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역, '민주적 통제'로
[칼럼] 방역, '민주적 통제'로
정치와 행정, 과학적 관점서 절충을
강제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 by 김오환

농축산부는 내년 2월까지 5개월간 구제역 ASF에 대해 특별방역을 펼치기로 했다. 정부는 멧돼지 차단 울타리 설치를 늘리는 동시에 멧돼지를 집중해서 잡기로 했다. 양돈농가의 책임도 던졌다.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설치된 8대 방역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한편 권역화 권역도 늘릴(현재 4개) 방침이란다. 돼지와 분뇨 이동도 통제키로 했다. 물론 이 방침은 ASF 발생 여부에 따라 시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에서 느꼈듯이 원래 방역은 정치고, 행정 중심이다. 민간의 자율적 행동에 맡기는 것보다 정부의 통제나 규제 등 강제적 입장이 강하다. ‘악성’ 질병이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고,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 사전 방역을 강화해 피해를 줄이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정부의 정책 덕분에 ASF가 더 이상 남하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ASF가 발생한 지 2년이 넘은 지금, ‘강한’ 방역정책이 정당하고 타당하고 바람직한 방향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8대 방역시설 설치를 보자. 방역에 필요한 시설이고 농장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 시설이다. 그렇다고 8대 시설이 반드시 세워야 할, 필수적 시설은 아닌 것 같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농장, 양돈을 계속할 농장은 8대 시설을 갖출 것이다. 그 반대인 농장이 문제다. 기존 시설과 비슷하고, 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또 하나가 권역화에 의한 방역이다. 농축산부는 ASF가 재발, 확산될 경우 국내를 16개 권역으로 구분 대응키로 했다. 물론 심하면 이보다 더 강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ASF 전파 속도와 강도(强度)를 보면 무리라는 여론이 많다. 권역 안에서만 돼지, 사료, 분뇨 등의 출하 및 반입이 가능하니(타 권역으로 이동하려면 환적해야 함) 농가와 관련 산업의 입장에서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장의 방역은 농가의 수익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는 농장과 자신을 위해 과도하고 지나칠 정도로 방역을 했으면 했지 느슨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을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한들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권고, 권장이 아닌 규제 등 법으로 전환, 강화한다면 효과가 두 배로 날지도 의문이다.

사실, 방역은 나만 잘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이웃 농장과 관련 업계, 모두가 잘해야 막을 수 있다. 전파와 확산도 저지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인데 다른 부처는 규제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더라도 농축산부만은 방역을 ‘민주적 통제’ 방식으로 끌고 갔으면 한다. 또한 정치와 행정, 과학적인 관점에서 방역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그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민주적 통제 아래 방역’ 정책이 시행되려면 농가의 확고한 방역 의지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