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Ⅱ③] 불황서 살아남아야 기회도 있다
[창간 22주년 특집Ⅱ③] 불황서 살아남아야 기회도 있다
07~08년 사료비 10차례 가까이 올라
돈가도 생산비 이하 전전, 2천호 폐업
고곡물가 수출국에도 악재…사육 감소
불황 이후엔 생산‧수입 줄면서 고돈가로

국제 시세 안정돼도 고생산비 더 지속
곡물가 반영 시차…현 사료비 최고 아냐
  • by 임정은

최근 양돈업 위기 상황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과거 국제 곡물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국내 양돈농가들은 경영 위기에 내몰렸고 많은 희생도 따랐다. 특히 07~08년은 최악의 위기였다. 한해 동안 2천여호의 농가들이 폐업했는데 그 수로만 보면 2년 후 구제역 사태보다 양돈업에 미친 충격이 더 컸다. 이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아직 버틸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당시의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 비슷한 위기 상황들은 많은 피해를 남겼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향후 지금과 같은 위기는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과거 경험을 통해 현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향후 닥쳐올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더 강한 한돈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고곡물가, 대규모 폐업 사태로=07~08년 당시,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위기가 시작됐다는 점은 지금과 같지만 곡물가격이 오른 원인은 지금과 좀 달랐다. 당시에는 바이오 에탄올용 수요 증가와 투기 자본의 가세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나날이 높아지는 사료비 부담에 양돈 농가들은 경영난에 내몰려야 했다. 07년에만 3차례, 그리고 08년에는 무려 6차례 사료비가 올랐다. 이에 비육돈 두당 사료비 역시 06년 8만7천원서 07년 9만8천원으로 또 08년 13만2천원으로 2년 새 52% 오르면서 생산비 상승의 주원인이 됐다.

그런데 당시 피해가 컸던 또 다른 원인은 돼짓값에도 있었다. 연평균 돼짓값이 06년 3천632원서 07년에는 3천236원으로 11% 급락했는데 특히 07년 10월 이후 2천원대로 내려앉은 돼짓값은 이듬해 3월까지 2천~3천원 초반대 생산비 이하의 저돈가가 지속됐다.

그리고 이 같은 경영악재들은 양돈농가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06년 12월 1만1천300호이던 양돈농가는 07년 9천800호로, 그리고 08년 12월 7천700호로 무려 32% 가량 줄었다. 08년 한해만 2천100여호의 농가들이 폐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08년 폐업한 농가 가운데 2천호 가량이 1천두 미만 농가(6천700→4천700호)였다.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 역시 생산비 상승에 특히 소규모 농가들이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07~08년 전체 돼지 사육두수가 5.4%(960만6천마리→908만7천마리) 줄 때 모돈은 9% 넘게(100만4천마리→91만3천마리) 감소했는데 이는 폐업을 하지 않은 농가들도 생산비를 못 이기고 사육규모를 줄였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불황 뒤 호황 뒤따라와=다행히 이후로 돼짓값이 살아났다. 09년은 1월부터 4천원대로 시작해 3월 5천원대까지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신종플루가 돼짓값 발목을 잡았지만 그럼에도 연평균 4천449원으로 전년 대비 11% 가량 올랐다. 여기다 그동안 오르기만 했던 사료가격도 사료곡물 가격과 환율 안정으로 2월을 시작으로 5차례 하락하며 농가들의 경영에 숨통이 트였다.

당시 돼짓값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양돈농가들이 폐업하고 모돈을 줄이면서 출하도 많지 않은데다 수입물량도 감소한 때문이다. 당시 수입량은 07년 24만8천톤서 08년 21만4천톤으로, 09년은 21만톤으로 감소하면서 국내 돈가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고 생산비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던만큼 수출국들도 생산이 줄면서 국내 수입물량도 감소한 것이다. 결국 고곡물가에 따른 불황은 이후 고돈가의 원인이 됐던 셈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슷한 상황은 역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았던 11~12년에도 찾아왔다. 당시에도 사료가격이 오른 동시에 돼짓값이 하락했는데 12년 돼짓값은 4천135원으로 11년(6천149원)은 물론 2010년(4천232원)에 비해서도 하락했고 13년(3천756원)까지도 불황은 이어졌다. 특히 13년은 두당 2만8천원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많은 농가들이 생업을 떠났고(12년 3월 6천400호→13년 12월 5천600호) 모돈 두수도(95만마리→89만5천마리) 줄었다. 그 결과 14년에 돼짓값(5천113원)이 전년 대비 36% 이상 올랐다. 당시 수입물량은 늘었지만 돼짓값에는 더 결정적 변수가 되는 한돈 물량(1천613만두→1천569만두)이 준 때문으로 이후 고돈가의 출발점이 됐다.

■생산비 상승 이제 시작=한 가지 더 당시 상황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료값 변동 시기다. 07~08년 당시 FAO 곡물 가격 지수를 보면 반년 가량 80포인트 후반대서 유지되던 곡물 가격 지수가 07년 6월 90포인트대로 진입하더니 이후 급등세로 전환, 08년 3월 163.3까지 거의 매달 상승세를 질주했다. 이후 9월까지도 120 이상서 고가 추이를 이어가던 곡물가격 지수는 서서히 하락세로 접어들어 08년 연말께 100 이하로, 09년은 내내 100이하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런데 국내 양돈사료 가격(공장도 가격 기준)을 보면 FAO 곡물가격 지수로는 08년 3월이 가장 고점이었으나 국내 사료가격은 08년 12월과 09년 1월이 가장 높았고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을 찾은 이후에도 국내 사료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 이는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 사료가격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된 때문이다. 이에 돼지 생산비 가운데 사료비(100㎏ 기준)는 07년(8만9천원)보다 08년(11만9천원)이, 그리고 08년보다 09년(13만2천원)이 더 높았다. 이 같은 패턴은 11~12년에도 나타난다. 당시는 07~08년과 달리 공급 측면에서 먼저 문제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미국의 가뭄으로 곡물 가격이 들썩이자 투기 자본까지 가세하면서 옥수수, 콩을 시작으로 곡물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12년 하반기 고점을 찍고 이후 안정을 찾아갔다. 그런데 정작 사료비는 11년(15만1천원)보다 12년(15만4천원), 12년보다 13년(16만1천원)에 더 올랐고 13년 최악의 불황을 맞게 된 결정적 원인도 돼짓값 하락과 고생산비에 있었다.

최근 지금의 고곡물가가 2~3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면 지금까지의 생산비 상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불안을 떨치기 힘들다. 그런데 이 얘기는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부터라도 생산비 상승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특히나 생산비 절감에서 가장 결정적인 양돈 생산성 제고 노력은 지금 당장 생산비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놓지 말아야 할 과제다. 그리고 과거 경험들이 말해주듯 버티고 살아남으면 반드시 호황의 시기가 찾아온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고곡물가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생산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제고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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