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줄이기 시작했다…그 여파는?
[심층분석]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을 줄이기 시작했다…그 여파는?
상반기까지 8.5% 증가 속 6월 감소세 전환
두수 완전 회복…공급 과잉에 돈가 반토막
올 수입 10% 이상 줄 듯…하반기 급감 예상

韓 수입량 추이 중국과 반대…불안감 높아가
세계 돈육 교역 재편, 수출국 돈가엔 ‘부담’
  • by 임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 돼지고기 수입이 최근 감소세로 전환됐다. 중국의 돼지 사육규모가 ASF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돼지 출하는 그 이상 급증하면서 돼지 값이 곤두박질 친 때문이다. 이에 세계 돼지고기 및 농축산물 시장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는 수입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230만톤으로 전년 동기간 212만톤보다 8.5% 증가했다. 그런데 월별로 보면 4월까지는 꾸준히 증가하던 수입량이 5월 37만톤으로 전년 수준을, 그리고 6월에는 34만톤으로 일년전보다 15% 감소했다. 그리고 이 같은 감소세는 올해 지속되며 특히 하반기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내 돼지 사육두수와 돼지 값 추이는 이 같은 전망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ASF 이전 수준 회복한 두수=최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6월말 기준 번식돈 두수가 4천564만마리로 ASF 발생 이전인 17년 연말 수준의 99.4%를, 또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4억3천911만마리로 17년의 102%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8년 8월 ASF가 발생한 중국은 3억마리대도 위태로울 정도로 돼지 사육두수가 크게 줄었으나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과 사육 유인책 등을 총 동원, 돼지두수가 빠르게 회복돼 왔다.

특히 19년부터 지속된 고돈가는 기업들의 대규모 사육 시설 확장 등 두수 증가에 결정적인 추동력을 제공했다. 대표적인 양돈기업 중 하나인 무위안식품은 지난해 상반기 107억8천만위안의 순이익을 거둬들이며 전년 동기보다 7천26%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국 내 상장사들 중 최대 증가폭이었다.

이 같은 양돈분야의 호황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육 확대를 위한 투자를 더욱 부추겼다. 캐나다 종돈기업인 제네서스가 세계 주요 양돈기업들의 모돈 두수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무위안 식품은 20년 말 모돈 두수가 262만4천마리로 일년전(128만3천마리)보다 무려 104% 증가한 것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의 모돈이 일 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처럼 사육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등세를 보이던 돼지 값이 지난해 4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로 돌아서며 시장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우려가 현실이 되다=우려는 예상보다 일찍 현실이 됐다. 올 1월 46.7위안을 기록했던 중국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매달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6월 23.5위안으로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7월 들어 더 낮아진 돈가는 마지막 주 21위안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돼지 값 급락의 원인은 무엇보다 공급량 증가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 돼지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상반기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2천715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35.9% 증가했으며 2분기는 증가폭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앞서 지적했듯 돼지고기 수입량도 늘었다.

2018년~2021년 월별 중국 돈가 흐름
2018년~2021년 월별 중국 돈가 흐름

그런데 올해 돼지 값 하락은 돼지 출하를 부추기는 쪽으로도 작용해 돈가를 더욱 끌어 내렸다. ASF 변이 바이러스와 고곡물가로 인한 생산비 상승 역시 돼지 출하를 늘리는 원인이 됐다. 문제는 지난해만해도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양돈업계가 1년도 안 돼 극심한 적자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돼지 값이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다시 돼지사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6월 돼지고기 시장의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돼지 값과 곡물 가격과의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비축 등을 통해 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계획으로 실제 발표 이후 지난달 21일까지 세 차례 비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감소 본격화, 그 여파는?=중국 정부는 농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380만톤으로 지난해 439만톤 대비 13.4% 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농무부 역시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돼지고기 수급 전망을 통해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5.3%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최근 중국 내 돼지 사육두수 추이와 돼지 값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수입 감소는 더욱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상반기까지는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다소 많았던 만큼 하반기에는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얘기가 된다. 6월은 그 시작을 알린 셈이다.

ASF 발생 이후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리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세계 돼지고기 교역물량이 확대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미국 농무부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18년 146만톤 규모였던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일본(148만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지만 지난해 528만톤으로 일본(141만톤)을 압도적 차이로 따돌리며 최대 규모의 수입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에 세계 수입물량에서 중국의 비중도 18년 20%서 절반에 가까운 48%로 늘었다. 중요한 것은 이 기간 수출국들은 중국으로 수출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수입국들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한국 역시 18년 46만3천톤서 19년 42만톤, 20년 31만톤으로 감소, 중국의 수입량 흐름과 반비례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 역시 상반기만 보면 중국은 수입량이 늘고 한국은 감소(16만3천톤, 전년비 8.5%↓)하면서 이 같은 추세를 따랐다. 그래서 중국의 수입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내 수입육 시장을 거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미국, EU(유럽연합) 모두 중국이 최대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EU는 5월말 기준 전체 수출물량 256만톤 가운데 59%에 달하는 151만톤을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최근 EU의 돼지 값 약세가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라보뱅크는 2분기 세계 돼지고기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시장의 변동성이 세계 돼지고기 시장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올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생산량과 급격한 가격 하락은 3분기 수입량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세계 시장에서 돼지고기 무역의 재분배와 수출 지역의 돼지고기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세계, 한국 돈육 수입량 추이
중국과 세계, 한국 돈육 수입량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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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대 2021-08-22 07:25:13
날카로운 분석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