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022년 세계양돈] 기록적 고돈가 가능성 속 불안도 공존
[신년특집-2022년 세계양돈] 기록적 고돈가 가능성 속 불안도 공존
코로나 2년 세계 양돈 양적 성장 발목
高생산비, 소비‧인력‧물류 불안 해 넘겨
美‧EU 사육규모 감축…새해 생산 줄 듯
中 정부, 돼지 지속 늘어 공급 자신 속
농가 경영 악화로 모돈 청산 주장도 제기
  • by 임정은

코로나 19로 인한 불확실성과 불안이 새해에도 이어지면서 세계 양돈산업의 양적 성장을 발목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시에 최대 생산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양돈산업은 엇갈리는 분석과 전망 속에 세계 양돈시장의 시계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

■미국‧EU 생산 감소 불가피=지난해 미국과 EU 모두 돼지 사육두수가 줄면서 올해 이들 나라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U 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중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은 2천354만톤으로 전년도 2천366만톤보다 0.5% 가량 적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돼지 사육두수가 준 때문으로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최대 생산국 스페인(3천240만마리, 〃 3.3%)은 늘었지만 나머지 주요국, 독일(2천470만마리, 전년 대비 3%↓), 네덜란드(1천147만마리, 〃3.3% ↓), 폴란드(1천103만마리, 〃3.5% ↓) 등의 돼지 사육두수가 일제히 줄었다. 특히 감소세가 더 두드러졌던 독일은 11월 기준 사육두수가 25년만에 최저치(2천360만마리)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상반기 증가세를 보였던 덴마크도 10월 두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미국 돼지 사육두수 감소세는 2020년 6월부터 시작해 지난해 12월까지 2년반 가량 지속됐다. 그 결과 12월 기준 돼지 사육두수는 7천420만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모돈두수도 같은 기간 계속 줄어 12월 618만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돈육 생산 감소세가 이어져 21년 1천258만톤에서 올해 1천251만7천톤으로 역시 전년 대비 0.5%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해를 넘기는 불안=지난해 EU와 미국의 돼지 두수가 일제히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돼지 값만 놓고 보면 미국과 EU의 양돈시장은 극과 극이라 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EU 돼지 도매시세는 6월 163유로까지 올랐으나 이후 한차례 반등도 없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11월 129유로까지 떨어졌다. 전년 동기대비 4.6%, 과거 5년 평균 보다 1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1~12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놓치지 않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4년 이후 지난해 돼지 값이 가장 높았을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미국과 EU 모두 사육두수가 감소한 것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인 양돈경영 여건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불안 요인들은 해를 넘겨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세계 양돈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비 상승이 그렇다. 세계적인 고 곡물가로 인해 사료비가 치솟고 지난해 코로나 회복 과정에서 불거진 물류난과 수급 불안, 그리고 그에 따른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세계 양돈산업도 덮친 것이다. 최근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21년 농업 소득 전망 자료에 따르면 사료비용이 13%, 가축 도입비가 15.6%, 연료비가 32.2% 상승하는 등 주요 경비가 일제히 치솟았다. 여기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시장 불안과 인력난도 해를 넘기며 미국과 EU의 양돈산업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돼지고기 생산을 위축시킬 위험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미국 양돈업계는 올해 시작된 캘리포니아 주민 발의안 12가 발등의 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유통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모돈에 더 넓은 면적을 제공하는 강화된 동물복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돼지고기 소비량의 15%를 차지하는데 이 규정에 맞추려면 생산비 상승이 초래되면서 미국 돼지고기 공급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는 ASF가 계속 말썽이다. 지난해 독일과 폴란드에서 ASF가 지속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해 지속적으로 ASF에 따른 시장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그 확산세를 볼 때 또 다른 수출국에도 ASF가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최근 중국과 지역화에 합의한 프랑스가 그 중 하나다.

■불확실성 높이는 中=세계 돼지고기 생산과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EU의 생산물량 감소는 곧 세계 생산량의 감소로, 더 나아가 세계적 돈가 상승까지 기대케 하고 있다. 그런데 최대 생산국이자 수입국인 중국 전망이 불투명하다. 중국은 19년 4분기부터 시작된 돼지 값 강세 기조가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 연초 47위안에 이르던 돼지고기 도매시세가 10월 19위안대까지 폭락했다. 전년도 동월(42.6위안) 대비 절반 이하다. 이는 ASF로 타격을 입은 양돈산업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으로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이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세계 양돈시장의 흐름도 바꿔 놨다. 그 중에서도 EU는 중국 수출 감소로 돼지 값이 하락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영향력은 새해에도 중국 양돈산업 흐름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전망 중 하나는 새해 중국의 수입이 다시 늘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 증가가 돈가 하락과 생산비 상승에 따른 농장의 폐업, 혹은 두수 감축을 위해 내다 판 돼지들이 많았던 때문이란 해석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보자면 중국이 지난해 돼지고기 생산이 많아 수입을 줄였지만 올해는 두수 감축의 여파로 다시 수입을 늘리면서 수출국들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공급물량 부족으로 수입을 늘리면서 22년 중국의 돈육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늘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9.5위안까지 떨어졌던 돼지고기 도매시세가 11월 24위안대로 오르자 중국 정부는 돈가 상승을 틈타 돼지 두수를 더 늘리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농업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중국 내 모돈 두수는 4천296만마리로 중국 정부가 정한 적정 규모(4천100만마리)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11월말 지정 규모 이상(연 2만두 이상) 도축장에서 도축된 돼지가 2억3천589만마리로 일년전보다 무려 66.1% 증가했다. 그런데 같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대규모 농장에서 사육된 돼지의 두당 순이익은 일년전보다 69% 감소했으며 소규모(방목) 농가는 90% 줄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모돈 두수는 7월부터 줄기 시작해 9월 4천459만마리서 10월 4천348만마리, 11월 4천296만마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돈가 하락과 경영 악화로 모돈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한편으로는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ASF 이후 중국의 양돈산업 재건이 빠르게 이뤄진 만큼 이처럼 높은 불확실성은 필연적인 결과일 수 있다. 여기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세계적인 코로나 19 상황과 ASF 확산 추이 역시 세계 양돈산업에 대한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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