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장마철 이후 양돈장 사양 관리
[양돈현장] 장마철 이후 양돈장 사양 관리
  • by 김근필
김근필 양돈PM / 우성사료
김근필 박사‧양돈PM / 우성사료 마케팅팀

역대급 무더위로 겁을 주던 기상청의 일기 예보가 무색하게도 금년은 장마와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침수, 산사태 등의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양돈장의 경우 폭염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으로 어느 정도 득(得)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장마철에 농장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장마철 이후 대비 역시 지금 준비해야할 시기이다.

먼저 장마철 전후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은 바로 집중호우나 많은 비로 인한 농장의 침수나 산사태,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역대급으로 길고 강수량이 많은 이번 장마로 약해진 지반으로 산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토사가 무너져 내려 정비작업을 한 양돈장이 많고, 침수 피해를 겪은 농장도 많다.

농장 전체가 침수되어 모든 돼지들이 물에 잠겼다거나 홍수로 돼지들이 물에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떠내려갈 정도라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생산성을 회복하기가 만만치 많을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피해들은 돈사가 일부 침수되거나 토사가 밀려들어오는 경우일 것이다. 일단 돈사가 침수되고 돈사 내부 시설이 젖어 있는 상태라면 세균의 폭발적인 증식이 예상된다.

세균은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에서 증식이 활발하다. 특히 슬러리에 물이 들어가 분뇨가 넘쳤을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침수가 되었을 경우에는 당연히 최대한 돈사 내부의 물을 빠르게 빼주고 건조시켜야 한다. 높은 습도로 인해 돈사 내부가 쉽게 건조되지 않을 것이므로 젖은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팬을 활용하거나 열풍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소독약으로 바닥과 기구, 기자재들을 깨끗이 소독 후 건조시키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론 유기물이 있는 경우 소독의 효과가 감소하므로 깨끗이 청소를 한 다음 소독을 해야 한다. 물에 희석한 소독약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사멸시키기는 원리이므로 반드시 빠른 시간 내 건조시켜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개량된 품종의 돼지들은 낮은 체지방으로 환경의 변화에 상당히 취약하다. 특히 농장이 침수되거나 빗물이 유입되어 돼지의 몸이 물에 젖을 경우 자돈은 물론 육성초기 단계까지 심각한 호흡기와 소화기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항생제와 해열제, 감미제 등 돼지의 질병을 예방하고 사료 섭취량 감소를 예방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사료에 항생제 같은 첨가제를 섞을 경우 돼지의 섭취의 감소로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어려우므로 음수 투약기를 활용하거나, 돈군 숫자가 많지 않을 경우 개체별로 주사를 하는 것도 권장한다. 물에 젖은 돼지는 환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돼지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야 한다. 지난 장마철 계속된 비로 상대적으로 낮은 체감온도로 자돈들이 호흡기에 노출되어 만연한 농장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또한 24절기 중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가 8월 7일이고 처서(處暑)가 8월 23일이다. 이제 늦은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기상으로 이제는 가을을 목전에 두고 있어 오히려 일교차를 주의하여야 할 상황이다.

당분간 낮의 높은 기온은 예상된다. 그러나 일단 열대야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밤낮의 기온 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환절기 기준 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호흡기나 질병이 우려되는 자돈들은 몸에서 열이 나며 추위를 많이 탈 수밖에 없으므로 실내 온도를 높게 관리하는 것이 질병 극복에도 유리하다. 보온등과 보온 공간, 환기 조절로 온도를 높일 수 있다.

과도한 백신도 스트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농장의 면역력이 불안정하고 질병 양상이 있을 경우 백신 자체도 독(毒)이 될 수 있고, 백신 횟수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반드시 해야 하는 백신을 제외하고는 돈군의 면역력이 정상화 되기 이전까지 백신 횟수도 조절하는 것이 옳다. 특별한 질병 증상이 없더라도 질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 크리닝도 권장한다.

장마철에 가장 많은 득을 본 구간은 아무래도 체중이 큰 돼지들이 아닐까 한다. 매년 여름 높은 온도로 섭취량 감소의 피해를 보던 번식돈이나 육성,비육돈의 경우 오히려 잦은 비로 인한 낮은 체감온도의 도움을 받았으리라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육 생산성을 저해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존재한다.

먼저 밀사의 문제이다. 다산종 관리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우리 양돈농가들의 비육사가 부족해지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피그플랜 빅데이터 심층분석’의 분석 자료에 의하면 10년 전 대비 대략 1두 이상의 총산자 수가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수치는 평균이므로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증가한 농장들도 많다. 최근 모돈 감축이라는 이슈가 있었으나 그 영향이 지금 비육사에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총산자수의 증가가 비육사의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많은 양돈장들이 아직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나마 선선한 장마철 날씨로 예년 여름 대비 출하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고는 하지만, 사육 두수의 증가로 인한 밀사는 반드시 문제가 된다. 다산종으로 개량해서 높은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농장들이 비육사 부족으로 위탁 비육장 확보에 집중하거나 비육사를 증축하고 농장을 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모돈 두수를 10% 이상 줄이는 경우도 종종 보여지고 있다.

최근 비육돈 성장 정체를 호소한 농장을 방문한 결과 밀사와 환기량 부족으로 돈사 습도가 90%에 온도 30도가 넘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농장주는 단순히 장마철이고 외기 온도가 예년 대비 덥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번 여름에 계속된 장마로 외부는 선선했다고 하더라도 비육사 내부는 다르다. 환기량이 부족하게 관리되었던 그 농장 역시 번식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비육사가 예년 대비 더 밀사가 되는 부분을 간과했던 것이다. 밀사는 돼지들의 사료섭취량을 떨어뜨리고, 돈사 내부 열과 습기의 생성을 늘린다. 돈사에서 생성되는 열과 습기를 낮추는 노력을 하지 않은 환경관리 역시 섭취량을 떨어뜨리고 비육 생산성을 저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위 내용과 반대의 경우는 환절기와 초여름 장마와 일교차로 호흡기를 겪은 육성비육돈들의 성장 정체가 눈에 보이고 있다. 늦은 여름~가을 출하일령이 과도하게 지연되는 불만을 갖고 있는 농장을 방문해서 돈군을 관찰해보면 창백하고 뱃고래가 없는 길쭉한 비육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자돈 구간 호흡기가 비육돈 출하에 까지 영향을 미쳐 증체 저하, 위축 등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양돈장에서 현재 시점에 발생하는 문제는 현재 시작한 문제들은 아니다. 지난 수개월 전에 일어났던 문제들을 예측하여 대비하지 못한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이번 장마철이 끝난 후 다른 현장의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만이 내 농장 생산성을 지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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