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소시지가 어떻게 양돈장에?
중국산 소시지가 어떻게 양돈장에?
국경 검역 뚫고 양돈장에 배송돼
중국산 쥐덫에 미끼 상품으로 포함
농가 “기관 신고에도 안일한 대응”
검역본부, 수입 업체에 주의 조치
  • by 김현구

중국산 물품에 대한 정부 검역 조치가 허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 축산물이 포함된 물품이 양돈장에 배송된 것이다.

최근 전북의 한 양돈농가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쥐덫을 구매했다. 지난달 22일 중국어가 쓰여 있는 포장 박스를 수령 후 개봉하는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소시지를 발견, 크게 당황했다. 이에 농가는 업체에 문의한 결과 쥐덫은 중국산이었으며, 소세지도 중국에서 온 식품이라고 시인했다. 해당 소시지는 중국산 쥐덫 내에 포함된 쥐 미끼용 제품이라는 것. 즉 중국산 물품 내 포함된 소시지는 양돈장에 반입되서는 안되는 중국산 불법 축산물인 것이다.

양돈농가와 쥐덫 수입 업체간 대화 내용.
양돈농가와 쥐덫 수입 업체간 대화 내용.

농가는 소시지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했다. 그러나 검역본부 측은 해당 업체에 주의를 주겠다고 하면서, 소시지 처리에 관해서는 관할 지역 본부에 연락을 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관할 본부로 연락한 그는 불법 축산물 처리는 본부의 담당 소관이 아니라며, 인천공항 검역소에 연락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최종적으로 인천 공항 검역소로 연락, 관계자는 소시지를 회수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자체 폐기 하라고 지시하자 이 농가는 곧바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소독 절차를 거친 후 소시지를 그제저야 폐기했다.

현재 검역당국은 ASF 및 기타 위해 요소의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해 일본, 중국 등을 수입 금지 지역으로 고시했으며, 이들 지역에서 생산하는 축산물과 축산가공품은 국내로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 같이 부득이하게 중국산 쥐덫 내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소시지가 국내 양돈장에 유입되면서, 사실상 국경 검역은 뚫렸다. 후속 대응도 안일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온 소시지 인 만큼 혹시나 모를 ASF 바이러스 검출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한 소시지 수거 및 검사를 해야 했음에도, 이러한 절차 없이 농가에 직접 폐기를 지시한 점은 허술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만일 ASF 바이러스에 검출된 소시지가, 혹시나 여러 과정을 거쳐 사육 돼지들에게 취식됐다고 가정할 시 해당 양돈장은 중국발 ASF에 노출될 수 있었다.

검역본부의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쥐덫 내 중국산 소시지 검출은 굉장히 우연한 사례다. 앞으로 해당 업체에 소시지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에 해당 농가는 “중국산 소시지를 보자마자 갑자기 심장이 뛰고, 불안한 마음에 검역당국에 신고했지만 자체 폐기하라는 무책임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부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규제란 규제를 다 하면서 농가만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국경 검역 및 사후 대처 소홀로 농가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며 “정부의 안일한 조치로 농가들은 ASF 발생 가해자가 돼 살처분되고 재산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검역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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