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 들뜬 마음 재웁시다
[칼럼] 새해, 들뜬 마음 재웁시다
무명 오영수씨 세계적 영화계 상
초심으로 돌아가 연극에 몰두 중
  • by 김오환

최근 ‘오징어 게임’에서 노인역을 맡았던 오영수 배우가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으로서 영화계에서 아주 권위있는 상(賞)이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받고, 영화도 수십억 인구가 봤으니 오영수씨로서는 우쭐하고 의시댈만도 한데, 외견상으로 볼 때 겸손 겸양 그 자체다.

자고 났더니 유명해졌다는 말처럼 그에게 여기저기서 광고 섭외가 들어왔음에도 모두 거절하고 연극으로 돌아갔다. 그가 신문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 인상에 남는다. “왜 수많은 광고 섭외가 들어왔음에도 거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의 여건에 만족하고 있고, 들뜬 마음을 재우려고요.”

오영수씨는 국내에서 뜬 작품은 거의 없고, 출연해도 노인역이나 스님역을 주로 맡아 그를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오영수씨는 이번에 세계적 배우로 ‘뜬’ 기회를 이용, 돈도 벌고 이름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최근에는 연극에 몰두하고 있다.

오영수씨의 이런 자세를 보면서 ‘지족(知足)’ ‘만족(滿足)’이란 단어를 되새겨봤다. 왜 ‘족(足)’자가 이들 단어와 연관돼 사용되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봤다. 일반적으로 족은 발목 부분이다. 수천년간 농경사회를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벼농사하면서 물을 논에 공급해야 했다. 물 때문에 이웃과 다투기도 한다. 내 논에만 물을 공급할 수 없고, 이웃 농가의 논도 공급해야 한다. 벼의 상단 부분까지 물을 채울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 논 벼도 살고, 이웃 논 벼도 살기 위해 물을 발목(足)까지만 차(滿)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만족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하나가 ‘들뜬 마음을 재운다’는 대답이다. 무명 배우에서 세계적 유명 배우로 떴는데 부귀영화를 떨치고 연극에 몰입한다는 것은 보통 내공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한다. 속된 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야 그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런 오영수씨의 자세가 자본주의에 맞은 타입과는 멀게 느껴진다. 기회가 왔을 때 한몫 잡고 이름도 날리는 것이 자본주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멀리하고 그의 생활 터전인 연극으로 돌아가 공연하고 있다.

필자는 오영수씨의 ‘만족’하는 자세보다 ‘들뜬 마음 재운다’는 답이 맘에 든다. 만족은 경쟁 사회에서 한걸음 진일보하거나 발전하는데 길을 막는(?) 용어로써 동기부여가 약해서다.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단어여서 그렇다. 그러나 ‘들뜬 마음’을 재우지 못하면 실수와 과(過) 등 좋지 않을 부분이 노출돼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이런 사례를 많이 봐 왔고 겪었을 것이다. 지난해 한돈산업은 코로나로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2022년에도 농가의 수익과 농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 들뜨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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