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농축산업 최초로 ‘백년가게’ 인증받았어요”
[특별인터뷰] “농축산업 최초로 ‘백년가게’ 인증받았어요”
40년 양돈 경력‧가업승계 높게 평가
제1호 ‘양돈 명인’ 등 한돈업 산증인
일선에서 물러나 지역 사회 봉사 매진

모돈이력제, 8대 방역시설 강력 비판
정부‧농가 소통 통해 갈등 해소해야
“스스로 혼(魂)을 담아 돼지 사육 전념을”

김건태 비전농장 (충남 홍성) 대표
  • by 김현구
김건태 비전농장 대표는 '백년가게'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양돈농가들이 혼(魂)을 들여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건태’. 양돈인이라면 이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건태 대표(비전농장)는 양돈 인생 40년간 ‘자조금의 아버지’ ‘최초의 양돈 기술 명인’ ‘40대 첫 한돈협회장’ ‘3無농장’ ‘첫 HACCP 인증 농장’등 한돈산업 선구자를 뜻하는 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어서다. 최근 또 다시 양돈농장 최초로 중소벤처기업청이 인증하는 ‘백년가게’ 간판을 수여받으며, 한돈업의 자긍심을 높였다. ‘백년가게’는 업력이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중소기업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아 공식 인증 받은 점포를 말한다. 백년가게를 인증받은 농가는 농업 중 김건태 대표가 운영 중인 비전농장이 최초다.

김 대표는 백년가게 인증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현재 한돈업은 각종 갈등 위기에 봉착해 있다. 냄새 갈등, 정부의 사육 규제, 품질 저하 등 각종 갈등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이러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고자 백년 가게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물었다. ‘한돈업 갈등’과 ‘백년가게 인증’과 어떤 상관성이 있냐고. 그는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증하는 사업이다. 농가보다는 중소상공인들, 그리고 소비자들이 우선시되는 조직이다. 백년가게 인증을 통해 가업을 잇고 있는 양돈장들이 혼(魂)을 들여 돼지를 사육하는 치열한 현장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양돈업이 1차산업임에도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식량안보 사수를 위한 산업이라고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도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충남 홍성의 터줏대감 비전농장은 현재 40년 동안 운영되고 있으며, 7년전부터 김건태 대표의 아들이 대를 잇고 있다. 3만평 규모에 7천500두를 사육하는 축사는 적정 두수만을 사육하며 돼지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 특히 냄새와 해충과 민원이 없는 3무(無) 농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아울러 2009년부터 친환경동물복지시설을 완공하는 등 모든 시스템을 친환경 시설로 대체했으며 가축분뇨는 미생물을 배양하며 부패되기 전에 분해시키고 있다. 배출되는 분(糞)은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고 뇨(尿)는 발효시켜 정화된 액체로 방류한다. 비전농장의 모든 시설은 친환경으로 조성되어 냄새 없고 쾌적한 환경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비전농장의 노력과 대(代)를 이어 100년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장’을 처음으로 백년가게로 선정하게 됐다.

잠시 커피로 목을 축인 김건태 회장은 각종 강연에서 ‘혼(魂)이 없는 농업은 할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하곤 했다한다. 그 만큼 양돈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프로’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는 냉혹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농가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절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농가를 도와야 할 정부의 양돈 정책을 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양돈 경력 40년 되는 나도 이제 슬슬 지치려 하고 있다. 모돈이력제, 8대 방역 시설 의무화 등 현장과 맞지 않는 정부 정책으로 이제는 ‘혼(魂)’을 내세우기는커녕 ‘혼’이 나갈 지경이다”고 쓴소리 했다. 이에 김 대표는 2000년 초반, 정부가 축산농가와 지속 발전을 위해 활발히 소통했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정부가 축산농가와 반드시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1년~04년간 한돈협회와 축산단체협의장을 역임할 당시 매년 4회씩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받았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단체 임원들과 함께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실시했다. 영농지도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정부에 우리나라 농업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듯 잦은 간담회를 통해 그 당시 각종 축산 진흥 정책이 수립되기 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성과는 축산자조금법이 만들어 진 것을 꼽았다. 당시 김 대표는 임기 내내 축산물 소비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화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 살다시피 했다. 수많은 토론을 거쳐 드디어 축산자조금법을 입법화하는데 성공, 현재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정부와 농가간 소통이 전제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는 이 같은 소통도 적은 상황에서 정부가 갈등만 조장, 농가들을 사육 규제 정책으로 압박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백년가게 현판식

내년 고희(70세)가 되는 김 대표는 농장을 아들에게 맡기고 운영하고 대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에서 그가 필요한 곳은 힘이 닿는데까지 달려간다. 이는 주변과 함께 더불어 함께 살고자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한 양돈 최고 명인으로서 자부심을 지키고자 농장에서 혼을 담아 생산한 질 좋은 육류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기도 한다. 양돈 명인 전문 판매점 1호를 홍성에 개설했고, 천안에는 2호점을 개설했다. 특히 내달부터는 H 백화점에 ‘양돈 명인관’으로 특별 판매관이 구성, 김건태 양돈 명인이 생산하는 돼지고기가 판매된다. 김 대표는 “내 돼지고기가 백화점에 납품된다는 것은 기쁜일이다. 그러나 더욱 기대되는 점은 소비자들이 명인이 만든 돼지고기를 접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느끼는 전체 돼지고기에 대한 품질 만족도가 높아진다는데 더욱 의의가 있다”며 “향후 목표는 다른 농가의 품질 제고에 대한 동기 유발을 통해 전반적인 한돈 품질의 상향 평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돼지고기 품질을 높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돼지고기 품질이 높은 농장은 우선 돼지 복지를 통해 사람 복지도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즉 적정 밀도에서 자란 돼지들의 품질이 높은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적정 밀도에서 사육되는 농장은 근로자의 법정 노동 시간도 준수할 수 있는 농장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환경이 쾌적한 곳에서 자란 건강한 돼지는 근로자 건강 및 국민 건강에도 기여, 결국 돼지고기 품질 제고는 농장의 수익과 더불어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듣고 과연 양돈 명인의 생각은 일반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현재 한돈업은 각종 갈등이 많지만 각각의 양돈농가들이 주인의식, 특히 ‘혼’을 담아 돼지를 길러낸다면 한돈산업의 위기는 기회로 승화할 수 있다”며 “현재의 갈등의 시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 내 농장부터 진정성 있게 안전한 돼지 사육에 정진한다면 한돈업이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 젊은 양돈인 및 동료 양돈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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