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SF‧AI 발생 보도자료 필요한가?
[칼럼] ASF‧AI 발생 보도자료 필요한가?
일간신문 TV 보도 ‘득보다 실’
협회 조합 통해 농가만 알았으면
  • by 김오환

양돈타임스는 매일 발행하는 신문이 아니라 매주 만드는 신문이다. 주간 신문이라 신문의 3대 요소의 하나인 시의성(時宜性)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양돈이란 기사가 정치나 경제, 사회기사처럼 매일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마다 발행한 것이 적절하다. 또한 주간이지만 보도자료가 많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자들이 기사 90% 이상을 ‘만들어’ 낸다. 통계를 통해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양돈 관련 정부의 보도자료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고 기쁘다. 실질적인 양돈 보도자료는 가뭄에 콩 나듯이 한다. 그런데 ASF나 AI 등 ‘질병 발생’이나 ‘방역’ 관련 보도자료는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간신문이나 TV 등에서는 이를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YTN이나 연합뉴스 등 보도 전문방송에서는 시간마다 보도하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그 친절은 축산농가에게 득보다 실이 많다. 가축 질병 보도는 소비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ASF, AI의 발생 현황이나 방역 관련 보도자료를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질병 발생지역을 알려줌으로써 농가들이 방역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 약(藥)이다. 하지만 병(病)도 따라온다. 질병 발생에 따른 국민의 우려를 줄여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강조된다. 바로 그것은 방역에 필요한 ‘규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질병 관련 보도자료가 많을수록 규제의 강도는 그만큼 강해진다.

그런 법칙(?)은 이번에도 적용됐다. 야생멧돼지 ASF 발생 건수가 2천건이 넘고, 집돼지 ASF건은 불과 21건에 지나지 않음에도 집돼지 관리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될 운명에 처해 있어서다. 집돼지에서의 ASF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양돈장의 방역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전염원인 야생멧돼지 개체 수 조절에 집중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그런데도 정부의 방역 관리는 집돼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8대 방역 시설이 그런 예다. 만에 하나 집돼지에서 ASF가 잇달아 발생해 8대 방역시설이 무용지물될 때 정부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이처럼 ASF, AI 질병 발생 보도자료는 동전의 양면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디지털시대다. 굳이 정부의 보도자료를 일간신문이나 TV에 수시로 그렇게 널리 알리지 않아도 한 시간 이내면 신문이나 방송보다 빠르게 모든 농가에 전달할 수 있다. 정부가 협회와 조합의 연락망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국민의 삶과 크게 관련이 없는 가축 질병 발생 소식을 ‘자주’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신문이나 TV를 덜 이용하고 협회와 조합을 통해 질병 발생 소식을 알게 한다면 축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혐오와 불신을 잠재울 수 있다. 덩달아 육류 소비도 늘 수 있다. 농가와 업계는 더 빠르게 방역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청와대나 총리실 등 ‘윗분’들 대책 요구도 덜해 규제 또한 줄 것이다. 일거다득이다. 옛말에 집안 일은 집안에서 조용히 풀어야 그 집안은 기품(氣品)이 있다 했다. 디지털시대에 ASF, AI 등 ‘궂은’ 소문을 방방곡곡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지 고민했으면 한다. 축산업의 품격과 품위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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