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 규제 ‘구동존이’의 지혜를
[칼럼] 양돈 규제 ‘구동존이’의 지혜를
8대 방역시설 등 농가 불만 팽배
현장 맞는 거 동의하고 이견 조정
  • by 김오환

규제(規制)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으스스하다. 규(規)자의 경우, 지아비(夫)가 보고(見) 있는 형국이다. 일이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옆에서 높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의 능률이 올라갈까요? 아니면 심적 부담으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십중팔구 후자의 입장일 것이다. 거기다 제(制)자를 보자. 칼 도(刂)가 있으니 마음 편할 일이 하나도 없다.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규제라는 용어는 반갑지 않고 달갑지도 않다.

그래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첫 일성으로 각종 행정 규제 타파를 내놓는다. 소위 ‘전봇대 뽑기’라며 불필요한 제도를 폐지하곤 했다. 하지만 봄비 온 후 죽순 나오듯 또 다른 규제가 쑥쑥 나온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또는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예방 차원서 발표된다. 항상 ‘사건 사고’가 문제다. 사건 사고로 인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바로 강력한 대안을 즉각 제시한다.

몇 년 사이 누구나 아는 그런 규제가 있다. 대형버스 사고 직후였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수명의 사상자가 났다. 이에 정부는 트럭이나 버스를 운행하는 사람은 안전운행을 위해 몇 시간 운전 후 반드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시민의 안전과 운전자의 안전이란 대의명분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운전자 등 충원 등 회사의 입장은 불편하다.

그런 경우가 양돈업에서도 일어났다. ASF 발생 이후다. 농장을 운영하는데 더 팍팍해졌고 더 힘들어졌다. 농장마다 8대 방역시설을 갖추라 하고, 몇 달간 분뇨 이동 지역을 통제하고, 모돈 이력제를 실시한다 하고~등. 이런 정책들은 ASF는 물론 다른 질병 방역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요즘 양돈 현장에는 더 시급한 현안이 널려 있다. 인력난이다. 사람 구하기가 힘든 데다 찾더라도 높은 임금 때문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산비도 그렇다. 사료 값 인상으로 생산비 걱정도 만만치 않다. 생산성도 고민이다. 산자수는 예전보다 많지만 출하까지 이어지지 않아 의욕이 상하고 있다. 돼지 값이 작년보다 괜찮아 경영 부담을 상쇄한다 하더라도 농가의 입장에서는 방역보다 경영 안정이 더 다급할 것이다.

이처럼 정부와 농가는 무엇이 선(先)이고 무엇이 후(後)인지에 대해 시각차가 있다. 공통점은 ASF 등 악성 질병 발생 없이 안정적 경영 활동으로 농가의 수익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국의 주은래(周恩來) 수상의 외교 전략을 참고했으면 한다. 정부와 농가는 먼저 해야 할 사항을 같이 숙의하고 다른 점은 다음에 추진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하향식 정책에서 한돈협회와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의 의견을 종합과 조정을 통해 현장에 맞은 정책은 같이(同) 찾아내고, 이견(異)은 서로 인정하고 조정했으면 한다. 이럴 때 양돈업 규제는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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