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돼지 부채 값 아끼려다 농장 부채(負債) 늘린다
[양돈현장] 돼지 부채 값 아끼려다 농장 부채(負債) 늘린다
  • by 양돈타임스
신현덕 원장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신베트동물병원

찜통더위라고 표현되는 고온다습한 계절이 돌아온다. 인간들은 좋겠다. 나무 그늘, 계곡, 바다로 피서를 간다.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선풍기를 틀어댄다. 옷을 벗고 시원한 속옷 차림에 실내 설정 온도를 낮추고 에어컨을 켠다. 얼어 죽어도 좋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눈꽃 빙수도 찾는다. 아예 더워 못 살겠다고 비행기 타고 춥다는 나라로 여행까지도 계획한다. 목덜미에 땀이라도 한 줄 흐르면 얼마나 투덜거리고 짜증을 내었던가.

진정한 한돈생산자들이라면 여럿 먹여 살리는 돈공(豚公)의 신세와 처지를 헤아려 줘야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돼지는 서늘한 곳을 선호하는 동물이다. 지방이라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고 땀샘은 퇴화되어 체온조절이 어렵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뜨거운 숨으로 체열을 쫒아내 버리고 싶지만 체구에 비해 폐의 크기가 작아 효율이 낮다. 더군다나 다산성 임신돈들은 뱃속에 새끼가 가득 들어있고 임신스톨은 좁아 옴짝달싹 하기도 어렵다.

포유모돈들은 젖 달라고 달겨드는 열두마리 넘는 열 덩어리들 때문에 잠시도 편히 쉬기 어렵다. 비육사 돼지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눕고 싶으나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위 대책이 없는 농장은 대부분 과밀사육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원한 물이라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처지라면 다행이다. 덩치 큰 놈들이 급수기 앞에 누워 물꼭지 접근도 눈치를 봐야 한다. 오폐수 줄인다고 급이기 바닥에 고인 물이나 쫍쫍거리며 핥아야 하는 신세도 너무나 많다. 당연히 열이 받고 사료섭취량도 떨어진다. 돼지가 사료를 남긴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여겨야 한다.

2022년 여름, 역대급 더위가 불가피하다는 기상청예보가 떴다.

네 가지 기상현상을 구체적 이유로 들고 있다. 태평양 고기압의 영향, 티벳 고기압 영향, 편서풍 영향, 라니냐 현상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라니냐 현상은 남아메리카 서해안 해수온도가 낮고 반대쪽인 필리핀 동쪽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이 많고 고온다습한 기후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비육돈사내 온도와 습도가 돼지에게 미치는 스트레스 정도를 필수로 점검해야 한다. 

습도가 75%를 넘어가면 24도 온도에서도 비육돈은 경계경보(ALERT)를 울려야 하고 온도가 28도를 넘어가면 습도가 45%에서도 위험(DANGER) 상황이 된다. 온도가 32도까지 올라가면 습도가 20%만 넘어도 완전 긴급상황이다. 

우리나라 여름은 돼지에게는 엄청 가혹한 스트레스 시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위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모르는 농장은 없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그 피해를 줄이려고 계획하고 대책을 실천하고 상황을 대비하는 노력은 부족한 면이 있다.

돼지를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것이 부채 값이 된다. 지붕이 받는 열을 반사시키고, 천장 단열도 보강한다. 물 공급이 달리지 않게 수원을 확보하고 가능한 직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긴급상황에서 먹일 수 있는 얼음도 얼려놓는다. 차광막을 설치하고 통풍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제거한다. 과밀사육 해소대책도 마련한다. 전해질과 비테인 같은 항산화제도 주문해 놓아야 한다.

돼지가 더워 헐떡거리는 상황을 만들면 그 돼지한테 경제적 손실이라는 보복을 당하는 것은 인과응보라 할 수 있다. 농장에 부채가 쌓이면 어떤 사업이라도 지속가능하기가 어렵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