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돈 고급화, 몫은 양돈농가다
[칼럼] 한돈 고급화, 몫은 양돈농가다
농가 의지 없이는 ‘고급화’ 말잔치
협회 신임 회장 관심 갖고 노력하길
  • by 김오환

제품의 경우 이류나 삼류에서 일류로 올라선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류 또는 삼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쉽게 바꿀 수 없어서다. 그런 사고를 바뀌게 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1~2년으로는 턱도 없고 최소 10년은 넘게 갈고 닦아야 될동말동 하다. 가까운 예로 현대자동차와 삼성 TV가 세계 시장에서 정착과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최근 한돈협회가 한돈 ‘고급’화를 선언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원래 ‘삼겹살’ 고급화를 추진하려 했다. 그럴 경우 되레 소비 양극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한돈’으로 확대했다. 한돈 고급화, 생각만해도 그것이 가져오는 효과가 한둘이 아니다. 독자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 한번 거론하면 수입 쇠고기와 돈육과의 경쟁에서 이겨서 즐겁고, 소비량 늘어서 굿이고, 농가 호주머니 두둑해져서 좋다.

지금도 많은 농장에서는 한돈 고급화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농가마다 비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양돈조합이나 돈육 생산업체들도 고급화를 위해 장려금, 신기술(사양) 제공 등 각종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치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산자단체로서 협회는 불안하고 불편했던 모양이다. 달리는 말 더 잘 달리라고 채찍을 가하듯이 한돈 ‘고급화’를 강조하고 화두를 던졌다.

사실 한돈 고급화는 하나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교향악단이 지휘자 아래 최상의 하모니를 이뤄 최고의 음악을 연주하듯이, 종돈 사료 (사양)관리 출하 도축 등 과정이 농장주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관리돼야 가능하다. 말하자면 농가의 노력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종돈과 사료는 선진 양돈국과 별반 차이가 없고 거의 유사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돈 고급화는 농가(장)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UR과 수입 개방 전후를 앞두고 가장 많이 회자됐던 용어가 ‘차별화’였다. 차별, 즉 수입 돈육보다 맛있고 위생적이고 안전하면 이길 수 있다고 위안하면서 양돈경쟁력 내공(內攻)을 키우며 오늘의 양돈을 이룬 게 지금의 농가들이다. 이제 ‘차별’을 넘어 ‘고급화’로 양돈 승부수를 띄우자는 화두가 던져졌다.

차별과 고급화는 엄연히 다르다. 필자는 한돈 고급화의 최종 정착지가 어딘지 모른다. 이베리코 수준인지, 선진국들의 품질 기준인지. 하지만 한돈도 이제 고급화돼야 한다는 화두에 적극 동의하고 지지한다. 그 길은 서두에 말한 것처럼 쉽지 않다. 농가들의 멋진 승부를 다시 한번 기대하며 협회 신임 회장 역시 관심을 같고 이에 노력하길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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