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10년 만에 또 돈육 할당관세, 효과는?
[심층분석] 10년 만에 또 돈육 할당관세, 효과는?
정부, 수입 돈육 원가 20% 하락 기대
올핸 한돈 늘고 수입 60% 급증, 공급 多
수입 돈육 중 92% FTA로 이미 무관세
관세 낮아질 여지 있는 브‧멕산 2% 미만
수입가격 돼지보다 다른 품목들 더 올라
  • by 임정은

왜 돼지고기일까? 올해 먹거리 물가가 전반적으로 크게 오른 가운데 정부가 유독 돼지고기 가격 안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11~12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돼지고기 할당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는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국내 사육 돼지의 33% 가량을 도태시켰다. 때문에 절대적으로 돼지고기 공급량이 부족, 가격이 치솟았던 때였다. 그럼에도 할당관세 여파로 이후 돼짓값은 폭락하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한돈 생산량도 많고 수입량은 급증세다. 여기다 다른 제반 여건을 들여다봐도 할당관세의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수입 원가 절감 차원에서 이번 할당관세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할당관세 적용으로 18.4~20% 가량 원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돼지고기 5만톤 할당관세 추진=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축산물 가격 안정 및 축산물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돼지고기 5만 톤에 대해 2022년 하반기 할당관세를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할당관세 적용 시 캐나다·멕시코산 냉장 삼겹·목살 수입 및 브라질·멕시코산 가공용 돼지가 해당된다. 농축산부는 이번 할당관세 취지에 대해 이미 관세가 0%인 미국·유럽에 비해 수입단가가 저렴하나, 22.5~25%의 높은 관세 때문에 수입이 많지 않았던 캐나다·브라질·멕시코 물량의 추가적인 수입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육가공업체와 유통업체는 수입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할당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7월 초부터 즉시 수입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90% 이상 무관세=그런데 이미 국내 수입되는 돼지고기는 거의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다. 4월말 현재 돼지고기 수입량은 16만1천톤으로 이 가운데 미국산이 4만2천톤(26%), EU산 9만8천톤(61%), 칠레산 8천800톤(5%)로 이들 국가들은 FTA 발효 10년이 경고, 전품목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는 나라들이다. EU, 미국, 칠레만 따져도 92%가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나머지 국가 가운데 캐나다산은 4월말 현재 9천600여톤으로 6%를 차지하는데 캐나다산 역시 FTA 관세 인하 스케줄에 따라 올해 8.6~9.6%의 관세가 적용된다. FTA가 체결되지 않아 22.5~25%의 관세가 적용되는 나라들로는 멕시코와 브라질이 있는데 이들 두 나라로부터 들어오는 돼지고기는 각각 1% 남짓한 비중으로 미미해 과연 할당관세 추진이 얼마나 수입 돼지고기 원가 인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12년은 상황이 달랐다. 당시에도 국내 수입육 시장의 최대 비중을 차지했던 EU, 미국과의 FTA가 각각 11년과 12년 발효된 만큼 당시에는 할당관세의 여파가 컸다. 실제 11년 삼겹살 수입가격은 전년 대비 7% 가량 하락했으며 2010년 18만톤이던 수입량은 11년 37만톤으로 급증했다. 그렇지만 할당관세는 정작 고돈가가 절정을 이뤘던 11년에는 돈가 안정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고 되레 한돈 생산이 늘기 시작한 12년 이후 한돈 가격 하락폭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올해 할당관세는 아직 FTA가 체결되지 않은 멕시코와 브라질의 돼지고기 수입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멕시코의 경우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최근 돼지고기에 대해 연말까지 수입 관세를 철폐키로 한 바 있다. 이에 비해 브라질은 올해 돼지고기 생산은 증가하고 있으나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줄면서 돼지고기 수출이 저조(4월말 32만7천톤 전년비 7% 감소)해 대체 시장을 필요로 하는 상태다.

■돼짓값만 올랐나=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왜 돼지인가다. 한돈 삼겹살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농축산물 소비자 가격은 전반적으로 다 올랐고 삼겹살보다 더 오른 품목도 상당수다. 지난달 31일 기준 냉장 삼겹 소비자가격은 ㎏당 2만9천320원으로 전년 동순 대비 16.2% 올랐다. 그런데 같은 기간 배추는 25~44%, 감자는 46~48%, 양배추 27~41% 등 더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게다가 수입 농축산물 가격을 보면 되레 돼지고기는 안정적인 편이다. 관세청이 발표한 4월 농축산물 수입가격 통계를 보면 전체 농축산물 평균 수입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33% 올랐는데 이 가운데 돼지고기는 12%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쇠고기는 44%, 닭고기도 37% 급등하는 등 다른 축산물과 비교해도 돼지고기의 수입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수입물량은 이미 차고 넘치는데다 한돈 물량까지 고려하면 할당관세에 대한 우려와 의문은 더 커진다. 4월말 돼지고기 수입량은 16만1천톤으로 전년 동기(10만1천톤)보다 60% 증가했다. 재고도 만만치 않다.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수입 삼겹(3만4천톤)과 전지(2만4천톤), 기타 부위(2만4천톤)의 재고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108%, 17%, 45% 많이 쌓였다. 한돈 역시 5월말 현재 783만여두가 출하돼 일년전(769만마리)보다 1.8%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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