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 더 줄고 있는 것이다.

미국, EU에 이어 세계에서 돼지고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캐나다도 두수가 줄었다. 7월 1일 기준 돼지 사육두수는 1천390만마리로 지난해 동월 1천435만5천마리 대비 3% 줄었으며 이 가운데 모돈두수는 123만마리로 일년전 125만4천마리보다 1.8% 적었다. 7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가 지난 16년 1월(1천363만마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국들이 돼짓값 강세에도 돼지두수를 줄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고공행진하는 사료 곡물, 에너지 등 생산비 상승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돼짓값 상승분을 능가하는 생산비 부담이 두수를 되레 줄이는 요인이 된 것이다.

■中 두수 회복은 꾸준히=여기까지만 보면 향후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을 결정할 외적 변수는 감소 쪽으로 더 기우는 듯 보인다. 그런데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중국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세계 돼지 사육두수가 7억8천456만마리로 지난해 7억4천946만마리보다 3천509만마리(4.7%) 늘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돼지가 감소하는 반면 중국이 4억650만마리에서 4억4천922만마리로 4천272만마리가 증가하면서 중국 이외 국가의 감소분을 모두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실제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는 4억306만마리를, 모돈 두수는 4천277만마리를 기록했는데 비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6.3% 적은 규모지만 ASF 이후 3억마리 초반대(2020년 3억1천만마리)까지 무너졌던 사육규모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특히 하락세를 보이던 돼짓값이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모돈 두수가 최근 3개월 연속 증가, 지난 7월 4천298만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의 추이로 볼 때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20년(528만톤)이나 21년(433만톤) 수준까지 다시 증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 7월말 현재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156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줄었다.

수출국 돼지 사육두수 감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이 같은 중국의 수입 수요 감소에 있었다. 즉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와 고생산비가 동시에 사육두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변화는 한국과 같은 수입국에도 불안 요인이다. 중국이 계속해서 돼지고기 수입을 줄여 ASF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할 때 중국 수입량 감소분은 수출국의 생산량 감소분을 훨씬 뛰어넘을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수출국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한국 수입량은 얼마든지 더 늘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EU산 돼지고기에 대해 지역화를 인정,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도 재개되면서 보다 접근이 쉬운 수출 시장이 될 것이란 점은 이 같은 불안을 높이고 있다. 최근 독일은 한국이 EU 돼지고기에 대해 지역화를 인정함으로써 ASF 이후 수출이 부진했던 독일 양돈시장을 구제할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감소 이후 미국 역시 수출 부진으로 시장이 평탄치 못하다. 세계 양돈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지금, 수출국의 사육두수 위축과는 별개로 최악의 경우 한국이 이들 수출국에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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