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책 ‘재방송’은 감동 주지 못한다
[칼럼] 정책 ‘재방송’은 감동 주지 못한다
할당관세, 감흥은커녕 실망 분노만
허가제 완화로 안정적 기반 갖춰야
  • by 김오환

아무리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 스포츠라 하더라도 재방송은 본 방송보다 감동이 약하다. 감흥도 나지 않는다. 왜, 다 아는 내용이어서다. 설령 난다고 하더라도 감동이나 감흥은 크게 떨어진다. 그렇다면 정책의 재방송은 어떻겠는가? 특히 이해 당사자에게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은 실망을 떠나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정부가 취한 소(10만톤) 돼지(7만톤) 닭(8만2천500톤)고기의 일정량 수입분에 대해 할당(0%)관세를 실시한 정책이 그렇다.

과거 정부가 축산물에 대해 실시한 할당관세 정책을 보면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 물가안정을 위해 일정 물량에 일시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명절 물가와 관계없이 국내 가격이 오를 때 ‘비상약’처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비상약이 급할 때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처럼 환율이 약세일 경우에는 효과가 미흡하고 미미하다.

올 들어 우리 돈, 원화 가치는 달러에 견줘 크게 떨어졌다. 작년 평균 달러당 1천144원 하던 것이 요즘에는 1300원을 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당 관세를 통해 물건을 수입한들 가격 인하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은 소비자 가격도 내리지 못하고 국내 가격만 불안하게 하거나 하락하게 할 뿐이다. 그러면 현명한 사람은 오판 오류를 인정하고 정책을 수정해야 함에도 그러기는커녕 되레 할당관세 물량을 더 늘려서 정책의 실패를 은폐, 국내 산업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그런 할당관세 물량이 가격 안정에 이바지하면 다행이지만 그러기보다는 수입 물량 과잉을 유발, 국내 가격 하락을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소 돼지고기의 할당관세로 한돈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피해는 가을 겨울을 넘어 내년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 닭 돼지고기의 할당관세 정책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초래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국내 축산물의 가격의 상승은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값 급등과 저환율 영향이 1차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내면에는 축산업 허가제란 악법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로 인해 축산업 진입과 기존 축사의 신증축이 까다로운 여건에서 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평생’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나 마찬가지다. 축산업 허가제는 할당관세의 원인(遠因)이자 원인(原因)인 것이다.

좋은 정책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어야 한다. 공감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 모두 윈-윈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할당관세 정책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지난번 칼럼에 썼듯이 세수(稅收)만 줄게 하고 있다. 언론에 의하면 한국의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에서 두 번째로 잘한 정책이라 평가받는다 한다. 그런 정책, 축산업에서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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