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08년‧12년보다 더한 위기…돼짓값 때문에 버틴다
[심층분석] 08년‧12년보다 더한 위기…돼짓값 때문에 버틴다
과거 식량 위기 마다 농가 줄 폐업
고곡물가에 고사료비, 돈가는 낮아
올해 6천원대 돈가로 생산비 감당
돼짓값 무너지면 폐업 속출 배제 못해
‘금겹살’ 등 여론몰이로 현실 호도 안 돼
생산비 절감만큼 돈가 안정 노력도 중요
  • by 임정은

최근 돼짓값이 양돈농가들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적자 양돈과 대규모 폐업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최근 6천원대를 지속하고 있는 돼짓값이 버티게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는 다시 말하면 돼짓값이 무너지면 현재의 안녕도 위태로워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과거 식량 위기보다 더한 위기=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도 국내 양돈 경영은 과거 경험했던 위기가 재현될 여지가 충분하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가 매달 발표하는 국제 곡물 가격 지수를 보면 지난 3월 170.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07/08년과 11/12년 식량 위기 때보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더 높다는 얘기다. 실제 FAO 곡물가격 지수로 비교해보면 08년과 11년 연평균 곡물가격 지수가 각각 137.6, 142.2를 기록한데 비해 올해는 4월까지 평균 156.4를 기록 중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곡물 가격 상승은 대규모 농가 폐업으로 이어졌다. 그 중 07/08년 당시를 보면 사료비(100㎏ 기준)가 06년 7만7천원서 08년 11만9천원으로 2년 새 54% 올랐다. 그리고 그 결과 06년 1만1천호에 달하던 양돈농가는 08년 연말에는 7천700여호로 줄었고 그 중에서도 07년(9천800호)과 08년 사이 2천호가 넘게 폐업해야 했다.

이번에도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국제 사료곡물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지난해부터 이미 사료값도 오르기 시작됐다. 아직 사료곡물 시세가 오른 만큼 사료 값에 다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보다 더 결정적으로 과거 식량 위기 때와 올해가 다른 것은 바로 돼짓값이다.

07/08년 당시 생산비 상승과 동시에 07년 돼짓값이 3천236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1% 하락하고 08년 초반까지는 2천~3천원대 초반대서 전전하며 농가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했다. 11/12년 식량 위기 때 역시 사료가격 상승과 함께 돼짓값이 하락했는데 12년은 4천135원으로 11년(6천149원)은 물론 2010년(4천232원) 대비로도 떨어지고 특히 13년(3천756원)은 돼짓값이 3천원대까지 빠지며 정부 통계로도 평균 두당 2만8천원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올해도 생산비가 올라 3월까지는 많은 양돈농가들이 적자를 호소했지만 이후 돼짓값이 올라 한숨 놓을 수 있었다. 4~5월(18일 현재) 돼짓값이 각각 5천251원, 6천506원을 기록, 다행히 생산비 이상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평균 생산비를 4천500원대로 잡고 있는데 여기서 올해 인상된 사료비를 감안해도 지금과 같은 돼짓값이라면 아직은 괜찮다는 얘기다.

■갈림길에 선 양돈농가=지금의 고돈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있다. 바로 사료 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국내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 지수는 올 1분기 143.6으로 일년전 99.8보다 44% 가량 올랐다. 이는 주로 지난 2020년 하반기 코로나 19 여파와 중국의 수요 증가로 인한 1차 국제 곡물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것으로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시점이 2월 하순인 만큼 그 이후 구매한 사료 원료가 도입돼 사용되면 사료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곡물 수입지수 역시 이를 반영, 2분기 158.9로, 3분기는 169.7로 더 가파른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돼짓값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돼짓값이 아니라면 과거 위기가 바로 코앞까지 와 있기 때문이다. 돼짓값이 경영 위기와 안정의 갈림길에서 농가들을 붙들고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기도 한 것이다. 돼짓값은 연중 5~6월이 가장 높은 시기로 계절적 흐름만 본다면 아직 더 오를 여지도 있다. 또 예년 같았으면 돼짓값 하락이 우려되는 하반기도 올해는 출하물량 감소로 예년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과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최근 삼겹살 가격이 고물가의 상징처럼 공격받고 있다. 식량 위기로 인한 먹거리 물가 상승이 연일 집중 보도되면서 이번에도 금겹살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생활 전반에 걸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자들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2천800원(100g 기준)대까지 오른 삼겹살 가격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값싼 수입육이 파고들 여지도 더 높아진 셈이다. 현재의 고돈가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그만큼 고돈가에 대한 위협도 거세지고 있다.

올해 곡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비 안정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돼짓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책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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