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반 값 치킨과 무관세 고기
[기자의 시각] 반 값 치킨과 무관세 고기
  • by 임정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자체적으로 내놓고 있는 값싼 치킨이 화제다.

시중 프랜차이즈 치킨 대비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줄서게 하는 진풍경을 만들고 있어서다.

실제 치킨 가격은 많이 올랐다. 더 이상 국민 간식이라 부르기 다소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싼 치킨의 등장을 전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대형마트 역시 물가 안정이란 공익적 가치도 챙기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마트를 찾도록 만드는 강력한 유인책으로서 치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니 후발 주자들이 더 낮은 치킨 값을 내세우며 치킨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치킨을 둘러싼 최근의 일들을 보고 있자니 세삼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 2010년 한 대형마트에서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치킨 대비 월등히 낮은 가격을 내세운 ‘통큰 치킨’을 출시한 바 있다.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부정 여론이 높았고 금세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이후 다시 판매를 하기는 했지만 분명 대형마트의 값싼 치킨에 대한 여론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반값 치킨에 우호적으로 변심한 소비자들을 보면 그만큼 최근 물가가 너무 올랐고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돼지고기는 이 같은 ‘변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산비가 얼마나 올랐고 농가들이 겨우 적자만 면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당장 너무 오른 한돈 가격에 소비자들의 반감이 생길 여지도 높아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더 우려스러운 것은 변심을 부추기는 주체가 정부라는데 있다. 할당관세와 검역 장벽 무력화로 수입육 편들고 나서는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무관세 고기들이 대형마트로서는 또 다른 반값 치킨일 수 있다. 농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 판을 정부가 깔아주고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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