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세계 양돈 시장, 독 ASF '촉각' 세우다
[심층분석] 세계 양돈 시장, 독 ASF '촉각' 세우다
中 수입 돈육 중 獨, 美‧스페인 이어 3위
美 돈가 강세 전환…中 수출 증가 기대
폐사체 추가 확인…발생 늘 가능성 높아

돈육 교역물량 변동으로 한국도 ‘영향권’
방역 모범 체코도 종식까지 2년여 걸려
  • by 임정은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가인 독일의 첫 ASF 발생으로 국제 돼지고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는 독일 이외 여러 수출국들로부터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만큼 직접적으로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중단 여파 외에 이 같은 세계 시장의 변화도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브라질에 기회?=독일의 ASF 발생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싱가포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키로 했다. 그리고 독일의 ASF와 관련, 최대 관심사였던 중국의 입장이 지난 11일 나왔다. 중국 관세청은 이날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ASF 감염 야생 멧돼지가 발견됨에 따라 독일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독일에 있어서 중국은 최대 돼지고기 수출 시장이다. 그런데 이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처럼 중국이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모자란 물량을 채우기 위해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농축산업진흥기구 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중국이 수입한 돼지고기 중 미국산이 19.8%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스페인(17.8%) 그리고 세 번째로 비중이 큰 나라가 14%를 점유한 독일이었다. 독일은 EU 내에서도 스페인 다음으로 돼지 사육규모와 수출물량이 많은 나라다. 중국은 올해 모자란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을 보충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수입량을 더 늘렸으며 독일은 그 중에서도 세 번째로 공급물량이 많았던 나라였던 것.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독일의 ASF는 다른 수출국에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의 결과 대 중국 수출물량이 급증(7월말 2.7배 ↑)한 미국이 대표적인 수해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독일의 ASF 발생 소식이 알려진 이후 미국의 돼지고기 선물 시세는 급등세를 보이며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줬다.

독일 다음으로 중국 수출물량이 많은 브라질도 독일의 빈자리를 파고들 가능성이 큰 나라 중 하나다. 지난 8월 브라질의 돼지고기이 수출한 돼지고기 9만8천여톤 가운데 5만1천여톤이 중국으로 선적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68% 증가한 물량이다. 또 다른 EU 내 국가인 스페인도 중국 수출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수입물량 더 줄 수도=우리 입장에서 이처럼 주요 수출국들이 지금보다 중국 수출을 더 늘린다고 할 때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수입 가능물량의 감소다. 올해 이미 국내 수입 물량은 8월말 현재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수출국들의 생산 차질도 원인이 됐지만 무엇보다 중국의 수입 수요 증가가 가장 결정적 이유였다. 이로 인해 국내 들어오는 수입 돼지고기 가격도 상승해 수입물량은 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독일 ASF로 중국 수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은 우리나라 수입 돈육 시장에서도 비중이 크다. 당장 미국만 해도 국내 수입 돈육 시장서 40% 이상을 차지해 독일보다 더 비중이 큰 나라다. 이에 따라 독일 ASF로 인해 우리에게는 독일산 돈육 수입만 감소하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감소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독 ASF 종식은 언제?=이번 ASF가 농장 돼지가 아닌 야생 멧돼지에서만 발생했으며 독일 내 주요 돼지고기 생산 지역과는 거리가 있어 EU 내에서는 독일산 돼지고기의 역내 이동이 가능하다. 독일의 농민협회는 독일 정부가 중국과도 대화를 통해 수출 중단을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화 논리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인데 중국에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다 확실하게 독일이 지금의 수출 중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ASF의 종식이다. 독일에서 처음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있어 추가적인 ASF 발생이 예상됐다. 그리고 실제 15일 브란덴부르크 내 다른 지역에서 5마리의 멧돼지 폐사체가 추가로 발견됐다. 물론 그동안 축적된 EU 내 ASF 방역 대응전략을 통해 예상보다 조기에 ASF 상황을 끝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이미 ASF가 발생한 유럽 내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을 보면 몇 개월 내로 끝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ASF 대응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는 체코의 경우도 17년 6월 첫 발생해 지난 19년 3월 종식됐으며 벨기에는 18년 9월 발생한 이후 종식 선언은 아직이다. 두 나라 모두 야생 멧돼지에서만 발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