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수의사회, 방역정책 질책을 보고
[칼럼] 대한수의사회, 방역정책 질책을 보고
동(同)으로서 절규이자 애절한 호소
환골탈태된 방역정책으로 응답해야
  • by 김오환

동(同)를 파자(破字)하면 재밌다. 경계 경(冂)에다 한 일(一), 입 구(口)자로 꾸며져있다. 울타리 속에 모여있는 또는 함께 하는 가족이나 친구, 뜻을 같이하는 집단을 의미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어들이 군대 동기(同期), 뜻을 같이하는 동지(同志), 같이 배운 동학(同學), 한 어머니에서 태어난 동복(同腹), 의견이 같은 동의(同意), 같은 민족의 동포(同胞) 등 부지기수다.

동(同)이란 단어로 묶인 사람이나 단체의 특징은 서로서로 보호하고 대변하고 챙겨주고 있는 점이다.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감춰주거나 남모르게 지적하면서 조용히 해결하고 있는 게 그들의 관례다. 크게 잘못하지 않은 한 비난이나 비평, 충고도 자제하는 것도 그들의 묵계다. 하지만 동(同)에서 공개적으로 지적받거나 비난, 비평을 받는다면 그 당사자는 보통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오죽했으면 (당사자를)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냈겠느냐라는 말이다. 몇 차례 경고를 해도 개선이 안 되니까 불가피하게 여론화해 개선을 유도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축산업계에서 일어났다. 대한수의사회가 수의사(농축산부 방역정책국)들이 중심이 돼 내놓은 정책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수의사회는 “동물 방역 명목으로 악법 남발하는 정부…과학적인 방역체계 구축 위해 전문가 의견 귀 기울여야”하는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농축산부의 방역정책을 신랄하게 질책했다.

수의사회는 이를 통해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모든 책임을 농가나 수의사에게 전가” “보여주기식 정책에 과도한 인력 비용 낭비” “묵묵부답 주먹구구 독불행정의 정책에 축산농가 피해” 등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이는 동(同)으로서 철저한 절규이자 간절하고 애절한 호소다. 이에 방역 당국은 정책의 환골탈태(換骨奪胎)로 응답, 동(同)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전국 수의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조직이며 단체이다. 그들은 소 돼지 닭 등 경제성 가축과 반려동물의 건강과 치료를 위해 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만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지 비방(祕方)을 알고 있다. 불가피하게 질병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치료해서 완치하는 비책도 갖고 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한 수의사들, 그것도 현장 수의사들이 많은 비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가축 방역과 치료에 있어 재야(在野)의 고수(高手)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런 그들이 정부의 방역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한 것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귀 담아 듣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뼈저린 반성을 통해 통찰(通察)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방역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축산업은 질병 발생을 최대한 줄여, 농장의 생산성 제고는 물론 경쟁력 역시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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