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돼지 비육은 잘 되고 있습니까?
[양돈현장] 돼지 비육은 잘 되고 있습니까?
  • by 신현덕
신현덕 원장신베트동물병원
신현덕 원장
신베트동물병원

젖을 떼고 출하할 때까지 돼지가 얼마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컸는지 궁금해 하지 않는 농장의 양돈 수익성은 아주 낮거나 적자를 볼 가능성이 올라간다.

이유자돈 체중, 35일령, 56일령과 70일령 체중은 어떤지 반드시 궁금히 여겨야 한다. 1호부터 3호까지 자돈용 사료는 급이 프로그램이 어떤지, 전체 사료 가운데 몇 %나 차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돈용 사료 비율은 전체 사료 중 5% 정도가 일반적이다. 젖돈 사료는 9주령에서 시작하며 사료 비율은 25%를 차지한다. 100일령 경에 육성돈 사료로 교체하고 사료비중은 50% 전후가 된다. 두당 사료별로 섭취량과 사료비도 간간이 계산해봐야 한다.

돼지의 유전적 개량 정도와 사료 영양 수준에 따라 사료 종류와 급여기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육종회사와 사료회사의 권장 프로그램도 살펴보아야 한다.

25일령 이유체중이 7kg이고 182일령 평균 출하체중이 117kg였다면 기간 중 일당증체량은 700g 정도가 된다. 또 기간 중 급여하는 사료량이 275kg 정도라면 증체량과 사료 효율면에서 우수한 농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한 상태의 돼지가 최적 사육환경에서 사육된다면 225kg만으로도 키워낼 수 있다. 하위 30% 수준에 처한 농장이라면 300kg 이상의 사료를 급여하고도 규격돈 기준에 미달 되는 돼지 비율이 높은 경우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돈육 생산비 가운데 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65~75%나 될 정도로 높다. 이유자돈에서 출하까지의 사료효율이 농장 수익성을 크게 좌지우지한다는 말이다.

초기 이유자돈 기간의 사료효율은 1.0에 가깝다. 먹으면 먹는 대로 살로 간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자돈구간의 사료섭취량 증대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2호 사료 같은 초기 자돈사료는 고밀도 영양사료라서 가격도 비싸지만 상하기도 쉽다. 조금씩 자주 급여하여 허실도 줄이고 변패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 줄 때 마다 사료섭취량 자극도 하고, 환돈 조기발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비육후기 구간에서는 사료섭취량에 비해 증체량이 현저히 감소되면서 사료효율이 불량하다. 사료효율이 3.0을 넘긴다. 하루 800g을 크기 위해 2.4kg가 넘는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돈개량에 투자를 하지 않은 농장이라면 이 시기 사료효율이 4.0를 넘기는 일도 빈번하다. 어쨌든 돼지 출하일령은 농장 총사료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장 총사료 효율이 2.8대인 농장이 있는가 하면 3.8을 넘기는 농장도 많다. 사료효율이 좋은 우수농장은 평균적 사료구입 단가도 저렴하다. 파산을 염려하는 농장은 사료가격도 비싸게 쓰는 시장구조도 알아야 한다.

게다가 2021년의 돈육 시세는 한 동안 바닥인데 사료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내 농장의 돼지가 사료는 허실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얼마나 잘 크는지 관찰하고, 재고, 달고, 계산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농장에서는 적자양돈이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따져보지 않는 양돈사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장이 그렇다. 돼지의 주령별 표준 체중을 모른다. 표준 체중 대비 적정 사료섭취량도 모른다. 성장단계별로 최적 사육온도와 습도가 얼마인지 모른다. 두당 적정 사육면적도 무시한다. 급수시설 규격도 모른다. 급이기 사료가 흘러넘치고 돼지들이 퍼내는 데도 무심하다.

쥐가 썰어놓은 단열재 부스러기도 보이고, 거미줄도 많다. 추운 계절인데도 돈방 바닥은 축축하고 돼지들은 혹서기 돼지처럼 피모가 젖어있다. 출하가 가까운 비육돈인데도 실내온도는 26도를 넘도 습도는 70%를 넘긴다. 보온에 치중하다 보니 환기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190일령이 넘어도 출하시키려면 2~3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 농장 돼지는 돈사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게 하면 호흡기질병으로 이어진단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지 않는 상황인데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가 와서 환기시켜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도를 1~2도 낮추었다가 돼지 다 죽일 뻔했다는 과거의 사례를 방패막이로 삼는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PED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전염병 공포가 지속적으로 만연하다 보니 각종 기술 세미나, 생산성 개선 회의, 조합 및 단체 교육이 줄어들어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농장 내 훈련된 내국인 관리자도 없고, 외국인 관리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관리 매뉴얼이 부실한 것도 낮은 생산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돼지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지 않는다면 그 농장의 돼지는 잘 클 수가 없다. 병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기는 농장주, 농장장, 팀장의 의식수준은 외국인 근로자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돼지가 잘 크지 않는다는 것, 출하일령이 지연된다는 것은 돼지들이 성장과정에서 에너지결핍 상태에 빠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돼지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돼지가 에너지 결핍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다. 현장관리자를 돼지 보호자라는 의미로 케어-테이커(CARE-TAKER)라고 부르는 이유도 근거가 있다고 본다.

돼지 에너지 결핍증의 가장 큰 원인을 보자면 사료섭취량 불량, 열악한 사육환경, 스트레스 노출과 전염병 감염에 의한 증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료 영양 수준과 기호성, 급이기와 급수기 유용성, 밀사와 연속사육, 단열 불량과 환기 방식, 체감온도와 일교차, 콘트롤박스 환경설정, 상재전염병 모니터링과 증상 등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정상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겨울철과 이어지는 환절기에는 돼지들이 에너지결핍상태에 더욱 빠지기 쉽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최소 환기량은 확보되어서 마시는 공기는 신선하고 충분한지, 돈방 바닥은 뽀송뽀송한지 그래서 돼지들이 등 따숩고 배가 부른 상태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도 재고, 체중을 달고, 사료섭취량을 계산해보자.

출하일령, 출하체중, 도체등급 현황, 사료효율, 돼지 구간별 육성률 정도의 수치는 항시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장의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개선해 나갈 단서를 잡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돼지가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있는 관리 방식만으로는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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