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양돈 생산성은 종합예술, 모든 부분서 잘 맞아야"
[농장탐방] "양돈 생산성은 종합예술, 모든 부분서 잘 맞아야"
경북 봉화군 동아농장

돼지 16두서 모돈 700두로 성장
35년간 화재‧구제역 등 산전수전
각종 위기 기회로 삼아 ‘전화위복’

농장 맞춤형 시스템 완벽하게 구축
1년만에 MSY 18두로 23두로 급상승

경험보다 ‘시스템’ 갖춘 농장 조성해
“2023년 MSY 25마리 꼭 이룰 터”
  • by 김현구
양진선 동아농장 대표는 양돈 인생 35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양돈장 사육 시스템을 구축,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대표 양돈인이다.
양진선 동아농장 대표는 양돈 인생 35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양돈장 사육 시스템을 구축,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대한민국의 대표 양돈인이다.

조선시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언서의 하나인 ‘정감록’에는 난세의 병화를 피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는 거주 환경이 좋은 10곳의 피난처가 기록돼 있다. 이들 지역을 ‘십승지(十勝地)’라 일컬었다. ‘십승지’의 입지 조건은 자연환경이 좋고, 외침이나 정치적인 침해가 없으며, 자족적인 경제생활이 충족되는 곳이다. 즉 ‘십승지’는 한국인의 이상향을 추구한 유토피아라 해도 무방하다.

‘십승지’ 중 한 곳이 경북 봉화군이다. 봉화군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여,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바탕으로 현 시대에도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깨끗한 곳에서만 자라고 서식한다는 ‘송이’와 ‘은어’가 유명한 청정지역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 같은 이상향적인 지리적 이점은 돼지도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이곳에서 35년간 묵묵하게 돼지를 키워온 양진선 동아농장 대표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란 돼지들이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가 아니겠습니까”라며 “봉화군이 사람 살기 좋은 곳인 만큼 돼지들도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돼지들의 유토피아 농장으로 건설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양진선 대표는 대표적인 자수성가로 꼽힌다. 1986년 돼지 16마리로 시작, 현재 모돈 700두(전체 7천두) 규모 번식 전문농장과 비육농장 2site로 운영 중이다. 특히 봉화군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양 대표의 양돈업 35년간의 과정은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았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동안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시행착오와 각종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한단계 한단계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한국 양돈 역사와 맥을 관통한 대표적인 양돈인으로 자리 잡았다.

동아농장은 작년 정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증을 받았다.
동아농장은 작년 정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증을 받았다.

양 대표는 “어릴 적 아버지가 양돈장을 운영한 영향으로 군대 전역 후 부친과 함께 하려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도 초반 돼지 파동 이후 수익 급감으로 아버지가 양돈장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군 제대 후 남아 있는 돼지가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돈장 운영을 단념하고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무작정 갔지요. 그러다 팍팍한 서울살이에 몸과 마음이 힘들어 다시 돼지를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봉화로 귀향했습니다”며 농장 시작 배경을 밝혔다.

1986년 봉화로 다시 온 그는 홀홀단신으로 경운기 한대와 돼지 16마리로 양돈장을 시작했다. 그러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전국민 삶의 질 향상에 따라 돼지고기 소비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그도 양돈장이 향후 미래 산업으로 비전이 있다고 판단, 규모를 키우기로 마음먹고 4천평의 땅을 사들였다. 호사다마일까? 그에게 첫 번째 시련이 왔다. 바로 이 땅이 양돈을 하기에는 산지법에 저촉된 곳이었던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계획적인 부동산 사기를 맞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당시 돼지만 키우기에는 수익이 낮아 식육점도 병행했는데, 어렵게 계약한 땅이 양돈을 못하는 땅이라고 알자마자 당시 식육점 운영에 고생하고 있는 부인에게 매우 미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당시 정부의 축산 장려 정책에 따라 산지를 일부 훼손하더라도 양돈을 할 수 있게 끔 법이 개정된 것이다. 사기 맞은 땅으로 천신만고 끝에 양돈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그는 모돈 150~200두 규모로 양돈장 운영을 통해 본격적으로 양돈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후 98년 제 2농장을 사들여, 현재의 번식-비육 구간 분리를 통한 2site 구조를 완성시켰다. 그럼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돈사 화재도 경험했으며, 2011년도에는 전국적인 구제역 화마가 봉화에도 들이 닥치면서 전두수 살처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양돈을 보고 자랐기에 양돈 밖에 몰랐다. 그래서 어렵게 양돈에 뛰어 들었지만 화재, 사기, 구제역 등 외부적인 변수로 양돈장 운영에 큰 애로점이 많았다. 그러나 천직이 양돈업이라 생각하니 이 모든 과정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지금의 농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농장은 현재 ASF 8대 방역 시설을 통해 철통 방역 시스템을 갖췄다.
동아농장은 현재 ASF 8대 방역 시설을 통해 철통 방역 시스템을 갖췄다.

그런 그에게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2018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입원했지만 오진으로 수술이 잘못돼 생(生)과 사(死)를 오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수술을 받고 잘 수습되면서 큰 위기는 넘겼다. 수술 후유증 1년간 몸을 잘 추스르고 농장에 복귀하니, 농장 성적이 매우 저하됐다. 이전에는 MSY 21두 등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18두 이하로 하락한 것. 이 때 양 대표는 다시 생산성 제고를 위해 30년간의 해왔던 양돈장 운영 시스템을 모두 바꾸기로 결심했다한다. 수술해서 몸이 회복된 것처럼 생산성을 이전 성적 이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돈장 운영 방식도 대수술이 필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에 그는 2019년부터 사료회사 선진과 인연을 맺고 선진과 함께 농장 사육 시스템 대수술에 들어갔다.

양 대표는 “30년간의 양돈장 사육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는 사육 방식보다 시스템에 의한 사육 방식을 농장에 이식시키고 싶었다. 그래야 직원이 바뀌더라도 농장 매뉴얼에 따라 사육 방식이 유지, 생산성이 인력에 따라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농장 맞춤형 사육 시스템 구축의 결과는 대성공을 거뒀다. 1년간 컨설팅을 받고 선진이 제공한 농장 맞춤형 사육 프로그램을 농장에 도입한 결과, 1년 만에 생산성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PSY는 19.4두에서 25.3두로 무려 5두 높아졌고, MSY도 18두에서 23두로 급성장했다. 다산 모돈 도입으로 총 산자수는 늘어나고, 육성률도 높인 결과다. 이 계기로 양 대표와 선진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졌다.

1년 만에 달성한 생산성 제고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선진 관계자는 동아농장의 생산성 제고에 대한 높은 의지를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사양 관리 구축과 ‘빅데이터’를 통한 농장 맞춤형 시스템 도입이 그 이유라고 강조한다. 이에 선진 영남BU 문일용 부장은 “동아농장은 MSY가 20두 이상의 성적이 괜찮은 농장이었다. 다만, 농장 메뉴얼 구축 미비로 사람에 의존하는 경영으로 성적이 들쭉날쑥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농장의 전반적인 컨설팅을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분기별로 생산성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의 번식‧교배 프로그램 도입 및 모돈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중점에 둔 사항은 동아농장의 정형화된 교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 선진의 웅돈 게이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웅돈 게이트 시스템이란 모돈 수태율을 높이기 위해 웅돈을 이용해 발정을 유도, 최적의 교배 타이밍을 찾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이 선진과 양 대표는 두터운 신뢰 기반 하에 농장 사양관리 표준 매뉴얼을 마련, 인력이 바뀌어도 사육 방식은 바뀌지 않도록 동아농장만의 사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독 철저는 양돈 생산성과도 밀접하다.
소독 철저는 양돈 생산성과도 밀접하다.

양 대표는 “35년간 양돈을 하다보니 양돈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만, 비육, 종돈, 교배 등 모든 부분에서 합(合)이 잘 맞아야 성적이 높아진다”며 “특히 매뉴얼이 없었던 과거에는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면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우리 농장만의 시스템이 구축돼 시행착오가 점점 줄게 돼 예측 가능한 양돈업이 됐다”고 화색했다. 그러면서 “23년까지 MSY 25두를 목표로 선진과 협력 체계를 더욱 돈독히 구축, 경쟁력 높은 양돈장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양돈업의 역사를 관통한 동아농장의 제2막은 사육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양돈을 실현, 또 다시 새로운 양돈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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