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Ⅱ②] 생산성이 한국 양돈을 살린다
[창간 22주년 특집Ⅱ②] 생산성이 한국 양돈을 살린다
올 고돈가 지속에도 적자 걱정 놓지 못해
한국, EU‧미국 비해 생산비 배 이상 많아
덴마크 등 MSY 30두 안팎 ‘넘사벽’ 수준
물 건너와도 값싼 수입육 원인은 고생산성

고돈가 시기 국내 양돈 생산성 제자리걸음
경쟁국보다 성적 개선 미미…정체 아닌 퇴보
한-EU MSY 차 7.7두→9.6두로 더 벌어져

EU와 같은 모돈 기르면서 생산성 천양지차
국내서도 선진국 성적…기후 등 이유 안 돼
생산성 제고 여지 높아 위기 계기 개선에 박차

옥수수 자급 1% 미만 사료 수입 의존 높아
곡물가 변동 충격 국내 양돈 경영 충격으로
허가제 시대 농가 폐업은 곧 생산기반 손실
관심 멀어졌던 경영 안정제도 검토해볼 때
  • by 임정은

최근 국내 돼짓값은 완연한 봄, 그 자체다. 1분기 3개월 모두 월평균 4천원 이상을 기록한데다 4월에는 5천원을 넘어 6천원대까지 치솟아 돼짓값만 보면 이런 호시절도 없다. 그런데 정작 양돈농가들은 고돈가가 무색한 경영 불안을 겪고 있다. 생산비가 올라서다. 업계에서는 생산비가 높은 농가의 경우 5천원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러면 바로 얼마전 까지 많은 농가들이 적자를 경험했다는 얘기다. 

물론 생산비가 많이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까지 오르면서 최근 국내외 물가 통계들은 신기록 행진 중이다. 특히나 양돈은 최근 급등한 곡물 사료가 생산비의 60~70%를 차지해 타격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도 5천원대 돈가에도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EU(유럽연합)는 지난해 양돈 경영 악화로 모돈 감축이 이뤄지면서 두수가 감소했으며 지난 4월 돼짓값이 다시 살아나기 전까지 적자 경영은 계속됐다. 양돈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지닌 EU도 생산비 상승과 돼짓값 하락에 따른 적자 경영의 후폭풍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우리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ADHB의 EU 회원국 양돈 생산비 자료를 보면 20년 기준 ㎏당 평균 생산비는 1.6유로를 기록했다. 4월 말 현재 환율로 1유로는 1천343원이니 2천원 안팎의 생산비를 기록했다는 얘기다. 같은 보고서에 함께 소개된 미국 캐나다, 브라질은 1.01~1.08로 더 낮다. 물론 최근에는 사료 곡물가격 상승과 에너지, 인건비 등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비가 이보다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이들 나라들과 4천원대를 훌쩍 넘는 한국의 생산비 차이는 줄지는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아니 더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생산성 차이가 곧 생산비 차이=무엇보다 한국과 이들 양돈 선진국과의 생산성 차이가 생산비 차이를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EU 2020년 기준 양돈 생산성을 보면 EU 평균 MSY는 무려 27.9두이며 덴마크(31.6두), 네덜란드(29.4두), 독일(29두) 등 주요 수출국들 성적은 그야말로 ‘넘사벽’처럼 보인다. 한돈팜스 일반 사용자 기준 MSY가 20년 기준 18.3두였으니 무려 10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주요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양돈 생산성적을 비교해 보면 PSY는 △덴마크=33.9두 △네덜란드=30.8두 △독일=30.6두 △브라질=28.9두 △미국=27.3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1.3두로 최대 12마리 이상 뒤지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폐사율로 한돈팜스 평균 폐사율(이유 후)은 14.1%에 달하는데 비해 다른 나라의 폐사율을 보면 이유~자돈구간은 2.3~4.6%, 비육구간 폐사율은 2.3~5.3%에 불과하다. 이유 후 육성률로 비교해보면 한국이 85.9%인데 비해 EU는 이보다 10%P 가량 높다. 

번식부터 비육 출하단계까지 전 구간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뒤지고 있다. 특히 높은 폐사율은 결국 생산성 손실로, 또 직접적인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태어나서 출하되기 전에 폐사하는 돼지들은 그 자체로 비용이고 그 비용은 나머지 정상적으로 출하되는 돼지들의 생산비에 고스란히 배분되기 때문이다. 모돈 두당 출하두수가 많던 적던 고정적으로 모돈을 사육하고 유지하는데 소비되는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이는 단순히 사료를 비롯해 돼지 생산비를 구성하는 비목들의 시장 가격 등락과 상관없이 양돈장 성적에 따라 생산비 수준이 크게 좌우된다는 얘기다. 

이를 보다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하는 자료도 있다. 축산경제연구원이 지난 19년 발표한 ‘한돈농가 생산성(MSY) 향상을 위한 연구’ 최종 보고서에는 MSY에 따른 수익성 변화를 분석한 자료가 있다. 모돈 200두, 돈가 4천300원 가정 시 MSY 15두 일 때와 MSY 24두 일 때 비육돈 두당 경영비는 각각 34만1천원, 28만4천원을, 또 두당 순수익은 각각 1만9천원, 7만7천원으로 MSY 24두 농장의 두당 순수익이 무려 4배 가량 많았다. 같은 모돈 규모라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모돈 사육비가 동일한데 그 비용 부담이 15로 나뉘느냐, 24두로 나뉘느냐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MSY 18두의 한국 양돈업과 30두 이상 EU 양돈업에 대입시켜 생각해보면 한국과 수출국들과의 생산비 차이가 결국 생산성 차이에서 온다는 점도 자명해진다. 그리고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물을 건너와도 한돈보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체 아닌 퇴보=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또 있다. 한돈팜스 기준 국내 MSY는 지난 18년 17.9두에서 20년 18.3두로 0.4두(2.2%) 향상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EU 평균 MSY는 25.6두에서 27.9두로 7.7% 늘었다. 18년 EU에 7.7두 뒤지던 한국 MSY는 20년 9.6두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국내 양돈 생산성 향상은 국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생산성을 높여야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그래야 한돈이 가장 취약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 경쟁국들의 생산성, 그것도 이미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열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세 걸음 겨우 뗀 정도이니 이는 정체도 아닌 실질적 퇴보인 셈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14년 이후 국내 돼짓값은 19년을 제외하고 연평균 4천원 이상을 기록했고 사료를 비롯해 생산비도 안정적이었다. 이에 통계청이 발표하는 돼지 생산비 통계를 보면 13년 이후 매년 양돈은 흑자 경영이 가능했다. 적어도 양돈 경영 측면에서는 생산성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다질 수 있는 여력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혹자들은 되레 고돈가 시기가 지속되면서 생산성의 중요성에 둔감해진 농가들도 없지 않다고 꼬집고 있다. 

■생산성 개선 여지 높아=이처럼 뒤처지는 국내 양돈 생산성은 그러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모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최근 국내 양돈장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다산성 모돈이 채워지면서 유전적 잠재력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대로 정작 성적은, MSY는 그렇다 해도 번식 성적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럽 국가들과의 차이를 조금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다산성 모돈들이 도입은 됐지만 정작 국내 양돈장의 시설, 사양 번식 관리, 경영 관리, 질병‧환기 관리 등 농장 운영 전반에 있어서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되레 다산성 모돈들이 가진 취약점, 즉 많은 산자수들로 인한 낮은 생시 체중 등이 생산성을 발목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기후적으로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서도 선진국 못지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양돈장들이 있다. 이는 분명 다른 양돈장에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또 개선의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장 한돈팜스 내 상‧하위 농장 성적만 비교해도 지난 20년 기준 전문 사용자 중 상위 10% 농가의 평균 PSY는 28.2두, MSY 25.3두로 미국(27.3두, 24.6두)이나 캐나다(25.3두, 24두)의 평균보다 높고 EU 내 최대 수출국 스페인(28.1두, 25.7두)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하위 10% 농가들은 PSY 17두 MSY 16.5두에 불과하다. 

양돈 생산성은 종부에서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에 있어서 해당 양돈장이 가진 기술과 노력이 집약된 최종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한돈농가 MSY 향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MSY 성적 상하위 농가들을 대상으로 사육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위 농가 대비 하위 농가의 관리 수준이 △사양관리=73.3% △질병예방=65.3% △시설환경=84.8% △번식기술=78.2% △농장경영=58.7%로 나타났다. 각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 과정‧전 분야에서 상위 농가와 하위 농가의 관리 수준 차이가 컸다. 생산성 상하위 농장의 MSY 차이도 한두 가지 이유로 혹은 관리의 차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MSY를 높이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지금 한국 양돈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극복을 위해 농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향후 지속 발전을 위해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측면에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농가 기댈 곳 있어야=물론 국내 양돈산업의 생산성 제고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순위에 꼽아야 할 과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의 충격은 생산성으로만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양돈 생산성이 최고 수준인 EU만 보더라도 세계적인 곡물가, 유가 등 생산비 상승에 많은 양돈농가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 돼짓값이 약세를 형성했던 탓도 있지만 치솟는 생산비에는 제 아무리 MSY 30두 안팎의 높은 생산성을 갖췄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사료 곡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더욱더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19년 기준 국내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옥수수 0.7%, 콩 6.6%, 밀 0.5%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①중국 ②일본 ③멕시코 ④이집트 ⑤스페인 ⑥네덜란드 ⑦대한민국 ⑧터키 ⑨이탈리아 ⑩베트남)로 곡물 수입이 많은 나라다. 또 수입하는 곡물 가운데 밀, 콩, 옥수수가 95%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사료용이 67.7%에 달한다. 국내 돼지들은 거의 100% 수입 곡물을 먹여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은 곧 국내 양돈업계 생산비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에도 그렇지만 과거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를 보면 곡물가뿐만 아니라 환율도 덩달아 상승하면서 원가부담을 높였다. 그리고 그 결과 세계 식량위기는 곧 국내 양돈업의 위기로 이어졌으며 이때마다 국내 수많은 양돈농가들이 한계상황에서 폐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연말 양돈장수가 5천942호로 일년전보다 2.2% 줄어 다른 해보다 높은 감소폭을 보였다. 특히 1천두 이하 농장만 무려 9% 가까이 감소했다. 규모화의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생산비 상승에 취약한 소규모 농장이 이처럼 큰 폭으로 줄었다면 이는 생산비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짐작을 낳고 있다. 지난해처럼 돼짓값이 올랐을 때도 이럴진대 돈가마저 불안해지면 다시금 07~08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 

국제 사료 곡물 급등을 막을 길이 없다면 그 방패막을 세워 대비해야 한다. 물론 곡물 가격 상승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국제 곡물 수급 위기 단계를 안정에서 주의로 격상한 이후 곡물 수입 절차를 개선하고 사료업체 원료구매자금의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또 국제곡물수급대책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추가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사료원료 대체 원료인 겉보리, 소맥피의 할당물량을 증량하고 대체 원산지 확보 등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이 실질적으로 국내 배합사료 등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 곡물 시장의 절대적인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향후 전쟁 상황에 따라 지금의 고곡물가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 대책은 단기적 미봉책에 그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전쟁이 끝나고 다시 곡물 시장이 안정된다고 해도 국제 곡물 시장에 불안은 언제고 다시 찾아올 수 있고 그 때마다 국내 양돈산업은 다시 지금과 같은 위기를 겪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상정, 제도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대책을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와 같이 대부분의 사료 곡물을 수입하는 일본이 오래전부터 배합사료가격 안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입 원료 가격이 직전 1개년 평균을 넘을 경우 발동되는 통상보전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 때 발동되는 이상 보전의 2단계로 짜여있다. 이번에는 8년만에 이상보전이 발동됐다. 일본은 사료가격뿐만 아니라 돼짓값의 하락이나 가축질병 등 양돈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에 대한 안전장치를도 두루 갖췄다. 

우리도 식량 위기 때마다 사료가격 안정 기금 등 비슷한 대책들이 거론됐지만 이내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반복해왔다. 그런데 허가제 도입 이후 양돈농가들의 폐업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한돈산업의 생산기반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졌다. 이번에야 말로 양돈업의 경영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반드시 마련돼야 하는 이유는 더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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