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EU FTA 10주년을 마주하며
[기자의 시각] 한-EU FTA 10주년을 마주하며
  • by 임정은

한-EU FTA가 올해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한-EU FTA 10주년을 맞아 발간한 보고서를 보니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경쟁국보다 EU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얻었으며 특히 자동차는 수출이 2배 이상 늘고 화학제품도 연평균 19%씩 증가하는 등 특히 수혜를 봤다는 분석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한-EU FTA는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처 다변화에 기여하고 우리 기업들이 비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도 됐다는 평가다. 또 FTA가 우리 기업에 향후 새로운 기회도 줄 수 있는 만큼 FTA를 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끝맺고 있다. 보고서대로라면 한-EU FT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란 끼어 들 틈도 없는 듯하다. 아마 FTA에 대한 보편적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EU FTA로 자동차 수출이 늘고 우리 기업들 경쟁력이 높아질 동안 한돈산업은 어떠했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U산 삼겹살이 매년 낮아지는 관세 문턱을 발판 삼아 한돈시장에서 지분을 넓혔다. 특히 올해는 유독 삼겹살만 수입이 급증해 한돈시장에 불안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EU산 삼겹살은 무관세가 됐고 6월 삼겹살 수입량은 1만6천톤으로 지난 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EU산 비중은 77%에 달한다. 지난해 ASF 발생으로 수입 삼겹살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던 독일산 수입이 중단된 영향은 찾아보기 힘들다.

FTA 시대를 살고 있는 한돈산업이 그동안 겪어온 것 보다 앞으로 마주해야 할 현실은 더 가시밭길일수 있다. 앞선 보고서를 두고 공감은커녕 씁쓸한 소외감마저 느껴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EU산 삼겹살 앞에 긴장해야 하는 한돈산업의 처지보다 저 보고서처럼 한돈산업의 입장에서 FTA를 바라보고 분석해서 목소리 내주는 존재의 부재가 더 속상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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