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Ⅱ①] 외부 위기보다 내부 위기가 더 문제다
[창간 22주년 특집Ⅱ①] 외부 위기보다 내부 위기가 더 문제다
고돈가 시기 성적 제고 부진 뼈아파
EU 7% 향상 때 우리는 2% 개선 그쳐
고곡물가로 양돈 경쟁력 현주소 드러나

전쟁 등 외적 변수의 위기처럼 보이지만
국내 낮은 생산성에 더 주목해야할 때
변동성 큰 곡물가…경영 안전망도 필요
  • by 임정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굳건했던 한돈산업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국제적 高물가의 그림자가 한돈산업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특히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고 있는 곡물가격은 국내 양돈업에 치명적인 위기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당장 양돈 생산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가 이미 수차례 인상되면서 생산비 상승이 시작됐는데 이것으로 끝이 아닐 것이란 경고가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심상치 않은 국제 곡물 시장 상황을 볼 때 고곡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이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곡물가 상승인 듯 보이지만 그 이전에 국내 양돈산업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특히 안정적인 양돈 경영이 가능했던 최근 몇 년, 생산성에 투자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지만 되레 생산성 제고와 생산비 절감 등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에 둔감해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때다. 고 곡물가 시대가 아니더라도 돼지고기 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상 한돈산업의 생존전략으로서도 생산성 제고는 놓칠 수 없는 과제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한돈산업 생산성과 경쟁력의 현주소, 그리고 과제가 고곡물가 시기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금 양돈산업을 둘러싼 환경들을 보면 하나같이 국내 양돈산업이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이를 통해 국내 양돈산업에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보다 분명해지는 지금이 양돈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기의 시작=FAO 세계 곡물가격 지수를 보면 지난 2020년 평균 103.1로 전년(96.6)대비 6.7% 오른데 이어 지난해 131.2(전년비 27.3%↑)로, 올해는 3월말 현재 152(〃 15.9%↑)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만 보면 170.1포인트로 지난 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연히 이전 식량 위기 시기인 11~12년(최고가 11년 3월 151.4)과 07~08년(최고가 08년 3월 163.3) 수준을 훌쩍 넘기고 있다. 곡물가격만 보면 그때보다 더한 식량 위기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의 곡물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안정될 것이란 희망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이는 곧 양돈산업에는 재앙적 수준의 생산비 상승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양돈산업은 이미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달 발표하는 양돈 배합사료 공장도 가격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연초만 해도 ㎏당 500원대이던 양돈사료가격은 연말쯤 660원까지 올랐고 올해 1~3월 평균 679원까지 상승했다. 일년전보다 이미 20% 이상 오른 셈이다. 최근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양돈 생산비는 ㎏당 4천700원 안팎. 높게는 5천원까지도 계산하고 있는데 돼짓값은 그나마 지난해보다 올라 1~3월 평균 4천270원을 기록했다. 굳이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농가들이 적자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돼짓값이 6천원대에 진입하며 그나마 생산비 상승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한 이 같은 고돈가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 같은 경영 위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불안감이 최근 팽배하다. 고 곡물가의 원인이 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더라도 이미 고 곡물가는 해를 넘기기에 충분한 악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봄 파종 시기를 놓쳤고 세계적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세계 여러 곡창지대의 곡물 생산까지 감소할 수 있어서다. 최근 세계은행은 곡물을 비롯해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2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생산비 추가적인 상승은 물론이고 생산비가 언제 다시 안정될지도 기약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생산성이 위기의 본질=그런데 최근 한돈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가 국제적인 곡물가 상승 등 외적 원인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국내의 낮은 양돈 생산성은 지금과 같은 고 생산비 시대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더 반성해야 할 대목은 고돈가가 유지됐던 지난 몇 년 동안 양돈 생산성 향상은 지지부진했다는 점이다. 한돈팜스 사용자 17~20년 연도별 생산성적을 보면 PSY는 20.9두에서 21.34로, MSY는 17.8두에서 18.3두로 각각 2.1%, 2.8% 개선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세계 최고의 양돈 생산성을 보이는 EU(유럽연합)은 어땠을까? ADHB의 보고서에 따르면 EU 평균 PSY는 17년 27.6두에서 29.6두로, MSY는 26두에서 27.9두로 각각 7.2%, 7.3% 더 향상됐다. 덴마크는 MSY가 31두를 넘은지 오래다. 한국과 EU의 MSY는 17년만해도 8.2두 차이가 났으나 20년에는 9.6두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한국만 보면 지난 몇 년 그래도 성적이 소폭 상승했지만 EU와 비교할 때 과연 의미있는 생산성 개선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생산성 향상은 궁극적으로 한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그런데 한돈에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경쟁상대인 EU와의 차이가 더 벌어졌는데 이정도의 생산성 개선을 의미있다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국내 모돈은 유럽에서 들여온 다산성 모돈으로 점점 더 채워지고 있는데 유럽과의 생산성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좀 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시기다.

■이번에는 달라져야=현재의 위기는 외부로부터 닥친 불가피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결국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부, 즉 낮은 생산성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다. 물론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고 곡물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국제 곡물 시장에서만 위기를 바라보면 양돈산업은 조금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위기를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을 수도, 기상 상황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때문에 위기 극복은 지금의 위기 상황으로 분명히 드러난 국내의 낮은 양돈 생산성을 주목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비슷한 위기 상황 속에서 많은 희생을 치뤘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생산성 제고와 함께 챙겨야 할 다른 과제도 있다. 즉 손 쓸 수도, 예측하기도 힘든 국제 곡물시장의 변동성이 주는 충격을 완화해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과거 경험에서 볼 때 고 곡물가로 생산비가 급등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많은 농가들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과거보다 늘어난 각종 규제들로 양돈업으로의 신규 진입은 고사하고 기존 농가들도 규모를 더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양돈산업의 생산기반을 지킨다는 측면에서도 안전망은 필요하다.

진정한 위기 극복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 지나갈 때까지 살아남는 데서 더 나아가 더 강한 한국 양돈업으로의 발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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