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기후변화 주범’ 근거부터 잘못됐다
‘축산업=기후변화 주범’ 근거부터 잘못됐다
한국축산식품학회 보고서

FAO 06년 관련 보고서가 발단
축산-운송 온실가스 불공정 비교
채식단체 지속적 확대 재생산

언론 받아쓰기로 사실로 고착
실제로는 교통 분야 1/10 불과
꾸준한 정보 바로잡기 노력 필요
  • by 임정은

축산업이 기후변화 위기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애초에 근거부터 잘못됐으며 따라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축산업의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진실’ 이란 연구 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평원 지원으로 한국축산식품학회가 수행한 이 연구 보고서는 축산업이 기후 변화 주범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불공정한 비교와 비과학적 주장, 채식주의 단체의 확대 재생산, 그리고 언론의 받아쓰기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발단은 FAO의 불공정 비교=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이 기후 위기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06년 FAO가 발표한 ‘축산업의 긴 그림자’에서 시작됐다. 당시 보고서는 축산 공급망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이 18%를 차지해 전 세계 모든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 불공정한 비교라는 지적이다. 축산업은 사료작물 재배부터 사료의 제조‧운송, 가축 사육‧수송‧도축‧가공‧판매‧폐기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운송부문은 운송수단이 제조‧운행‧폐기되는 전 과정과 연료의 생산‧가공‧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산, 비교했어야 하지만 단순히 주행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양만 비교했다.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직접배출만 놓고 따지면 세계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교통 분야가 16.9%를 축산업은 7%를 차지하며 국내로 보면 교통이 13.5%, 축산업이 1.3%에 불과하다. FAO 역시 13년 보고서에서는 축산분야 공급망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4.5%로 추정했으며 전후방산업을 제외한 직접배출분야는 7%로 추정하고 있다.

■비과학적 주장 더해져=그런데 한 술 더 떠 09년 환경관련 민간연구소 월드워치 연구소는 FAO의 온실가스 추정치가 많은 것을 누락했다며 축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보고서의 주장은 비과학적이며 학계는 물론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으나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을 채식주의 단체가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기 시작하면서 축산업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축산업에 덧씌워진 이 같은 그릇된 인식을 근거삼아 가축 사육두수 감축 주장이 힘을 얻고 대체육 시장은 매년 위협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축산업이 존폐 위기로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인식 바로잡기 나서야=보고서는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축산물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채식주의 단체의 홍보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이 쌓였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는 노력이 장기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축산업계로 온실가스의 책임을 떠넘기느라 정작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다른 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러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는 노력과 동시에 축산업계 또한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축산, 탄소중립 노력 동참해야=축산업의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이 과장돼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환경 정화 기능도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년 국내 기준으로 사료업계는 옥수수 등 식량 작물 2조원 어치를 구매했다. 또 대두박, 밀기울, 단백피 등 식품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식품제조 및 가공부산물과 농산부산물 구매액은 3조5천억원대에 달한다. 이는 곧 과거 농장 단위, 지역 단위에서 벌어지던 경종농업과 축산업과의 자원순환이 더 큰 국가 단위, 글로벌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산업을 축소시킨다면 축산업계가 소비하던 농산 부산물 등의 폐기물 처리 비용이 발생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폐기물 처리를 통해 더 많은 오염원이 배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축은 이를 이용해 고기, 젖, 알 등을 만들고 분뇨와 메탄과 같은 오염 물질을 내놓게 되지만 이 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축산업이 오염물질을 상당량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축산업이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것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축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해 가축분뇨 에너지화 인센티브제를 손보고 저메탄사료 개발과 상업화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지적됐다. 또 현행 사료와 축산물 가공과 유통에 있어서 탄소를 적게 쓰는 사회로 이행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 등 저비용, 저탄소 유통구조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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