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남들과 다른 양돈, 듀록으로 성공했어요"
[농장탐방] "남들과 다른 양돈, 듀록으로 성공했어요"
충남 예산 '호은팜스'

경영학도서 우연한 계기로 가업 승계
육류 소비 증가에 성장 가능성 확신
사육규모한계, 부가가치 확대에 골몰

남들 가려 하지 않는 듀록 육종 도전
퇴교배 7년만에 상업적 듀록 생산 성공
산자수 낮은 약점 극복, MSY 20두 수준

소비자 듀록 육질에 칭찬 일색 ‘뿌듯함’
뉴트리나사료와 사양 협력 체계 구축도
“품종 차별화, 한돈이 추구해야할 길”
  • by 김현구
박경원 호은팜스 대표는 사육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듀록 육종을 시작,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생산성과 고품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박경원 호은팜스 대표는 사육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듀록 육종을 시작,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생산성과 고품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돈업계에는 장인(匠人)이 많다. 특별나게 생산성이 높은 농가, 출하 품질이 좋은 농가, 생산비가 낮은 농가, 냄새 저감을 실현한 농가 등 각각의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현재의 한돈업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장인이 있다. 바로 듀록 돼지를 생산하는 농가다. 듀록은 백색 돼지에 비해 맛은 뛰어나지만 포유 능력과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양돈농가에서는 듀록 사육을 기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농가는 듀록 품종에 대한 육종 개량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 삼원교잡(YLD) 일색의 돼지고기에서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듀록 돼지고기를 공급하면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농장은 바로 충남 예산의 ‘호은팜스’이다.

박경원 호은팜스 대표는 양돈업 대(代)를 잇고 있는 후계 양돈인이다. 그러나 박 대표가 처음부터 농장을 이어 받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일터였던 양돈장을 보고 자란 그는 양돈장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열악한 양돈장에서 힘들게 일한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 이에 그는 대학교 전공을 축산학과 대신 경영학과를 선택, 경영학도로써 학교 졸업 후 어엿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양돈과는 멀어진 삶을 영유하던 그에게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박 대표는 “부모님의 나이가 많아지자 농장 운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자주 하소연했어요. 그래서 자식인 제가 농장을 이어 갔으면 하는 속내를 자주 비추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농장 소득세를 정리하던 와중에 모돈 120~130두 규모에도 불구 처음으로 양돈장 수익성이 이렇게 높구나 라는 것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양돈업이 가진 가능성에 눈을 뜬 순간이었어요”라며 이때부터 양돈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이후 그는 도시생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양돈 후계 수업을 받게 된다. 양돈의 문외한이었던 그는 늦은 나이에 연암대학교에 입학, 양돈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

졸업 후 본격적으로 양돈업에 뛰어든 그는 시작부터 한계에 봉착했다고 한다. 농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하고 싶은 양돈에 제약이 많았다는 것. 그리하여 그는 가업 승계한 지 3년 만인 2010년 일괄 2천두로 확장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바로 양돈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퇴교배를 기본으로 한 듀록 육종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경영학 전공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보면 국민 소득 증가에 따라 육류 소비는 지속 늘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장은 그리 규모가 크지 않기에 남들과는 다른 부가가치가 높은 돼지를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것이 듀록 육종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한다. 부모님마저도 듀록 육종 도전에 내켜하지 않으셨다. 이 같은 주위의 선입견이 오히려 그에게는 도전이라는 강한 결심을 던져줬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흑돼지, 버크셔 등이 아닌 듀록을 선택했을까? 이에 그는 “듀록의 맛은 소고기처럼 마블링이 높아 신선도‧품질‧육즙‧풍미 등이 일품으로 이베리코, 버크셔 등과 견줘도 손색이 없습니다. 즉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급 돼지고기로 인식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듀록은 육질에 비해 생산성은 그리 높지 못하다. 이에 포유 능력과 생산성이 낮아 국내에서 기피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박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양돈을 위해 한번 해보자라는 자신감으로 듀록 육종을 시작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퇴교배를 기본으로 듀록 육종을 시작한 결과 7년만에 호은팜스만의 육종인 ‘YDD7’을 완성시켰다. 특히 듀록 육종의 약점이었던 생산성적을 급격히 끌어 올렸다. 듀록의 평균 산자수를 7두에서 11~12두로 향상시키면서 평균 MSY도 20두를 기록, 상업화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한 비결은 없었어요. 농장 안에서 각종 다양한 사양 경험과 기술 축적을 통해 점차 시행착오를 줄여 나간 것이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도 박 대표의 듀록 육종 성공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한 육종 전문가는 “과거 우리나라 대표 품종은 4~5가지 정도였는데 현재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경제성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으로 체계적으로 개량하고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종돈을 고정시키는 것을 계통조성이라고 하는데 보통 10세대가 지나야 합니다. 돼지가 1년에 두 번 새끼를 낳는다고 하면 5년, 기초군 조성까지 하면 최소 7년은 잡아야 하는 사업이죠. 개인적으로 하긴 힘든 사업임에도 듀록 육종에 성공한 호은팜스의 케이스는 정말 한돈산업에서 상을 줘야 한다”고 격려했다.

이렇게 탄생한 듀록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정말 뜨겁다. 박 대표의 듀록 돼지고기는 ‘자줏빛 물든 듀록, 자돈이’라는 상표 출원을 마쳤다. 그리고 현재 쿠팡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 전량 유통·판매되고 있는데 특이점은 소비자들의 재구매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 평가에서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95%, 맛에 대한 만족도는 86%, 풍미에 대해서는 88%가 만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주목받는 점은 가격이 일반 돼지고기 가격보다 1.6~1.7배 높음에도 불구,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볼 때, 소비자들은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시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를 불러와 최근 한돈 고급화를 추진하는 한돈업계에 적지 않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제가 생산한 돼지고기지만 저도 잘 먹지 못해요. 그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해준 영향입니다. 제가 생산한 돼지고기를 이렇게까지 맛있게 먹어줘서 매우 감사합니다”고 뿌듯해 했다.

한돈의 차별화 및 고급화를 선도한 박 대표는 향후 듀록을 전국에 보급, 듀록 ‘전도사’ 역할을 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듀록종에 대한 생산성 향상 및 더 나은 사료 영양 보급을 위해 뉴트리나사료와의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그는 “듀록종 특성상 90kg 도달일령은 어느 품종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후 성장이 더디다는 점인데, 이를 고품질 사료로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듀록 대중화를 위해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음성화 인증도 지속 노력, 많은 농가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돈이 더욱 다양화될 수 있도록 생산성에 치중된 산업에서 육질 기반의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야 매년 달라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이 박 대표의 개척 정신은 한돈산업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으며, 향후 한돈산업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한돈의 다양화와 차별화, 그리고 고급화는 한돈산업의 새로운 원동력 될 것으로 전망, 특히 청년 양돈인들 박 대표를 롤모델 삼아 이를 실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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