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칼럼]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곡물가 저소비에도 선전 펼쳐
새해 힘들 듯 미진한 부분 채우길
  • by 김오환

세밑이다. 매년 그렇지만 올해 역시 다사다난했다.

순탄치 않았고 바빴고 한곳에 정(情)을 둘 틈도 없었다. 오락실 입구에 놓여있는 두더지처럼 안 하면 안될 일들이 이쪽을 누르고 나면 저쪽에서 튀어나오고 저쪽을 때리면 이쪽서 쏙 올라왔다. 그러다 여기까지왔다. 되돌아보면 이것저것 많은 것을 했음에도 손에 꼬~옥 잡히는 뭔가는 없다. 하지만 몇 년 가다 보면 그것이 쌓여 경륜이 되고 지식, 지혜가 되면서 일가(一家)를 이루는 것 같다.

올해 초 양돈업은 희망보다 근심과 두려움으로 출발했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돈 소비가 불안해서다. 양돈의 모든 희로애락이 ‘소비’에서 시작됨으로 소비를 위한 분위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연초 여건은 양돈 편이 아니었다. 백신 수입 늦장으로 코로나 불안은 가중됐고 방역조치는 더욱 심화됐다. 무엇보다 예고되는 양돈 상황은 농가를 좌불안석케 했다. 옥수수 대두박 등 곡물 가격 강세가 그랬고 환율도 도움이 안 됐다.

그렇게 양돈업이 우물에 빠졌는데 돌은 우물 안으로 계속 던져졌다. ASF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로 인한 정부의 조치는 더욱 강화됐다. 중점방역지구를 추가 설정하고 8대 방역시설을 주문했다. 느닷없는 모돈이력제가 제기돼 농장의 운신 폭을 줄였다. 코로나로 노동자들의 입국이 금지되면서 농장 인부마저 구할 수 없었다. 인건비도 풀쩍 뛰었다.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해 돼지를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 스스로 커가는 2021년이었다.

외환(外患)도 만만치 않았다. 대체육 배양육 등 ‘가짜 고기’ 등장으로 진짜 고기인 한돈은 되레 움추려야 했다. 매년 연례행사인 동물복지 주장에다 새로운 용어인 ‘탄소 중립’까지 뛰어나와 환경 이슈로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군(軍)에서는 한돈과 수입 육류와 경쟁토록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도축장이 없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천우신조가 일어났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멈추지 않았다. 어렵고 힘들수록 더욱 몸을 챙긴 것이다. 힘든 세상에 믿을 것은 체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웃도 도와줬다. 돼지고기 수입이 (막판에 늘었지만)줄었다. 한돈 시세 발목을 잡고 있던 뒷다리살 재고가 감소하면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던 3~4분기 돈가가 월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농가의 시름과 근심을 덜어줬고 피로를 풀어줬다. 연말 정부의 관리사의 숙소 인정은 농가의 또 다른 혹을 떼어내는 기쁨을 더해줬다.

이렇게 2021년 한국 양돈업은 흘러왔다. 하나 집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점이 있다. 올해 수익이 평균 미만인 농가들이다. 스스로의 사육 아집을 버리고 전문가에 마음을 열며, 냉정하고 냉철히 되돌아봤으면 한다. 무엇이 미흡하고 미진했는지 말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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