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맨손으로, 집념으로 최고 양돈 이루다
[농장탐방] 맨손으로, 집념으로 최고 양돈 이루다
전남 무안 '봉산농장'

육군 대위 전역 후 선진사료에 입사
양돈 배우며 양돈장 운영 목표 설정

노부부 권유로 양돈장 매입해 귀농
허름한 농장에 무허가 시설로 생고생
각종 자금 받아 농장 증개축에 온 힘

ICT 등 최신식 초현대화 시설로 갖춰
MSY 24.5두, 육성률 95% 등 기록
“양돈장은 삶의 목표이자 가족의 희망”
  • by 김현구
류명상 봉산농장 대표는 근래에 보기드문 맨손으로 양돈장을 개척한 한돈산업의 차세대 양돈인이다.
류명상 봉산농장 대표는 근래에 보기드문 맨손으로 양돈장을 개척한 한돈산업의 차세대 양돈인이다.

농협중앙회는 매년 ‘올해의 청년 농업인상’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 상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청년 농업인들을 발굴해 선정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많고 많은 청년 농업인 중 양돈농가가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무엇보다 수상 농가는 후계 양돈인이 아닌 귀농한 양돈인이라는 것. 신규 양돈인 유입이 어려운 현재, 그의 양돈 귀농 성공 스토리가 기자의 호기심을 불러왔다. 그래서 전남 무안으로 내려가 그를 만났다.

그를 만나기 전 14호 태풍 ‘찬투’가 북상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전남 무안은 해가 쨍쨍 내리 비췄다. 농장 정문에 도착하니 잠시 후 정장을 입은 훤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 무엇보다 정성껏 빗어 넘긴 포마드 스타일의 가르마가 인상적인 한 사내가 마중 나왔다. 농장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한 그가 다가와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보니 오늘 만나기로 한 봉산농장 류명상(39) 대표다.

“옷차림이 아주 멋있습니다”라고 첫 마디를 건넨다. 그는 “고맙습니다”라며 “사실 양돈장에서 일한다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양돈장 밖에서와 외부인을 만날 때는 한껏 멋을 내고 다닙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양돈장 밖에서는 생산자라기보다는 경영자라는 마인드로 임하고 때론 각종 관공서, 축협 등 대면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깔끔한 이미지를 주려 일부러라도 겉치레에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첫 인상이 양돈농가의 이미지를 바꾼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젊은 양돈인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제 6년차의 새내기 양돈인이다. 만나자마자 양돈으로의 귀농 배경을 물었다. 양돈에 입문한 계기는 선진이라는 사료회사 입사를 통해서다. 그는 “육군 대위 전역 후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사료회사 선진에 지원하고, 선진에서 잘 봐주셔서 입사하게 됐다”며, 이후 양돈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돼지를 보고 지역 영업부장을 통해 양돈을 배우게 됐다고 소회했다.

이렇게 양돈에 입문하게 된 그는 3년 후 인생 일대의 도전을 하게 된다. 바로 거래하던 농장을 인수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역부장 생활을 하면서 직접 양돈장을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커졌습니다. 마침 거래하던 농장에서 매매 제안이 들어왔다”며 이 농장은 노부부가 운영, 후계자도 없고 무허가 시설도 전체의 50%를 넘은 모돈 100두 규모의 작은 농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부부의 제안으로 농장을 인수한 그는 처음에는 막막했다고 한다. 무허가를 적법화해야 하는 것은 둘째로 농장 시설이 너무 허름했고, 심지어 전기도 잘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배기 시설만 있고, 입기 시설은 없어 환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농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육군 대위 출신이라는 ‘패기’와 맨 땅에 헤딩한다는 젊음의 ‘집념’으로 이 허름한 농장을 변모시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대변신의 시동을 걸었다. 우선 그는 선진 기술연구소 양돈기술개발팀과 협력을 통해 농장을 단계적으로 변화시키기로 했다. 상시 모돈 80두를 모두 교체하고, 농장 대청소 및 전기 시설 등을 보수했다. 특히 농장 무허가 시설 적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결과, 3년여 만인 2019년에 모두 적법화를 완료했다. 이어 지자체에 증축을 신청, 우선 비육사를 한동 추가했다. 이렇게 모돈 100두 규모에서 200두 규모로 성장시킨 그는 현대화시설을 위해 개축을 신청하게 된다. 그러나 역시 자금이 문제였다. 그는 지역 축협 대출 및 전남지역 녹색축산자금 도움 등 다양한 금융 지원을 통해 개축 자금을 어렵사리 마련했다. 이를 통해 빨간 벽돌 외관으로 임신·분만사·육성사의 현대화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리모델링한 돈사에는 ICT 분만사, 사료 자동 급이기, 냉방시설 등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 이같이 양돈에 입문한 지 5년째, 허름한 농장을 매입한 후 증·개축을 통해 남부럽지 않은 양돈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농장 구입부터, 증개축까지 운이 좋았습니다. 무허가농장이라서 적정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을 뿐더러 선진 기술연구소 양돈기술개발팀의 도움과 증개축를 허용해준 지역 주민들이 지금의 농장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좌) 개축 전 (우) 개축 이후

현재 농장의 생산 성적은 어떨까 궁금했다. 지난해 기준 농장의 생산 성적은 MSY 24.5두, 사료 요구율 2.9, 육성률 95%, 출하일령 150~180일령으로 전국에서 손꼽힐 성적을 기록했다. 높은 성적 비결에 대해 그는 “원래부터 농장에 소모성 질병이 없었고, 과감하게 다양한 백신을 투여하고 있으며, 특히 선진 양돈기술개발팀의 도움이 높은 생산성에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높은 성적과 현대화시설로 변모한 농장에 대해 노부부도 흡족해한다고 전했다. 노부부는 농장 근처에 거주하면서 매년 돈사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류 대표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고맙다는 말까지 전했다한다.

류 대표는 현재 네 아이의 아버지다. 양돈장은 그의 ‘꿈’의 실현이자 가족을 지탱할 원천인 것이다. 이에 그는 최근 최근 농협중앙회 주관으로 미래 농업·농촌을 이끌어 갈 우수 청년농업인을 발굴하는 ‘2020년 함께 하는 올해 청년농업인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특히 청년 농업인상 중 후계 양돈인이 아닌 귀농 양돈인이 수상한 것은 류 대표가 아마 최초여서 더욱 뜻 깊다.

류 대표는 “이 상은 양돈 분야 시상식이 있다면 신인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매우 좋았습니다. 네 아이의 아버지로써 아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양돈업을 한다는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청년 농업인상에서 받은 상금과 자비를 들여 무안군승달장학회에 장학금 300만원을 기탁, 지역 사회에 환원하면서 지역 사랑도 실천했다.

이 같이 류 대표는 한국 양돈업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양돈 후계자가 아닌 귀농인으로서의 성공 스토리와 더불어, 낡은 농장을 인수해 현대화된 양돈장으로 변모시킨 사례는 국내 양돈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후계자가 없는 양돈장과 양돈장을 운영하고 싶은 젊은 귀농인들의 접점이 이루어진다면 이번 사례처럼 국내 양돈업에는 젊게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류 대표도 기자의 생각에 동조했다. 그는 “허름한 농장을 인수한 이후부터 자금 마련을 통한 증개축까지 모든 과정을 몸으로 직접 체득했기 때문에 양돈 경력은 비록 짧지만 전투력과 경험은 누구보다 높습니다. 의욕 있는 젊은 양돈인들에게 양돈장 운영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 양돈업은 지속 가능한 젊은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인생에 뜻하지 않게 양돈장을 운영하는 행운을 얻어 불투명한 미래를 해소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부인과 네 아이의 아버지로써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양돈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양돈장을 운영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같이 류 대표는 1세대와 ‘피’는 다르지만 바통을 잘 이어 받아 한국 양돈업을 짊어질 차세대 양돈인이 됐다. 류 대표의 사례처럼 젊은세대가 양돈 진입을 통해 노후화된 돈사 개조 및 고령화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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