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장식 양돈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칼럼] 공장식 양돈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세계 양돈업 ASF 등 질병으로 살얼음판
발병 시 육류 수급불균형 불안, 대안은?
  • by 김오환

언제부터가 ‘공장식 축산(양돈)’이란 말이 일반 공용어가 됐다. 축산임으로 그냥 축산이라 하면 좋은데 앞에다 꼭 ‘공장’을 붙인다. 공장이라는 말이 (공기와 물)오염, 폐수 등 부정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공장식 축산하면 지저분하고 유쾌하지 못한 축산으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친환경 여론이 비등하면서 축산, 특히 공장식 축산은 환경오염의 주요 업종으로 지목돼 농가나 업계 모두 좌불안석이다.

사실 공장식 축산은 근대화의 산물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고기’는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산업화되면서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쌀에서 육류로 돌아서면서 수요는 매년 급증했다. 1인당 육류소비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인당 육류소비량은 78년 사상 처음으로 1kg을 넘어선 이래 90년 20kg, 97년 29kg, 2011년 40kg, 18년 54kg에 이르고 있다. 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사육규모를 늘리는 길밖에 없었다. 축산에서도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적용된 것이다. 10마리에서 100마리, 500마리로의 두수 증가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공장식 축산이란 기름에 ‘불’을 붓는 것이 축산물 수입 개방조치(90년대)였다. 알다시피 수입이라는 말은 수입 육류와 싸워서 이기라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성을 통한 생산비 절감밖에 없는데 그것은 규모화가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정부 역시 규모화를 강조하고 지원에 적극 나섰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환경론자의 입김이 세지면서 정부는 공장식 축산에 ‘동물복지’라는 개념을 부여하면서 새로운 축산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각종 축산 질병(疾病)이 육류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축산물 자유화 속에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축산업 보호를 위해 ‘질병’으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구제역이나 ASF 등이 발생하면 해당국가의 축산물 반입을 막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ASF 등 질병이, 세계가 지구촌화되면서 ‘세계화’되고 있다는 역설이다. 그 어느 나라라도 구제역이나 ASF 등 질병에 대해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왔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한국처럼 육류 수입국가들은 육류 공급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정부는 독일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병으로 독일산 돈육 검역을 중단했다. 수입된 독일산 돈육은 84%가 삼겹살이며 수입 삼겹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삼겹 시장의 파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겹 뿐이겠는가? 또한 질병으로 수입을 중단당할 나라가 독일만 있겠는가? 이런 촌각(寸刻)에서 공장식 축산만 탓하는 것이 옳은지 묻고 싶다. 어쩌면 공장식 축산이 더 필요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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