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 1세와 양돈 2세
[칼럼] 양돈 1세와 양돈 2세
산전수전 겪으며 창업, 성업
절차탁마하며 때 기다리길
  • by 김오환

제자나 후배, 2세 등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자성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푸른색(靑)은 쪽(藍)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이어 쪽보다 푸르다(靑於藍)는 절구가 따른다. 이를 줄여서 보통 ‘청출어람’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청출어람은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날 때 인용된다. 즐겁고 기쁘고 대견한 의미로 사용된다. 속담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後生角高)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또 하나가 후생가외(後生可畏)다. 인터넷 지식 사전에 의하면 자기보다 먼저 태어나서 지식과 덕망이 뛰어난 사람은 선생(先生)이고, 자기보다 뒤에 태어난 사람은 후생(後生)이라 한다. 그런데 후생은 장래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으로 가(可)히 두렵고(畏) 존경스런 존재라는 뜻에서 후생가외라는 성어가 만들어졌다.

물론 후배나 후손이 무조건 잘되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후배나 후손들의 성공을 기대하는 것이 선배, 선대들의 충정(衷情)이다. 그런 차원에서 후배나 후손을 존경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외(可畏)다. 그건 후배 후손의 몫이다. 그 반대면 가외(可畏)는 없을 것이다.

공자님도 40~50이 넘도록 명성이 들리지 않으면 두려워 할 것이 못 되고, 40이 넘은 사람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말라 했다. 그래도 사람팔자 모르기 때문에 후배나 후손을 ‘정중’하게 응대해주고 지켜보는 게 맞는 말인 듯싶다.

이렇게 청출어람과 후생가외가 제자, 후배, 후손 등 2세와 관련해 폭넓게 인용되는 사자성어지만 어감은 다소 차이가 있다. 사실 2세들이 청출어람이니 후생가외니 평판을 받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결과’가 있어야 조금씩 들린다. 또한 2세들은 청출~이나 후생~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2세들의 노력에 따른 결과에 의해 청출~이니 후생~의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그것도 1세들이 냉정하고 냉혹하게 분석,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1세들은 수많은 산전수전(山戰水戰)을 겪고, 내공을 쌓으면서 창업(創業)해 성업을 이뤘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호락하게 곳간 열쇠를 내주지 않는다. 2세들을 이리저리 찔러보며 평가할 것이다. 1세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1세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2세에 대한 평가의 결과가 나오면 1세의 경험과 노하우를 2세에 전수해줘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대화와 이해로써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 2세는 명심해야 한다. 스승 없이 성공 없다는 것을.

필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양돈 2세를 존경한다. 수입 돈육에 대한 불안감, 냄새에 대한 민원 등으로 양돈 미래가 불투명함에도 도전하는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가업(家業)을 이해(理解)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대견하다. 그런 양돈장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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