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맛 없는 삼겹살 들어 봤어요?'
[칼럼] '맛 없는 삼겹살 들어 봤어요?'
소비자 불평불만 만만치 않아
도매시장 출하 시 악재 우려
  • by 김오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인 것 같다. 학교부터 결혼, 직업, 직장 등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 둘 또는 둘 셋을 선택하면 좋으련만 십중팔구는 하나를 선택토록 되어 있다. 그래서 선택은 경치 좋고 인심 좋고 교통편하고 집값 저렴한 동네 없듯이 다른 의미에서,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는 버려야 한다는 뜻도 포함되고 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할지 결정하는 일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의성, 편리, 이익 등 여러 제반 조건을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 문구가 오래전에 유행했고, 오죽했으면 탄생(Birth)과 죽음 (Death) 사이에 있는게 선택(Choice)이라고 하지 않던가.

양돈으로 돌아오자. 농장의 수익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품질인지, 생산비인지. 둘 다 갖추면 농장이 금상첨화다. 그렇게 많은 농장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 한다면 두말 할 것 없이 품질이다. 한돈의 맛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나 수입 돈육 대신 계속 한돈을 찾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으면 소비가 늘고, 그러면서 돼지 가격이 상승해 오른 생산비를 상쇄하고도 남아서다.

그런데 최근 한돈 소비 동향을 보면 품질에 대한 소비자(육가공)의 불평불만이 만만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한돈의 삼겹살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호소다. 더욱이 삼겹이 한돈 가격을 좌우하고 있는 소비 패턴에서 ‘맛없는 삼겹살’은 전반적인 돈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말하자면, ‘맛없는 삼겹살’ 한돈을 육가공업계가 구매하지 않으면 이들 돼지가 도매시장으로 출하돼 한돈 가격 안정 또는 상승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높아서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한돈 소비가 줄고 있는 여건에서 ‘맛없는 삼겹살’ 출시로 한돈 소비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스럽고 두렵다. 또 다른 관점에서 염려되는 부분은 일부 농장의 경우 더 많은 삼겹 생산을 위해 육성돈 사료에 에너지 강화를 요구, 오히려 생산비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 한돈 출하가 감소하더라도 삼겹 수요 감소로 농가들 이 기대한 한돈 가격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금년 들어 돼지고기 수입이 감소(2월말 전년 대비 17.6% ↓)한 가운데 삼겹만 증가(3.5%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삼겹 수입 증가는 국내 가격이 비싼 탓도 있지만 한돈 삼겹 품질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전반적인 농장의 사양 관리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 사료·종돈 등에 대한 관심도 기울였으면 한다. 삼겹 시장을 잃으면 양돈 전체를 잃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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