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년을 보내며
[칼럼] 2020년을 보내며
코로나 위기 담대하게 버텨낸 해
내년에도 최선 다해 난제 넘기길
  • by 김오환

2020년이 저물어간다. 그러면서 한해가 또 간다. 무엇하나 해 놓은 것 없는데 시간만 간 기분이다. 인간에게 가장 공평하고 공정한 것이 시간이라 했는데 202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진한 아쉬움만 남는다. 크게 잘한 것도 없고, 성공한 일도 없지만 무탈하게 보낸 것이 감사하고 고맙다. 특히 우리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가혹했던 코로나 19속에서도 잘 견뎌준 한돈농가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경의를 보낸다.

작년 이맘 때, 2020년 한돈업은 갑갑하고 힘든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9월에 터진 ASF에다 한돈 소비 부진 때문에 걱정과 근심을 안고 새해를 맞았다. 설상가상 코로나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것이다. 농가와 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한돈을 ‘면역 푸드’로 알린 것이다.<김오환 칼럼 2월 6일자 “‘신종코로나’ 한돈 섭취로 예방을” 참조> 사실 한돈은 훌륭한 동물성단백질 공급원인데다 면역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알부민 성분과 비타민 B1을 함유, 근력 증진과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런 홍보는 적중했고 설날 이후 꺾일 것 같았던 한돈이 ‘삼삼데이’ 열기로 이어져 큰 고비를 넘겼다.

이후 한돈업은 재난 지원금 효과와 돈육 수입량 감소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날씨도 농가 편이었다. 장마와 태풍의 피해가 없진 않았지만 찜통같은 폭염 기간이 줄면서 돼지 성장도 정상적 상태를 유지케 했다. ‘면역 푸드’ 열기가 시들었을 때 희소식(?)이 날아왔다. 독일에서 ASF가 발생(9월 10일)한 것이다. 이는 국내 수입 삼겹 시장 41%를 점유하고 있는 독일의 돼지고기 수입 중단을 가져왔다. 그 훈풍은 ‘가을 불황’을 잠재웠고 연말까지 이어졌다.

반가운 소식이 또 있다. 농장의 내적 경쟁력이 성장한 것이다. 다산성 모돈에다 양질의 사료 공급, 농장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MSY가 상승(17.7두→18.5두로)했다. 개인적으로는 양돈타임스가 농가와 관련 업계의 도움으로 창간 20년을 맞이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세상은 호사다마(好事多魔)인가. 다마는 아니지만 소마(少魔)는 적지 않았다. ASF가 강원 화천에서 재발(10월 9일), 불안에 떨게 했다. 이로써 방역조치는 더욱 강화돼 농가의 부담은 가중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마(魔)는 환경 규제다. 냄새 강화에 이어 미세먼지까지 양돈 탓으로 돌리려는 환경 당국의 태도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걱정거리가 또 있다. 한돈 뒷다리 재고다. 9월말 현재 뒷다리 재고량이 작년보다 66%가 증가한 것이다. 이밖에 폐업지원금 지원되면서 약 4백호가 양돈을 접었고, 그런 농가는 갈수록 늘어날 것 같아 우울하다.

그래도 2020년 양돈업은 ‘복 받은’ 해였다. 2021년에도 복 받아야 할텐데 걱정스럽다. 양돈생산비 51%(18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사료 곡물가가 넘 올랐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소비 시장에 한돈이 어떻게 적응할지, 뒷다리 재고는 어떻게 처리될지~염려스럽다. 그렇지만 농가와 업계 관계자 모두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때 분명, 기우(杞憂)로 끝날 것이다. 내년에도 파이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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