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Ⅱ ④]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창간 22주년 특집Ⅱ ④]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中‧코로나로 20년 8월 1차 상승세 지속 중
올 3월 우크라 사태 발발로 곡물가 더 올라
국내 도입 곡물가 올랐지만 전쟁은 미반영

35개국 식량 수출 제한…불안 더 고조시켜
환율도 급등…경영 먹구름 폭풍될 조짐
현 고곡물가 24년까지 지속될 가능성 제기
한돈, 고생산비와의 장기전 대비해야 할 때
  • by 임정은

최근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이 사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올해 돼짓값 상승에도 출하할 때마다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최근 돼짓값이 6천원대를 넘어서며 당장 적자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언제까지 지금의 돈가 수준이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생산비가 언제 다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다. 앞서 살펴본 과거 사례들을 볼 때 국제 곡물가격이 지금 바로 하락세로 접어든다 해도 당분간 고생산비는 안고 가야 할 숙제가 될 수 있다. 하물며 향후 2~3년은 고곡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지금,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아직은 버틸만?=그동안의 고곡물가에 따른 위기 상황은 공교롭게도 돼짓값 하락과 함께 찾아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돼짓값이 괜찮다. 지난해 돼짓값은 연평균 4천722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사료비가 올라 평균 생산비는 4천원을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적어도 돼짓값이 생산비 상승을 감당할 수준은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위기감이 조금 더 고조되는 분위기다. 올해 돼짓값은 4월말 현재 평균 4천488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3천951원)보다 13% 가량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료 값 인상이 이어지며 생산비가 그사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농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재 생산비 수준을 4천500~4천700원 안팎을 추산하고 있다. 많은 양돈농가들이 올해 돼짓값 상승에도 적자를 봤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 돼짓값이 6천원을 넘는 고가 행진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얼마나 더 현재의 돼짓값 수준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향후 사료 값 추가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료값 추가 상승 여지 높아=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3월 FAO 곡물 가격 지수는 170.1포인트로 전년 동월보다 37.3% 상승하며 90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 강세가 특히 두드러져 다른 곡물 가격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양돈 생산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곡물 가격 상승분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미 국내 양돈 사료값은 여러 차례 인상이 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상당부분 지난 2020년 시작된 인상분의 반영이다. 앞서 살펴본 과거 사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국제 곡물 시세가 실제 국내 사료 값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11~12년 세계 식량 위기가 지나가고 오랜 기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곡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ASF 회복 과정에서 중국의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했고 여기에 코로나 19 여파로 해상운임과 환율 상승, 주산지의 기상 악화 등도 동시에 국제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곡물 가격 강세가 시작돼 채 안정을 찾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지면서 곡물 가격이 한번 더 급등한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국내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 지수를 보면 21년 1~4분기 각각 99.8, 110.7, 128.1, 135.6으로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1분기 143.6으로 다시 한번 급등했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를 따라가지만 시차는 분명 있어 국내 도입 곡물가격에는 국제시세가 본격적으로 오른 시점보다 다소 늦게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돈바스 지역의 교전과 푸틴의 파병 지시가 이뤄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국제 곡물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시점이 2월 하순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국내 수입된 곡물은 그 이전에 구매한,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가 아직은 반영되지 않은 물량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아직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남았다는 얘기도 된다.

농경연 수입 가격 지수 전망치를 보면 2분기가 158.9로 1분기에 비해서도 10.7% 오르고 일년전(110.7)과 견줘서는 무려 43.5% 높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대미 환율 상승의 영향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흑해지역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시기에 구입한 물량이 도입되는 3분기 사료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69.7로 2분기보다 다시 6.8% 더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년전 대비 30% 이상 높다.

지난 4월 시카고 선물거래소 옥수수, 대두 선물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더 치솟았다. 여기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속에 연쇄적으로 다른 나라들도 곡물 수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곡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전쟁 이후 식량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나라는 35개국에 달한다. 지난달 인도네시아도 이 대열에 합류, 팜유수출을 중단했는데 그 여파로 대두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공급 물량 감소 외에도 각국의 식량 공급 중단 및 제한조치가 더 확대되면서 곡물가 상승과 수출 제한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여기다 곡물가격만큼 중요한 환율도 최근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연이어 올렸고 또 향후 더 올릴 것으로 예고하면서 최근 1천260원대로 진입했으며 1천300원대까지도 오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리고 있다. 앞으로의 양돈 경영 환경에 점차 먹구름이 더 짙어지면서 폭풍으로 변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고곡물가 장기화 전망도=점차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같은 악재들이 반영된 암울한 전망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미 곡물 가격 상승은 지난 08년 이후 최대폭이며 이 같은 역대급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24년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봄에 심었어야 할 옥수수, 보리 등의 파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올해 농산물 물가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은행이 전망한 가격지수를 보면 옥수수가 2020년 165(2010=100)에서 21년 260, 22년 310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추산됐다. 고가의 곡물 가격에 다른 나라들이 생산을 늘리면서 23년과 24년은 각각 280, 278로 올해보다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21년에 비해 높은 수준은 지속될 것으로 추산한 것이다. 이는 다른 곡물들도 마찬가지. 특히 비료의 가격이 급등해 비료 사용이 감소하면 이로 인해 농작물 수확량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FAO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흑해지역 곡물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이 평년 수준이 유지됐을 때 대비해서 22/23 밀 가격은 8.7~21.5%, 옥수수 8.2~19.5%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 흑해 곡물 수출량 감소가 유지될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은 다른 지역의 생산과 수출량이 늘더라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많은 양돈농가들이 경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다행히 돼짓값이 좋아 이전 식량 위기때에 비해 위기감이 덜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고곡물가 장기화 속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 결코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 고 생산비와의 장기전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일 수 있다. 지금의 먹구름이 어떤 폭풍으로 변할지 알 수 없는 지금, 단단히 대비할 시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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