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답답한 한돈 시장, 봄 소식 오나
[심층분석] 답답한 한돈 시장, 봄 소식 오나
내수‧수출 호조 조짐에 美 돈가 급등
中 ASF 재확산…수출국 시장 호재로
상승 동력 부족 한돈, ‘원님 덕 나팔’
  • by 임정은

세계 양돈시장에 돼지 값 상승 징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돼지 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이에 한돈 시장에 예상치 못했던 세계 양돈시장의 훈풍이 미칠지 주목된다.

■치솟는 美 돼지 값=미국의 돼지 값은 지난달 마지막 주 236달러(100㎏)로 일년전과 견줘 무려 35% 올랐다. 코로나 19로 돼지고기 작업장이 폐쇄되면서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5월 돈가에 근접한 수준이며 PED가 발생하면서 돈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4년 이후 가장 높다. 이처럼 미국의 돼지 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최근 지속적으로 소매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급 부족까지 나타나고 있어서다. 2월말 돼지 도축두수는 일년전보다 3.8% 준 2천168만마리에 그쳤다. 특히 당초 미국 농무부는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다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의 흐름으로 볼 때 되레 도축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3월 미국 돼지 사육두수(7천477만마리, 전년 대비 1.8% ↓) 통계는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한 작업 차질의 여파에다 사료 곡물 가격 상승의 결과로 업계 예상보다 돼지 두수가 더 준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PRRS로 인한 피해도 커지면서 돼지 출하가 더 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수요는 더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는 재고물량. 2월말 기준 돼지고기 냉동 재고물량은 4억9천15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한 외식업계가 돼지고기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中 ASF 상황, 2020년 재현?=무엇보다 최근 미국 돼지 값이 치솟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이 거론되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돼지사육두수가 ASF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올해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의 대 중국 수출이 다소 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의 ASF 상황이 예상보다 중국의 돼지 사육두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줄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대 중국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미국 돈육 선물 시세가 치솟고 있는 것도 중국 ASF의 재확산세가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비단 미국 양돈시장만의 변수는 아니다. EU(유럽연합)은 지난해 코로나에다 독일 ASF까지 겹치면서 바닥을 치다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월 마지막주 135유로를 기록했던 EU 평균 돼지고기 도매시세는 3월 마지막 155.9유로(100㎏ 기준)로 15%가 올랐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예년에 비해 상승세가 빠르다. EU 역시 중국 수출이 올해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대 중국 수출이 중단됐지만 스페인 등 다른 회원국들이 이를 만회하고 있다. 1월 EU의 대 중국 돼지고기 수출은 31만5천톤으로 일년전보다 21.7% 늘었다. 최근 EU 위원회는 단기 농업 전망을 통해 올해 ASF에도 불구하고 중국 수출이 기록적 수준을 기록할 것이며 그 배경으로 중국에 새로운 ASF 사례가 나타나면서 돼지고기 생산 회복이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다른 아시아 지역의 ASF 상황 역시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주목하며 돼지고기 수출에 기대를 보였다.

■한돈시장 영향은=국내 여건만 고려한다면 향후 한돈 시장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 19 확진자수가 여전히 500명대로 소비 시장의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다 돼지 출하도 예상보다 많아 소비, 공급 어느 하나 녹록치 않다.

다만 올해 중국의 수입량 감소가 가져올 한돈 시장 악재 실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중국의 ASF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고 이에 따라 수입물량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에 수출해야 할 수출국, 특히 미국은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와 함께 중국 수출 등 수요면에서도 돼지 값 강세가 지속될 여지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외부 변수가 한돈 시장에 반전의 계기가 될 지 세계 양돈시장의 최근 추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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