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요소수 품귀 사태와 양돈
[칼럼] 요소수 품귀 사태와 양돈
미-중 갈등으로 ‘새우등’ 터져
사료 원료도 주시…유비무환을
  • by 김오환

농업 전체도 아니고 축산 전체도 아니고 그중의 아주 작은 일부인 ‘양돈’ 한 품목의 신문을 만들면서 거창하게 세계 경제와 정치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마치 사마귀가 거대한 수레바퀴를 상대하는 것처럼 격에 맞지 않아 보인다. 물론 돼지고기를 생산, 공급하는데 자급자족하고 있다면 굳이 ‘세계’를 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서로서로 얽혀 있다면 세계를 눈여겨봐야 한다. 끝내는, 그 모든 것이 농장의 수익 또는 손실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독자께서 아시다시피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힘을 겨루고 있다. 경제, 군(軍)에서 그렇다. 경제와 군사가 맞물리면서 싸움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양국은 협력보다는 경쟁하고 대결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인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다양하게 다방면에서 갈수록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만 봐도 그렇다. 군사적으로 미국편을 든 호주를 응징하기 위해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최근 전력난 때문에 재개) 석탄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요소가 급감, 중국이 그것을 수출금지 품목으로 고시하면서 여파가 한국에 뛴 것이다. 요소 공급 불안으로 화물차 운행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되고 있다. 화물차 범위에 사료차, 사료원료차, 돼지 출하차도 포함돼 있어 세계 경제와 정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욱수수 소맥 등 사료 원료만 봐도 세계 경제와 정치에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사료 원료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옥수수 대두박 등 굵직굵직한 원료는 남미나 미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영양제인 보조사료(첨가제)는 중국에서 많이 의존하고 있다. 가격이나 지리적 이점에 의해 중국에서 생산, 공급받고 있다. 이들 품목은 수량이 많지 않아 옥수수처럼 수입 다변화하기도 그렇다. 그런데 비타민이나 아미노산, 인산칼슘 등 첨가제가 요소(수)처럼 공급이 불안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만에 하나 (첨가제 등)공급이 불안정할 경우 사료 품질에 영향을 줌으로써 돼지 생산성 제고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한국 양돈도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벗어날 수도 없다. 뾰족한 수도 없다. 그렇지만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현안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능력을 키웠으면 한다. 수동적 입장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업계-농가간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는 일이다. 그런 정보를 통해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양돈 경쟁력을 키웠으면 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미-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추상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현실에 즉각 영향을 주고 있다. 두 눈 바짝 뜨고 주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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