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도체 자급률, 한돈 자급률
[칼럼] 반도체 자급률, 한돈 자급률
스스로 수급 못하면 외부에 당해
현재의 한돈 자급 제고 호기 살려야
  • by 김오환

처남이 반도체 오퍼상을 운영하고 있다. 요즘 경기 어떠냐는 질문에 “가뭄에 콩 나듯이 하나하나씩 중개하고 있다”며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는 게 ‘전쟁’이라 대답했다. 세계 시장에 반도체가 부족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제조공장들이 며칠 멈추는가 하면 적지 않은 기업들도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공장 가동에 애를 먹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美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회사 최고경영자를 초청해 미국 투자를 당부했고, 시진핑 中 주석 역시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반도체 기술 확보에 명(命)을 걸고 있는 것은 반도체가 민군(民軍) 겸용 기술이라는 점에서 미-중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어서란다.

그런데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이 아주 낮다는 점이다. 언론에 나온 기사를 종합해 보면 미국의 경우 전 세계 반도체를 34% 소비하고 있지만 생산은 12%에 불과하다. 세계 반도체 수입의 80%의 큰 손인 중국의 자급률은 15%란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내 생산 비중(자급률)을 10년 내 20%로, 중국은 25년까지 70%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각축전은 ‘자급률’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무기(武器)인지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 수급을 책임지지 못하면, 자급하지 못하면 외부의 세력으로부터 ‘당’할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다.

한돈으로 돌아오자. 한돈의 자급률은 코로나로 인해 돼지고기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돈육 수입 감소로 재작년보다 상승했다. 19년의 경우 60% 중반에서 작년에는 10% 포인트 오른 7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자급률을 더 올릴 수 있는데 최근 삼겹살 수입 동향을 보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가 끝나고 모든 활동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돈육 자급률은 또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돈 업계는 자급률 유지나 제고를 위한 호기(好機)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돈 가격이 5천원 안팎을 형성하자 자급률에 대해 다급하지도 초조하지도 않고 있다. 한돈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없다. 수년간 30%대 2등급 출현률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을 보자. 일본의 돈육 자급률이 50% 미만으로 간 지 오래다. 50% 이상으로 회복 노력에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로 돈육 수입이 줄고 있지만 수입 돈육에 빼앗긴 시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돈육 자급률이 한국의 미래상인지 모른다. 불안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품질은 기본이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규제 철폐, 인재 양성, 양돈에 AI(인공지능) 산업 접목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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