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현장] 교배 전/교배 중 모돈 자극의 중요성
[양돈현장] 교배 전/교배 중 모돈 자극의 중요성
  • by 김동욱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김동욱 수의사 / 한별팜텍

필자가 몇 군데의 덴마크 농장을 방문하면서 꼭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교배 방법이었다. 워낙에 산자수가 많으니 혹 교배 방법에 특별한 기술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워낙에 큰 차이를 보이는 산자수는 교배의 기술의 문제가 아닌 종돈의 능력차이였다. 그런데 교배과정에서 우리나라와의 많은 농장과는 다른 인상 깊었던 한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바로 교배 전, 교배 중 모돈에 대한 적극적인 자극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농장에서도 최초의 승가 허용 여부 확인을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웅돈을 앞에 세워두고 관리자가 뒤에서 모돈 등에 올라타거나 혹은 등을 밟고 올라가 관리자의 체중을 모돈에 실어 마치 웅돈이 모돈에 올라타는 듯한 효과를 내 승가여부를 확인한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승가를 확인한 뒤 12시간 혹은 24시간 뒤 이루어지는 교배는 어떠한 자극 없이 주입기를 넣고 정액을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웅돈칸에 직접 모돈을 한 마리씩 넣어 승가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승가허용이 확인된 모돈은 12시간 또는 24시간 뒤 교배에서는 자극 없이 주입기를 넣고 정액을 주입하며 정액의 주입 시 아예 웅돈이 없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정확한 시점에서 교배가 이루어질 경우 앞에 웅돈이 없어도, 또 교배 전/교배 중 모돈에 대한 자극이 없어도 정액이 들어가면 대개의 경우 수태가 되는데 문제는 없다. 그런데 덴마크에서는 왜 그렇게 열심히 관리자들이 교배 전/교배 중 모돈의 자극에 열심이었을까?

돼지는 사람과 달리 다태 동물이다. 사람은 대개의 경우 한 번의 임신에 한명의 아이를 잉태하고 분만하지만 돼지는 여러 마리를 잉태, 분만한다. 따라서 관리자의 자극여하에 따라 잉태 되는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수가 잉태되기 위해서는 가급적 건강한 정자가 많이 난자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주입기를 통해 자궁 경관에서 여행을 시작한 정자는 경관-자궁체-자궁각-난관을 거쳐 난자와 만나는 장소인 난관 팽대부에 도착하게 된다.

때로는 막 배란된 난자와 도착하자마자 만남에 이를 수 있지만 반대로 난자가 배란되기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궁 경관에서 난관팽대부까지의 거리는 약 1~1.5m 이상이 되는 거리로 정자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긴 거리이다. 만일 정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만으로 오롯이 여행을 해야 한다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중간에 모두 사용하고 지쳐 죽을 것이다. 이런 정자의 여행이 뚜벅이 여행이 아닌 고속열차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자궁과 난관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의 수축이다.

이 근육의 수축은 모돈이 성적으로 흥분할수록 활발하게 분비되는 옥시토신에 의해 일어난다. 이런 내용은 사람의 오르가즘과 임신율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도 종종 언급되는데 성적인 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는 오르가즘은 3~4배 이상의 옥시토신을 분비케 하고 이렇게 분비된 옥시토신은 자궁과 난관을 둘러싼 근육을 굉장히 흥분시켜 정액을 훅 빨아들이듯 난관팽대부로 이동시킨다는 것이다.(Upsuck theory)

또 모돈이 성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분비되는 점액(cervical mucus)은 웅돈의 생식기나 인공수정용 카데터가 주입될 때 경관의 상처를 예방하는 윤활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수태에 있어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정자는 난자를 만나 난자 안으로 들어가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자의 머리부분(첨체)의 구조적인 변화를 거쳐야 한다. 이 구조적인 변화를 돕는 것이 바로 점액이다. 따라서 모돈이 교배 전 충분히 흥분되어야 충분한 점액이 분비되고 이것이 정자의 수정능 획득을 도와 난자와 만날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에서는 교배 전 모돈에 대해 정성껏 자극을 했던 것이다. 자연교배에서 웅돈이 승가자세를 취하는 모돈에 바로 올라타지 않고 격렬한 몸짓으로 모돈을 자극했던 것처럼 관리자들은 웅돈을 대신해 모돈의 옆구리, 둔부, 등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리고 교배가 시작된 이후에도 관리자가 올라타서 모돈에게 충분한 무게를 느끼게 하고 동시에 무릎이나 발로 옆구리를 자극했다. 또는 이를 대신해 모돈의 허리를 벨트로 강하게 묶어 자극을 주고 정액을 매달아 놓거나, 어떤 농장은 콤프레셔를 이용한 자동 진동기를 모돈의 옆구리에 채워놓기도 했다.

이에 반해 아직도 교배 전 모돈에 대한 자극은 물론 교배 중에도 그냥 손으로 정액만 들고 있거나, 자극을 한다고 모돈의 등을 살살 간질이 듯 만져준다던지 또는 정액을 한손에 들고 한손으로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즐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만약 지금까지 모돈의 자극에 인색했던 농장이라면 교배 시 모돈의 자극에 시간을 투자해 보자. 관리자가 아닌 웅돈처럼 모돈을 자극해 보자. 그리고 그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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