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작년과 같지만 다른 코로나, 한돈시장 어디로
[심층분석] 작년과 같지만 다른 코로나, 한돈시장 어디로
전년 대비 오르던 한돈, 이달 들어 역전
공급량 감소로 올라야 하나 ‘동력’ 약해

재난금 無, 수입 삼겹 공세로 ‘사면초가’
백신 접종…외식 기대 속 수입육 우려도
변화 흐름 탄 시장, 주시하면서 대응을
  • by 임정은

줄곧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던 올해 한돈시세가 이달 들어 처음 역전됐다. 5월 마지막주 들어 5천원이 넘는 강세가 주춤하고 예상 외 선전했던 1년 전과는 분명 달라졌다. 그 사이 한돈시장과 주변 상황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또 현재도 중요한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쯤에서 한돈시장의 현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1년전 돈가에 따라잡힌 한돈=26일 현재 5월 한돈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당 4천999원으로 지난해 동월 평균(5천115원)에 비해 낮았고 작년 같은 기간(20일까지)과 비교해도 올해가 다소 낮았다. 4월까지 한돈 시세를 보면 1월(3천664원)은 전년비 25.4% 오른 것을 시작으로 2~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그러던 한돈시세가 5월 처음으로 따라잡힌 것이다. 때문에 줄곧 5천원대 강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같은 코로나 상황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상승 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 상황서 가정 내 한돈 소비가 증가할 수 있었던 재난 지원금이 올해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재난 지원금 사용처로 육류 구매, 그 중에서도 한돈 구매에 썼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만큼 재난지원금의 유무가 돈가를 좌우할 변수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다 수입 육류의 공급이 올해 더 늘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은 줄었지만 들여다보면 한돈 소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영역은 그렇지 않다. 우선 돼지고기는 전체 수입량은 감소(4월말 10만1천톤, 전년비 12.6%↓)했지만 냉장육(7천700톤, 44.7%↑)은 크게 늘고 특히 코로나 이후 소비가 더욱 증가한 삼겹살(5만톤, 11.8%↑)은 냉장, 냉동 모두 증가했다. 무엇보다 올해 수입 쇠고기의 공세가 눈에 띈다. 쇠고기 역시 냉장(3만9천톤, 18%↑)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전체 수입량(14만톤, 3%↑)도 늘었다. 여기다 돼지고기는 한돈, 수입산 모두 지난해보다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데 비해 수입 쇠고기는 소비자 가격이 지난해 보다 하락해 한돈 삼겹살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5월 중순 현재 한돈 삼겹살이 2천400원(100g)대를, 미국산 갈비살이 2천800원대, 호주산 갈비는 2천2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백신 접종, 호재일까=정부는 지난 2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 다시 연장했다. 코로나 4차 유행 속에 지난해와 코로나 상황 그 자체로는 큰 변화를 찾기 어렵다. 다만 시장 심리는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안에 집단면역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올해와 지난해 시장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그동안 억눌렸던 보복 소비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코로나 상황서 침체됐던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한돈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상황이 부위별 소비 불균형을 심화시켰던 만큼 학교 급식 등이 다시 정상화된다면 적체됐던 저지방 부위 소비에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장은 코로나로 가장 타격이 컸던 외식시장이다. 그리고 벌써 기대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외식업체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조사, 발표하는 외식산업 경기 동향을 보면 현재 외식 경기를 보여주는 외식산업경기지수가 1분기 67.26으로 지난해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또 향후 외식업계의 기대를 반영하는 전망지수는 78.15로 더 높게 나타났다.

실제 외식 시장이 기대만큼 다시 살아난다면 향후 한돈 시장에는 분명 호재일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돈가가 기대 이상 선전한 이유가 외식보다 가정소비 비중이 커진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재의 측면만 있지 않다. 되레 수입육에 기회일 수도 있다. 실제 미국 농무부는 한국의 올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16.4% 늘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 상황 호전이 가정 밖에서의 소비를 늘릴 것이란 게 그 이유로 백신접종과 집단 면역과 관련해서는 그 효과에 있어서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다.

■당분간은 강세, 그 이후는?=4월까지만 보면 돼지 출하두수는 지난해보다 1.5% 가량 감소했으며 수입량도 줄어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은 줄었다. 수입량은 당초 전망이나 4월까지의 실적으로 봤을 때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출하물량 감소나 수입육에 대한 수요 증가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돈시세에 더 중요한 출하물량은 더 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올 3월 돼지 사육두수(1천114만7천마리, 전년비 0.5%↓)와 모돈두수(102만5천마리, 〃1.5%↓)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공급물량 감소는 올해 한돈시세가 줄곧 전년 대비 강세를 지속해온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때문에 당분간 현재와 같은 강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축산물 수급 대책반 회의를 통해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가격이 당분간 평년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향후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필요는 있다. 지난해 처음 접해보는 코로나 상황 하에서 한돈시장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처럼 향후 시장 역시 처음 접해보기는 마찬가지인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돈 시세를 결정하는 한돈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코로나 상황처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비 시장을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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