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원산지 단속보다 중요한 과제
[기자의 시각] 원산지 단속보다 중요한 과제
  • by 임정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최근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현장에서 5분만에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실험실에서 4일이 걸리던 작업을 5분으로 줄이고 판별 비용도 대폭 낮췄다니 원산지 위반을 줄이는데 중대한 전기가 마련될 수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돼지고기는 원산지 표시 위반 품목으로는 배추김치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단골 위반 품목이었다. 때문에 이번 성과가 수입산이 한돈으로 둔갑 판매되는 행위를 뿌리 뽑는데 일조한다면 업계의 오랜 고민 하나는 해결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원산지 둔갑 단골 품목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한돈이 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돈과 수입육의 가격 차이가 워낙 크고 소비량이 많은 만큼 원산지 둔갑의 유혹이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입육보다 비싸도 한돈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없다면 굳이 원산지를 속여 팔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양돈업계 내부에서도 한돈의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돈의 품질에 있어서는 업계 내부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 소비 트랜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여전히 고급육으로 대접받고 수입육들이 최근 들어 브랜드화해 한돈의 영역을 넘보고 있으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입산 위주의 냉동삼겹살이 인기다.

어쩌면 한돈의 경쟁력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면 언젠가 원산지 판별 기술도 필요 없는 시점이 올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와 같은 원산지 위반 단골품목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경계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때문에 한돈 시장을 지키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과제는 원산지 단속 이전에 수입산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찾는 돼지고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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